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양극화 빨간불 
가입자 1000만명 넘어섰지만…
시장 절반 차지한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시장이 뜨겁다.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알뜰폰 업체 중에선 KB국민은행의 ‘리브엠(Liiv M)’이 괄목 성장을 이뤄냈다. ‘리브엠’이란 메기 덕분에 벼랑까지 내밀렸던 알뜰폰 업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알뜰폰의 겉모습이 아닌 밑단을 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들려온다. 알뜰폰의 취지와 달리 이통3사와 KB국민은행 등 기득권만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 20% 수준인 1079만9847명(2022년 2월 기준)이 가입한 서비스가 있다. ‘알뜰폰(MVNO)’이다. 서비스 출범 초기 47만6412명(2011년)에 불과했던 가입자가 10년 새 22.7배 커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40여개 중소 알뜰폰 업체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익성을 올려주는 고객이 줄었다. 가입자 1079만여명엔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수익성이 신통치 않다. 실적 악화에 직면한 알뜰폰 업체가 고육지책으로 IoT 회선을 늘린 게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참고: IoT 회선은 차량관제·원격관제·무선결제에 쓰이는 통신망이다. 커넥티드카와 같은 사물지능통신(M2M) 사업만 하는 현대자동차와 테슬라가 알뜰폰 사업자에 이름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알뜰폰 가입자 1079만9847명에서 IoT 회선을 제외한 휴대전화 이용 가입자는 630만3365명에 불과하다.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34만4347명)를 더해도 664만명7712명이다.

이는 2018년 12월 휴대전화 이용 가입자 708만1852명보다도 적은 수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알뜰폰 업계가 사실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유는 또 있다. 알뜰폰 업체의 주 수익원인 선불 요금제 가입자가 2019년 12월 355만8041명에서 올해 2월 161만565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하창직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을) 빠져나가면서 선불 요금제 이용 고객이 크게 감소했다”며 “주 수익원이 줄면서 중소 알뜰폰 업체도 어려움에 빠졌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다. 중소 알뜰폰 업체가 맥을 못 추는 사이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은 더 높아졌다. 2월 기준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가입자 수(IoT 회선 제외)는 총 322만명, 시장점유율은 51.0%를 기록했다(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Iot 회선을 제외하면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정 잠유율은 50%를 웃돈다.[사진=뉴시스]  
Iot 회선을 제외하면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정 잠유율은 50%를 웃돈다.[사진=뉴시스]  

2019년 37.1%보다 13.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LG유플러스 계열이 22.1%(미디어로그·LG헬로비전)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KT 계열(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과 SK텔레콤 계열(SK텔링크)은 각각 19.3%, 9.6%를 기록했다. 이통3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알뜰폰’마저 이통3사가 거머쥔 셈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망 도매대가(알뜰폰 사업자가 이통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리고 지불하는 대가)를 인하하는 정책으로는 알뜰폰 업계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참고: 2011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통3사보다 30~40%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MVNO를 활성화해 가격경쟁을 일으키겠다는 거였다. 이런 취지에 맞춰 2012년 6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MVNO에 ‘알뜰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뜰폰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여기에 정부의 혁신정책도 중소 알뜰폰 업계엔 되레 악재로 작용했다. 대표적 사례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Liiv M)’이다. 금융회사인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리브엠이 2019년 4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론칭한 리브엠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9만명 수준이었던 리브엠 가입자 수는 올해 25만명 돌파했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은 3%대로 이통3사 자회사를 제외하면 업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론칭 2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리브엠이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2019년 2만2000원에 LTE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2020년엔 알뜰폰 업계 최초로 멤버십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리브엠의 마케팅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비판도 숱하다. 사실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론칭했을 때 몇몇 전문가는 ‘알뜰폰 시장의 메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리브엠이 죽어가던 알뜰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의 발로였는데, 시장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중소 알뜰폰 업체의 관계자는 “리브엠이 메기는커녕 포식자 노릇만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한발 더 나아가 리브엠의 서비스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DMA는 지난 4월 6일 성명을 통해 “리브엠이 금융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과다한 사은품과 덤핑 수준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며 “통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금융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통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거다. 

KB국민은행은 “문제 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B 관계자는 “알뜰폰 요금제는 다른 업체와 비교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며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 이벤트 등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뜰폰 업계보다는 이통3사에서 리브엠으로 이동하는 고객이 훨씬 많다”며 “알뜰폰 업체의 공동마케팅 공간인 알뜰폰스퀘어를 여는 등 중소 알뜰폰 업체와의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3사 천하 된 알뜰폰

문제는 이런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리브엠이 확장할수록 중소 알뜰폰 업체가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중소 알뜰폰 업체 입장에선 이통3사나 리브엠이나 경쟁이 불가능한 대기업인 건 마찬가지다. 

실제로 2020년 월평균 3만9000명대를 유지했던 알뜰폰 간 번호 이동 건수는 리브엠 출범 이후인 지난해 월평균 6만4000명대명로 높아졌다. 중소 알뜰폰 업체를 빠져나가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거다. 

하창식 사무국장은 “중소 알뜰폰 업자가 이통3사와 경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더불어 리브엠의 공격적인 요금인하 정책에 우려를 보내는 중소 알뜰폰 업체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비스 개선 등 알뜰폰 업체도 노력에 나서야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 알뜰폰 업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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