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테슬라 주식 5억 달러 공매도
배경은 전기차의 미래-현재 가치 불일치

#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가 또 한번 붙었다. 이번에는 머스크의 회사인 테슬라 주가 하락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사이에 두고서다. 머스크는 빌 게이츠가 자신의 회사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5억 달러를 공매도했다며 비난했다.

# 그간 머스크와 게이츠는 의견 차이로 여러 차례 논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공매도 논란을 마치 가십 다루듯 처리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누구도 5억 달러를 개인 감정으로 베팅하지 않기 때문이다. 

# 빌 게이츠는 테슬라의 어떤 면을 보고 주가 하락을 예측한 걸까.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인 테슬라의 주가 하락 사태를 다른 각도로 바라봤다. 머스크와 게이츠의 공매도 논쟁이 말하는 진실의 문을 열어젖혀보자.

일론 머스크는 주주친화적인 CEO가 아니다. 테슬라에 투자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는 주주친화적인 CEO가 아니다. 테슬라에 투자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테슬라 주가 오락가락 = 지난 4월 4일 1145.45달러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는 5월 24일 628.16달러로 곤두박질쳤다. 두 달도 안돼 반토막에 가깝게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투자를 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면서 5월 31일 주가는 758.26달러까지 회복됐다.

테슬라 주가는 가파르게 뛰었던 만큼 빠르게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유도 다양하다. 올해 1월 3일 1199.78달러를 기록했던 테슬라 주가가 829.10달러로 크게 빠진 건 불과 24일 만인 1월 27일이었다.

이때도 이유는 있었다. 머스크가 공급망 문제로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 내놓기로 했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포함한 신차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가 급락 사태로 이날 하루 테슬라 시가총액 중 1090억 달러가 증발했다.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선 이후 매번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800달러대로 떨어지면 팔백슬라, 700달러대로 떨어지면 칠백슬라, 600달러대로 떨어지면 육백슬라라고 불렀다. 물론 다시 1000달러대를 회복하면 천슬라로 불렀다.

■미 증시와 성장주의 부진 = 올해 미국 증시는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 Fed)가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과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세계적인 긴축은 예고돼 왔다.

결국 지난 5월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면서 0.25~0.50%였던 미국의 기준금리 범위는 0.75~1.00%로 올라갔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및 곡물가격 상승을 포함한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된 세계 공급망 문제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결국 지난 5월엔 세계 주요 경제계 수장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를 잇달아 내놨다.

미국 증시는 5월 마지막 주에 반등하기 전까지 주간 기준으로 3대 지수가 7~8주간 하락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고점 기준으로 20% 이상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금리인상기인 만큼 기술주와 성장주의 주가는 더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외변수에 테슬라 주가도 약세 

성장주의 대표격인 테슬라 주가가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가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고, 단기간에 롤러코스터처럼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불안함을 준다. 이 때문에 최근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 사이에 테슬라 공매도를 놓고 일어난 갈등은 어쩌면 테슬라 주가의 본질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 두 부자의 공방 = 지난 4월 23일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상에서 한 트위터 사용자로부터 “빌 게이츠에게 5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냐고 따진 것이 사실인가”란 질문을 받았다. 이 트위터 사용자는 전날 머스크와 게이츠가 나눈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캡처한 파일을 첨부했다. 일론 머스크가 “대화 내용을 내가 유포하진 않았다”면서 이를 시인했다. 문자 메시지를 대화 형식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일론 머스크 : “테슬라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가.”  
빌 게이츠 : “미안하지만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 “테슬라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하는데 당신이 막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다. 당신의 기후변화 자선활동을 나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빌 게이츠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재료의 가치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빌 게이츠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재료의 가치를 다른 눈으로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공매도란 특정 회사의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이득을 보는 매매기법이다. 특정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이를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아서 차익을 낸다. 만약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손해가 난다.

빌 게이츠와 문자 메시지로 논쟁을 벌인 일론 머스크는 그로부터 한달 후인 5월 2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이렇게 꼬집었다. “빌 게이츠가 ‘세계 기후변화를 돕는 테슬라’에 대해 여전히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빌 게이츠를 믿기 어렵다.”

머스크는 이날 빌 게이츠가 테슬라 공매도를 청산하려면 이제 15억~20억 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주장대로라면 빌 게이츠가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5억달러를 넣은 시점은 이날 주가인 759.63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가 700달러대 이상으로 올라온 시기는 2021년 9월이다.

