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트위터 품은 머스크 경영관
유료 멤버십·광고 정책 언급 ‘의도적’
숱한 잡음과 논란마저 치밀한 계산
트위터는 과연 어떤 미래에 놓일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 불과 20일 만에 최종 인수 합의까지 타결됐다. 

# 늘 그래 왔듯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할 때에도 숱한 논란과 잡음을 일으켰다. 소극적 투자자라고 밝히면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말을 늘어놓거나 광고정책을 운운하는 발언을 통해서다. 

#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노리는 건 무엇일까. 그 속내를 어림잡아보기 위해 머스크의 경영 스타일을 알아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를 인수하자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를 인수하자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지분 9.2%(7350만주)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건 4월 5일(현지시간)이었다. 그로부터 20일이 흐른 4월 25일 트위터 이사회는 일론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안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주주총회를 통과하고,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트위터는 머스크의 회사가 된다.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인수한 사실은 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4월 4일 지분 인수를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3월 14일 트위터 주식 7350만주를 사들였다. 미 증권법에 따르면, 특정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자는 10일 이내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머스크로선 법을 어기는 대신 시간을 버는 쪽을 택한 셈이다. 머스크는 이미 지분을 사들인 후인 3월 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트위터의 정책을 비난했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확보해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적합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머스크는 4월 4일 SEC에 제출한 트위터 지분 취득 공시에서 자신을 경영에 참가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라고 밝혔다. 트위터 이사회는 즉시 머스크가 이사진에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4월 5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머스크의 트위터 이사진 합류 소식을 알릴 수 있게 돼 흥분된다”고 전했다. 아그라왈 CEO는 “머스크와 최근 몇주간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이사진 합류가 회사에 큰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 이사회와 머스크의 생각은 달랐다. 머스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대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트위터 경영에 의견을 제시했고, 매일 트위터에 대해 트윗을 했다. 그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우선 머스크는 트위터의 유료 멤버십을 건드렸다. 트위터는 지난해 6월 트위터 블루라는 유료 서비스를 만들고, 월 구독료로 2.99달러를 책정했다. 머스크는 4월 9일 트위터 블루 구독료가 “월 2달러 이하가 돼야 하며, 12개월어치를 일시에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위터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언급했다. 같은 날 머스크는 “And no ads”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머스크는 “광고주인 기업들의 힘이 세지면 트위터 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으로 트위터 블루 구독료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트위터 직원들이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지자 머스크는 ‘비어있는 트위터 본사를 노숙인 쉼터로 쓰는데 찬성하는지’를 트위터 상의 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트위터 띄우려는 계산된 잡음

사실 머스크는 논란이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래도 그가 현재 트위터 매출구조를 폐기하고, 월 구독료 가격까지 간섭하는 것은 과했다. 그래서 머스크가 트위터로 경영 훈수를 둔 것은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도적인 잡음이었을 수 있다. 머스크는 여러 차례 회사를 세우고 경영을 해왔던 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사외이사로 합류하는 것만으로 이런 일방적인 의견을 이사회가 아닌 소셜미디어상에서 아무렇게나 공개하는 게 선을 넘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트위터 지분을 매입한 시점과 공시 시점이 법을 어길 정도로 길어진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머스크가 인수가격을 미리 정해서 트위터 측에 이 가격이 최고가라며 제시한 이후 곧장 인수자금을 어림잡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는 점에서 트위터 인수를 미리 준비했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둘째, 머스크에게 트위터라는 직접 소통 창구가 정말 필요할 수도 있다. 직접소통이라는 트위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라면, 머스크는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보다 트위터 혜택을 많이 본 기업인이다. 머스크에게 트위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18년 8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자금은 확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머스크의 트윗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 

미 SEC는 2018년 머스크를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최근 테슬라 주주들이 머스크의 트윗으로 투자 손실을 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는데, 집단소송 참여자들은 법원의 이같은 판단이 기재된 서류를 집단소송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거짓말, 트위터를 삼키다

당시 SEC는 테슬라 · 머스크와 합의를 하면서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 회사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 사내에서 사전 검사를 받는데 합의했다. 벌금은 40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최근 머스크와 SEC는 사내에서 머스크의 소셜미디어를 사전 검사한다는 조항 때문에 소송전이 붙었다. 그만큼 머스크에게 트위터는 중요한 확성기일 수 있다.  

머스크를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에도 테슬라 지분 10% 매각 여부를 트위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투표에 부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머스크는 자신이 제안한 온라인 투표에서 매각 찬성이 58.0%로 42.0%를 앞서자 “어느 결과든 수용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트윗했다. 당시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17.0%였다. 

머스크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금 납부를 위해서 상당량의 지분을 팔았고, 그에 따라 주가는 폭락했지만, 머스크는 팔아치운 지분 이상의 추가 지분을 확보했다. 매각이 완료되면서 머스크는 세금 납부를 위한 것이었음을 제대로 밝혔지만, 11월 4일 1229.91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12월 20일 899.94달러까지 급락했다. 

머스크가 부동산을 모두 처분한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고, 세금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를 완전히 밝힌 것은 일이 다 끝난 후였다. 테슬라 주식이 최고가에서 오직 자신의 매수세 때문에 주가가 25% 이상 빠졌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았고, 이 일로 집단소송을 당했다. 

머스크의 투자 철학도 상당히 극단적이다. 20대의 나이에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매각해 2000억원대 자산을 만들었고, 이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에 투자했다. 페이팔 매각으로 그가 얻은 수익은 모두 재투자에 쓰였다. 


일 끝난 다음 공개하는 머스크식 소통  

머스크의 상황을 그대로 풀면 다음과 같다. “페이팔 매각으로 얻은 수익은 1억8000만 달러였다. 나는 스페이스X에 1억달러, 테슬라에 7000만 달러, 솔라시티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집세를 내기 위해 돈을 빌려야 했다.”

머스크는 1990년대에 창업을 하기 전 ‘1달러 프로젝트’라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식비로 하루에 1달러를 쓰고 살 수 있는지를 시험해봤다. 창업을 하면서부터 그는 한 달에 30달러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해왔다. 

이렇게 독특한 머스크는 트위터를 비상장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테슬라도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고 싶어 했다. 머스크가 테슬라에 합류했을 때 그는 투자자였다. 트위터 지분을 인수할 때도 그는 수동적 투자자였다. 머스크에 지분은 경영권을 획득하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주주친화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Investing.com 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