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건강보험 재정 논쟁❸
건강보험 보장률·재정 건전성 강화
문재인 대통령 ‘문케어’ 자화자찬 했지만
집값 급등 등 보험료율 상승 요인 있었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어렵지만 꼭 풀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국민건강보험은 그중 하나입니다. 국민들의 부담은 덜어내고 혜택은 높이면서 건강보험 재정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문케어(문재인 케어)’를 통해 이 어려운 과제를 해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더스쿠프가 사실관계를 확인해봤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논쟁, 마지막 편입니다.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하고 국민들의 부담은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문재인케어 성과보고대회 현장.[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하고 국민들의 부담은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2019년 문재인케어 성과보고대회 현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케어를 우리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강력히 추진하며 지출을 대폭 확대했는데도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오히려 양호해졌다. 건보 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SNS에 남긴 발언입니다. 문 대통령이 ‘문케어’의 성과를 자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2018년부터 줄곧 적자였던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2조82229억원)를 기록했습니다. 2019~2020년 17조원대로 주저앉았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도 2021년 20조2410억원으로 늘어났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문케어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한 듯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1년차인 2018년 63.8%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0년 65.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문케어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재정 개선 ▲누적 적립금 확대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맞을까요? 앞서 통계로 살펴봤듯 결과적으론 ‘대체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과연 그 공功이 문 정부에만 있느냐는 겁니다. 

통계로 나타난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잘해서 건강보험 보장률도 높아지고 재정도 튼튼해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늘린 지출을 상쇄할 만한 대외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그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총수입이 어떻게 변했는지부터 보시죠. 임기 첫해인 2017년 57조9990억원(현금 흐름 기준)이었던 건강보험 총수입은 2021년 80조4921억원으로 22조4931억원 증가했습니다. 쉽게 말해 5년 동안 20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닙니다.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 덕분입니다. 2017년 50조99억원(현금흐름 기준)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보험료 수입은 2020년 62조4849억원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2021년 보험료 수입은 69조2270억원으로 1년 사이 10.8% 증가했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동안 보험료 수입이 38.4% 증가한 셈 입니다.

건강보험료로 수입 끌어올려

그렇다면 보험료 수입은 어떻게 늘어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적용하는 보험료율이 높아지고,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액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보험의 구조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자,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 공무원, 교직원이 직장가입자에 해당합니다.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배우자 · 형제 · 자매 등)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지역가입자에 속하죠.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와 그 이외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는 보수월액과 소득월액에 보험료율을 곱해서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결정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 4항).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동안 보험료율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임기 첫해인 2017년 6.12%였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2019년 6.46%, 2021년 6.99%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1인당 월평균 보험료액도 2017년 10만7449원에서 2021년 13만7319원으로 27.8% 증가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면서 보수 이외의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기존에는 보수 외 소득이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내면 됐는데, 체계 개편 이후에는 그 기준이 3400만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보험료율은 오르고, 보험료를 내야 할 가입자는 많아지니 정부의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는 건 당연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료 수입이 늘어난 요인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가격입니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등급제’로 보험료를 계산합니다. 소득뿐만 아니라 자동차 및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등급을 분류한 후 등급마다 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책정하는 겁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69조 5항).[※참고: 소득은 97개, 자동차는 11개, 재산은 60개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이때 지역가입자의 재산 목록에는 토지 · 건축물 · 주택 등의 부동산이 포함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42조 3항).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가 재산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때 건보공단은 부동산 공시지가를 활용합니다.[※참고: 공시지가란 쉽게 말해 나라(국토교통부)에서 전국의 부동산을 조사하고 평가한 뒤 공표한 ‘땅값(또는 집값)’을 뜻합니다.] 

지역가입자가 보유한 부동산의 공시지가가 높을수록 건보공단이 가입자에게 매기는 ‘재산 등급’도 높아질 공산이 큽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보험료 부과 점수도 커져서 가입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도 늘어난다는 겁니다. 부동산 공시지가가 보험료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질 수 있었던 건 결국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 덕분이다.[사진=뉴시스]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질 수 있었던 건 결국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 덕분이다.[사진=뉴시스]

물론 공시지가와 건강보험료가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건보공단의 재산 등급은 ‘900만원 초과~1350만원 이하’처럼 밴드(범위)로 이뤄져서, 공시가격이 올라도 등급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의 지표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건강보험료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동안 부동산 공시지가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임기 첫해인 2017년 4.94%였던 공시지가 상승률은 2021년 10.35%로 5.41%포인트 증가했죠.

문케어 성과는 국민 덕분  

그렇다면 같은 기간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2017년 세대당 8만7458원이었던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액은 2021년 10만7630원으로 23.0% 증가했습니다. 부동산 공시지가와 보험료가 같은 방향(상승)으로 움직인 겁니다.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을 늘려 보장성을 강화하면서도 재정 여건을 개선할 수 있었던 건 건강보험료를 많이 거둬들인 덕분입니다. 그 원인이 보험료율 인상이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건 국민의 몫이죠. 이런 상황에서 문케어의 성과를 오로지 문 정부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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