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제 봄이고 아빠는…

# “그래 너는 초봄이다. 나는 이제 늦가을 정도 된 것 같구나.” 열살 남짓부터였을까요. 산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습니다. 산길을 걸을 때면 아버진 사계절을 인생에 비유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당시 늦둥이 막내 꼬맹이였던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잘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 다시 봄입니다. 회색과 갈색의 세상은 노랗고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꽃을 피운 벚나무 아래 발걸음을 멈춥니다. 햇살을 받아 하늘거리는 벚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르르 까르르…”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 언제부터일까요? 활짝 핀 꽃송이보다 피기 전 꽃망울에 눈이 갑니다. 저 작고 여린 꽃망울을 보면 자꾸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저 꽃망울도 조만간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고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작고 어린 우리 아이들도 어느샌가 성장해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지요.

#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꽃길을 걷고 싶습니다. 아버지처럼 저도 이제 아이들 손을 잡고 이야기해 줘야겠네요. “너희는 이제 봄이고 아빠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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