빌 게이츠, 테슬라 주식 공매도 배경은

빌 게이츠는 일론 머스크와 여러 주제를 놓고 언쟁을 한 과거가 있다. 하지만 게이츠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공매도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단순한 투자”란 입장을 고수하려고 했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우려를 표하며 “머스크가 트위터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소셜미디어는 가짜 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나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오가는) 빌 게이츠가 사람들을 추적하고 있다거나 백신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날 빌 게이츠는 테슬라 주식 공매도와 관련한 질문도 받았다. 게이츠는 “테슬라를 공매도했는지 아닌지가 기후변화에 대한 진지함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며 “나는 기후변화에 도움을 주는 테슬라의 역할에 박수를 보낸다”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틀 후 영국 국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자 “그건 기후변화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다”며 “나는 내 나름대로의 분산(투자)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지못해 전기차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기차의 인기가 커질수록 전기차 영업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가 도입되는 것과 전기차 회사들이 무한한 가치를 지니는 것 사이엔 분명 차이가 있다.”

머스크와 게이츠의 테슬라 공매도 논란은 사실 정보보다는 가십에 가깝다. 두 세계적인 부자들은 여러 분야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상대방 회사의 주가 하락에 베팅을 했다는 건 그저 자극적인 소재일 수 있다.

테슬라 공매도 논쟁의 본질은

하지만 국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 ‘테슬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십을 거둬내고 본질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투자는 별개의 활동으로 봐야 하고 누구도 5억 달러를 논리가 아닌 감정에 기대 투자하지 않아서다. 

■공매도와 전기차의 미래 =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5월 9일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산업 리포트와 같은달 29일 발표한 배터리 금속 소재 가격 전망에 대한 투자메모가 테슬라 공매도 논란의 진실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이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15~20% 이상(2040년 전망)은 될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보고서는 “테슬라, 도요타, BYD, 폭스바겐은 궁극적으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핵심 금속 소재인 코발트, 리튬, 니켈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5월 29일 투자메모에서 이들 금속 가격이 향후 2년 동안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는 공급과잉이다. 무엇보다 투자 열풍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문제라는 게 투자메모의 핵심이다. 

골드만삭스는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배터리 금속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강력한 수요에도 배터리 금속 소재의 강세장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이유는 수요 · 공급의 시점이 달라서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를 원하는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이 수요는 장기적인 것인데 투자금이 지나치게 몰려들면서 현물 상품인 금속 소재들이 마치 미래지향적인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책정이 잘못되면서 미래의 수요에 맞춰 공급이 되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공급과잉이 해결되는 시점이 2024년이며 이후 재생 에너지 산업이 더 발전하면서 배터리 핵심 금속 소재인 코발트 · 리튬 · 니켈 수요가 다시 공급을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에는 여러 참가자들이 있다. 그중 완성차 업체들은 출신마저 다양하다. 테슬라, 리비안, 루시드모터스처럼 전기차 전문회사가 있고, 일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 전문회사들은 미래의 수요를 현재의 가치로 전환하는 전략을 일반적으로 편다.

미래의 수요를 현재의 가치로 전환하는 테슬라의 전략은 전기차 회사들의 보편적인 사업 방식이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수요를 현재의 가치로 전환하는 테슬라의 전략은 전기차 회사들의 보편적인 사업 방식이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슬라가 가장 먼저 선보인 이 전략은 차량을 실제로 양산하기 전에 파는 것이다. 전기차 회사들은 특정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를 개시한 다음 이 돈을 기반으로 주식을 상장시켜서 대규모 자본을 만들고 공장 시설을 짓는다. 그래서 전기차 전문회사들의 계약 물량과 고객 인도물량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소전기 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를 투자자들에게 과장 · 허위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해 벌금 1억2500만달러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니콜라가 제품 생산능력 및 매출 전망을 부풀려서 홍보했다는 혐의인데, 니콜라 유튜브에 공개한 ‘니콜라 원’ 트럭 영상이 실제로는 자체 동력으로 움직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미래와 현재 가치의 불일치   


전기차 전문회사들의 미래 가치와 현재 가치 사이의 간극은 배터리 금속 소재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계약물량은 넘쳐나지만 고객 인도물량은 거의 없는 상황을 골드만삭스는 ‘현물인 금속 소재의 미래 수요가 마치 미래 가치로 가격이 오르는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빌 게이츠가 전기차 회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중국과 독일에 공장을 짓고 실제 생산량을 끌어올리면서 ‘천슬라 시대’를 열었다. 불과 1년도 안 된 얘기다. 테슬라 주가의 등락이 과도한 것은 아직 미래 가치와 현재 가치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일론 머스크와 빌 게이츠 사이에 벌어진 ‘테슬라 공매도’ 논란에 숨은 사실일지 모른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Investing.com 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