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시각예술과 종이매체

종이의 역사는 시각예술의 발전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이의 역사는 시각예술의 발전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미술계는 다양한 구성원이 ‘아트신(artscene)’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웹사이트·앱 등 다양한 플랫폼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종이매체의 힘도 무시할 순 없다.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컬러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상당수 시각예술 작품이 종이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특히 종이매체는 ‘장기보관’ ‘대여가능’이란 장점 덕분에 도서관·서점·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유통됐다.[※참고: 도서관과 미술관은 미술데이터를 보관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미술계엔 어떤 종이매체가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1984년 창간한 ‘월간미술세계’는 공공과 상업미술의 전반적인 소식을 전한다. 미술작가나 비평가의 글도 볼 수 있다. 인사동에 사옥이 있는데, 자체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2개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을 만큼 공간이 넓어서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작가들은 그룹전이 아니고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월간미술
월간미술

1976년 창간한 ‘월간미술’은 옛 계간미술이 월간매체로 전환하면서 지금에 이른 잡지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을 전세계에 알려왔다. 전통매체이지만 종이책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도 폭넓게 활용한다. 

역사가 오래된 두 매체 외에도 흥미로운 종이매체는 많다. 그중 하나는 1999년도에 창간한 ‘아트인컬처’다. 월간미술세계, 월간미술에 비해 젊은 감각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아트인컬처에서 소개되는 갤러리나 담론은 최신 트렌드를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간미술비평’ ‘서울아트가이드’도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종이매체다. 이들은 시각예술 안에서도 좀 더 전문 분야를 다룬다. 월간미술비평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운영한다. 서울아트가이드는 미술자료들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의 관점으로 운영하는 매체다.[※참고: 아키비스트는 지속적 보존 가치를 지닌 기록을 다룬다. 기록의 생애 주기 모든 단계에 존재한다.] 

서울아트가이드
서울아트가이드

시각예술을 다루는 종이매체 중엔 예술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 일간지, 행복이 가득한 집을 비롯한 월간지 등 분야는 다양하다. 이중 일부는 전시회·축제·경매도 진행한다. 조선일보의 아시아프(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 헤럴드경제의 헤럴드아트데이가 대표적이다. 헤럴드아트데이는 미술품 경매·기획전시·컨벤션·전시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종합문화미디어 기업이다.

앞서 언급했듯, 시각미술계에서도 종이매체보단 온라인 기반의 매체가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기술인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를 적용한 작품이 활성화한다면,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경영적 부침浮沈을 겪는 종이매체들이 속속 등장할지 모른다. 

아트인컬처
아트인컬처

하지만 예술작품의 색채와 역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종이매체의 존재감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종이의 역사는 곧 시각예술의 발전사이기도 하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는 종이가 발명된 이후 전서·예서를 비롯한 서체, 동양화 등 그림이 예술의 영역이 됐기 때문이다(「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중 일부).

오늘은 예술작품의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종이매체에 빠져보면 어떨까. 옛 감성을 풍기는 종이냄새를 맡으면서 말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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