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이후 8거래일 연속 상승
1분기 실적 전망치 나쁘지 않지만…
2~3년 후에 나타날 해외 공장 설립 효과

투자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8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그 기간 주가 상승률은 22.2%에 달한다. 4월 1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탓에 잠시 꺾이긴 했지만, 시장 안팎에선 여전히 LG엔솔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LG엔솔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상장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상장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균등 배정에 실패할 수 있는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취소하고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로 갈아타는 게 낫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가 대거 몰리자 공모주를 한주라도 받으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다.

기업공개(IPO) 사상 역대 최대어로 손꼽힌 LG엔솔은 국내 공모주 청약 기록을 새로 썼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은 2023대 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경5203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는 일반투자자 청약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18일에서 19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일반투자자 청약에선 114조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들어와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자 시장 관계자들은 상장일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2.6배 상승)’은 당연하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2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3월 코스피200 편입 등 호재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지수 편입으로 기관투자자의 패시브(pa ssive) 자금이 유입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참고: 패시브 자금은 주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인 투자금으로 특정 지수에 속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나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의미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지난 1월 27일 상장 첫날 따상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만 탔다. 1월 27일 59만7000원으로 시작했던 LG엔솔의 주가는 상장 한달 만인 2월 28일 41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15일에는 35만9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공모가 30만원을 웃돈 게 위안거리였다. 

부진했던 LG엔솔의 주가가 상승세로 방향을 튼 건 3월 16일부터다. 이날 주가는 전날(3월 15일) 사상 최저가(35만9500원) 대비 1.1% 오르며 36만3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주가는 43만9000원으로 치솟았다. 8거래일 만에 22.2%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참고: 지난 3월 29일 기준 LG엔솔의 주가는 44만2000원이다. 이 회사의 주가가 44만원을 웃돈 것은 2월 23일 이후 한달 만이다. 다만, LG엔솔의 주가는 지난 1일 42만8000원을 기록, 전 거래일(44만2000원) 대비 3.17% 하락했다. 3월 16~31일 LG엔솔의 주식 1025억원어치를 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진에 빠졌던 LG엔솔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올 1분기 실적 기대감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LG엔솔의 1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전망치(1512억원) 웃도는 1640억~1700억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해외에 6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LG엔솔은 지난 3월 24일 미 애리조나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각각 1조7000억원, 4조8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에선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만큼 수혜가 예상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증권사도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 3월 25일에만 4곳의 증권사가 ‘매수’ 리포트를 내놨는데, 그중 3곳의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상향조정했다. NH투자증권이 43만원에서 55만원으로 가장 많이 올렸고, 삼성증권(44만원→50만원)과 신한금융투자(52만원→55만원)도 목표주가를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이 목표 주가를 60만원에서 57만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상향조정한 증권사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LG엔솔은 이제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시장의 기대와 달리 LG엔솔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서운 기세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골칫거리다. LG엔솔이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니켈·코발트·망간)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게 뻔해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올해 초 톤(t)당 2만730달러(약 2500만원)였던 니켈 가격은 3월 중순 4만8000달러(약 586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28일 3만4050달러(약 4100만원)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64.2%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코발트와 망간의 t당 가격도 연초 대비 각각 16.6% (7만180달러→8만1845달러), 9.1% (1635달러→1785달러) 상승했다. 

물론 배터리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전기차 업계에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엔솔이 받을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순 있다. 더구나 LG엔솔 나름대로 니켈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LG엔솔은 중국(2023~2026년)과 호주(2024~2030년, 2023~2033년) 기업으로부터 각각 2만t, 7만8000t의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LG엔솔 관계자는 “니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 관련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최근 확보한 니켈만 전기차 290여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물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가 전기차 생산 비용의 30~40%가량 차지한다는 걸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가격이 상승하고, 그럼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 역시 줄어들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우려스러운 변수다.” 

LG엔솔의 상승세를 막을 만한 벽은 또 있다. 북미 지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언급했듯이 LG엔솔은 6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 애리조나주(11Gwh)와 캐나다 온타리오주(45Gwh)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미국에선 2024년 하반기, 캐나다에선 같은 해 상반기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와 유럽·중국 등에서 짓고 있는 주요 공장의 배터리 양산 예상 시기가 2025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LG엔솔의 배터리 공장 설립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짧게 봐도 2~3년 이후인 셈이다. 

LG엔솔의 실적 전망치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나쁜 변수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전지 메탈과 소재 가격 상승은 전기차 수요를 건드릴 수 있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국내 전기차 업계의 1~2분기 수익성을 보수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3년 이후 LG엔솔의 성장을 기대한다”면서도 “낮은 수익성과 높은 밸류에이션은 아직 고민거리”라고 분석했다. LG엔솔의 주가를 두고 낙관론을 펼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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