니켈ㆍ리튬 등 희유금속 부족하면     
수입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빨간불 
요소수 부족 사태가 보여주는 함의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광물 하나에 흔들릴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희유금속 중 하나인 규소(반도체용 실리콘)의 수급이 조금만 꼬여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갈 길을 잃을지 모른다. 한국이 자랑하는 ‘K-배터리 산업’ 역시 니켈ㆍ리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스텝이 꼬일 우려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희유금속의 경제학을 풀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원이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희유금속 수급 리스크에 취약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자원이 부족해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희유금속 수급 리스크에 취약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니켈, 팔라듐, 규소, 플래티늄(백금), 리튬, 로듐, 크로뮴, 몰리브덴…. 이게 다 뭘까. 우리나라가 2021년 가장 많이 수입(수입액 기준)한 희유금속稀有金屬의 명칭이다.[※참고: 희유금속은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고 공급 불안정성이 높은 광물을 뜻한다. 영어 명칭은 rare metal이다.] 

이 가운데 백금은 결혼 예물로 많이 찾는 보석이고,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쓰는 재료라서 많은 이에게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광물을 많이 다루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가 아니라면 이름조차 생소한 게 대부분일 거다. 

그런데 이 희유금속들의 가격 추이가 심상치 않다. 일례로 스테인리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니켈은 올해 초 톤(t)당 2만730달러(약 2500만원)에서 15일 현재 톤당 4만2995달러로 107.4% 상승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촉매제로 쓰이는 팔라듐은 트로이온스당 1822달러에서 현재 2407달러로 32.1% 올랐다.[※참고: 1트로이온스는 약 31.1그램(g)이다.]

전기회로의 땜납이나 캔에 사용되는 주석 역시 같은 기간 톤당 3만9400달러에서 4만2525달러로 7.9%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해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국들의 경제 제재로 광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그동안 진행하던 해외광산 매각 작업의 방향을 바꾼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한국광해공업공단의 해외자산 26개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도로 진행된 해외 자원개발 투자들이 큰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이후 26개의 해외자산 중 11개를 매각하고, 지금은 15개가 남았다. 

그런데 산자부는 최근 니켈(마다가스카르)과 구리(파나마)를 생산하는 해외광산을 매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해외광산 매각 여부를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역으로 생각하면, 정부의 광물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체 이 광물들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기에 손해가 막심한 해외광산을 매각하는 것까지 중단한 걸까.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말한 희유금속과 우리 실생활의 상관관계를 몇가지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와 일상의 패턴까지 바꾸고 있는 전기차는 사실 몇몇 광물만 부족해도 금방 인기가 식을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전기차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리튬이 그리 만만한 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 광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광물 하나에 산업 흔들릴 수도

우선 니켈은 지난해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희유금속이다. 주요 HS코드(관세청 품목별 코드)에 한정한 수입액만 17억8966만 달러(약 2조2200억원)다. 호주와 뉴칼레도니아, 일본, 핀란드 등에서 전체 사용량의 66.2%를 수입한다.

[※참고: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공하는 ‘희유금속 원재료 교역 분석’ 자료는 2020년 판이 가장 최근에 나온 거다. 더스쿠프는 2020년 수입액이 높았던 희유금속 20개를 추리고, 광물의 수입액이 높은 주요 HS코드를 선정해 2021년 통계를 냈다. 따라서 수입액은 주요 HS코드에 한정된 금액이다.] 

니켈과 리튬의 수급에 따라 K-배터리 산업의 흥망도 갈릴 수 있다.[사진=뉴시스]
니켈과 리튬의 수급에 따라 K-배터리 산업의 흥망도 갈릴 수 있다.[사진=뉴시스]

니켈은 부식에 강하고 철에 잘 붙어 각종 합금이나 도금 재료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니켈은 리튬이온배터리엔 없어선 안 될 핵심 소재로 쓰인다. 지난해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배터리 생산에 니켈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니켈 함유량이 더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희유금속이자 분쟁광물인 코발트의 비중을 줄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니켈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만큼 또다른 리스크가 생길 우려도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또다른 핵심 광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리튬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리튬의 96.0%는 중국과 칠레에서 들여오는데, 지난해 수입액은 12억8879만 달러다. 올해 초 톤당 25만 위안(약 5000만원) 수준이던 리튬은 현재 48만 위안 수준이다. 석달 만에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런 니켈과 리튬의 수급이 나빠지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니켈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언급했듯 전기차 가격의 절반가량을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예컨대,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니켈과 리튬일 수 있다는 거다.  

국내 수출을 떠받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도 광물 하나에 휘청거릴 수 있다. 그 힘을 가진 광물은 바로 규소다. 이름이 좀 생소할 수도 있는데, 규소는 실리콘의 다른 이름이다.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비중 59.1%ㆍ수입액 기준)하는데, 지난해 수입액은 15억1213만 달러였다. 

중요한 건 실리콘이 반도체용 웨이퍼와 태양전지용 웨이퍼의 핵심 소재라는 거다. 규소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 가격도, 태양광 패널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 가격 변동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있다. 최근 가정에서도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규소 가격은 물가로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규소는 널리고 널렸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을 흔들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규소는 널리고 널렸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을 흔들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광물이 산업을 돌고 돌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만도 아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주로 수입해 치과용 아말감(충치 치료 후 마감재) 재료나 통조림을 담는 깡통 재료로 사용하는 주석은 참치캔과 치과 치료 가격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수입하는 크로뮴(Cr)은 철제품의 부식을 막기 위해 표면을 도금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데, 스테인리스의 표면이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건 바로 이 크로뮴 덕분이다. 크로뮴이 없으면 자동차의 필러도 주방기구들도 빛날 수 없다. 비를 몇번만 맞으면 녹이 스는 자동차, 설거지 몇 번에 녹이 스는 주방기구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中ㆍ日에 쏠린 광물 의존도

어떤가. 희유금속들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최근 이슈가 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문제는 곧 내 삶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희유금속을 수입할 때 특정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대중對中,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가 각각 20%, 10% 수준(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다. 

정부의 희유금속 대응정책과 전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말 우리나라를 덮친 요소수 부족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국제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중국의 요소 생산이 차질을 빚자, 중국산 요소에 물량의 60% 이상을 의존하고 있던 우리나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요소수를 만들지 못해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디젤차를 타는 누군가는 기존 가격의 10배나 되는 웃돈을 주고 요소수를 사기도 했다. 

중요한 건 이게 과연 천재지변이었느냐다. 그렇지 않다. 유연탄 가격을 제대로 모니터링했어도, 요소의 중국 의존도를 사전에 낮췄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지금까지 뭘 했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던 이유다. 

희유금속도 마찬가지다. 요소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희유금속이 언제 어디서 무기로 돌변해 우리를 겨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희유금속 대응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희토류의 수급 불안 이슈가 떠오른 지난해 6월 “주요한 소재로 작용하는 희유금속들의 공급처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기회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8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구체적인 대책’은 나온 바 없다.[※참고: 요소 부족사태가 터지기 전인 2021년 6월, 안정적인 희토류 수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이상을 담당해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으면 대응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분쟁 상황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한 전례도 있었다. 산자부가 희토류 수급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몇달 후, 요소 부족 사태가 터졌다는 걸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전략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대안 내놓는다더니 하세월

한편에선 희유금속을 전담으로 비축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이는 단견短見이다. 이 공단의 초점은 희유금속의 대응전략을 짜는 것보단 광산 피해를 관리하고 광산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해외광산 매각이 공단의 주된 역할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겐 희유금속을 관리할 플랜이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윤 당선인의 안보 전략에 ‘광물 안보’는 들어있지 않아서다. 자원이 없어 거의 모든 광물(특히 희유금속)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괜찮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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