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전략
애플 하드웨어는 당대 최고의 기술
4K 화질에 최고 음질의 콘텐츠

# 최근 SK브로드밴드를 통해서 애플TV를 설치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애플TV는 스마트TV 셋톱박스인데, SK브로드밴드는 자사 IPTV 서비스를 애플TV 내에서 구동하는 여러 앱 중 하나로 만들었다. 

# 애플은 이처럼 ‘최고의 품질’을 위해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업을 펼친다. 애플이 제품 자체의 확장성을 포기하면서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에만 OS를 설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의 퀄리티를 제어하기 위해 다른 OS에서 구동하는 보안 등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제쳐뒀다. 애플TV+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화질과 음질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만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 누군가는 이같은 폐쇄적 전략이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애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애플은 늘 그렇듯 최고의 품질을 내세웠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락인(Lock-in)’해 왔다. 애플TV도 그런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것이다. 

# 데이비드 오펜버그 교수는 “애플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구독자가 결국엔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까지 서비스를 멈추지 않고 해나가는 게 애플이다”고 말했다. 최고의 화질과 음질을 내세운 애플TV가 만들려는 세상은 무엇일까. 애플TV의 전략을 알아봤다. 

애플TV+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Boys State’의 포스터.[사진=뉴시스]
애플TV+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Boys State’의 포스터.[사진=뉴시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OTT 중에서 가장 우수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하는 건 애플TV+다. 애플TV+는 애플이 직접 제작에 관여한 영화·드라마만 스트리밍하기 때문에 작품 편수가 무척 적다. 하지만 화질과 음질이란 본질에 있어서 애플은 늘 그렇듯 당대 최고의 품질을 보장한다. 애플TV+의 4K 영화는 압축(전송) 비트레이트가 26Mbps다. 

지상파 4K 방송의 두배가 넘는다. 국내 OTT들은 비트레이트를 공개하지 않지만, 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비트레이트는 1초마다 처리하는 비트의 수를 뜻한다. 1초짜리 영상의 데이터 크기이기도 한데, 비트레이트가 높을수록 화질이 좋지만 데이터는 커진다. 음질도 비트레이트가 크면 품질이 좋지만 데이터의 양은 증가한다.  

애플 뉴스만 전문으로 다루는 스페인 매체 ‘아투알리다드’는 디스플레이 정보분석 회사 ‘플랫패널스HD’가 시행한 실제 측정치를 기반으로 했을 때 애플TV+의 ‘See’라는 드라마 기준으로 평균 29Mbps, 최고 41Mbps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엘리펀트 퀸’의 경우, 비트레이트가 평균 26Mbps에서 최고 30Mbps까지 나왔다. 심지어 만화영화인 스누피도 평균 13Mbps, 최고 24Mbps가 측정됐다. 실제 측정한 값으로 보면 애플TV+는 현존하는 최고 화질과 음질의 저장장치라는 HD 블루레이보다 1.5~2.0배나 비트레이트가 높다. 


일단 애플에서 무언가 하드웨어 신제품이 나왔다면, 현존 최고 성능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참고: 전문가용 서비스는 제외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도 음질이 가장 좋은 서비스 중 하나다. 애플뮤직은 기기에 따라 음이 중간에 끊길 정도로 높은 비트레이트를 갖고 있다. 설정에서 조정을 잘하지 않으면 데이터 요금 폭탄이 나올 수도 있다. 애플뮤직과 비교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타이달이 있다. 타이달은 오직 음질에 특화한 서비스로 시작한 곳이다.

애플 제품은 항상 그 시점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제품 본질의 힘을 지키려면 포기하는 것도 생긴다. 애플은 제품 자체의 확장성을 포기해 왔다. 운영체제(OS)에 있어서도 애플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들에만 OS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자신들이 제품의 퀄리티를 제어하기 위해 다른 OS에서 구동하는 보안 등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제쳐뒀다.

애플TV+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의 화질과 음질에 최적화된 프로그램만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애플도 당연히 여러 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다만, 자신들의 방법대로 한다. 애플은 SK브로드밴드와 손을 잡으면서 애플TV에서 처음으로 실시간 방송을 허용했다. 다만, 애플은 SK브로드밴드의 방송이 자신들 제품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작동하기를 원했다. 

퀄리티 컨트롤을 향한 집착은 애플의 끝없는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다. 애플 시가총액은 2018년 8월 장중 1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0년 8월 2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로부터 1년4개월 만에 장중 한때 3조 달러를 뛰어넘었다.

전세계 기업들 중 시총 2위는 2조5000억 달러대인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2조 달러대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다. 테슬라, 아마존은 아직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서지 못했다. 애플의 기업가치가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은 애플이 자율주행차, 증강현실 디바이스, 기타 디바이스에서 시장을 흔들 신제품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며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일례로 시장을 흔들 만한 제품 중 하나로 애플의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를 꼽을 수 있다. 맥스는 애플뮤직, 애플TV+와 연동된다. 애플뮤직은 무손실 오디오, 공간 음향을 스트리밍을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애플이 이 두가지 목표를 이룬 것은 지난해다. 애플은 지난해 6월 WWDC 2021에서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되는 공간 음향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에어팟 맥스는 이런 무손실 오디오, 공간 음향에 최적화된 기기로 2020년 12월에 출시됐다. 에어팟 맥스는 초당 90억회 연산이 가능한 H1칩의 10개 오디오 코어를 활용한다. 한마디로 헤드폰에 CPU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음원이 재생되는 아이폰, 애플TV와 같은 디바이스와 에어팟 맥스 양쪽에서 동일한 코덱을 사용한다면, 음원은 손실 없이 재생된다. 에어팟 맥스에는 마이크도 8개나 달려있다. 6개는 주변의 소음을 감지하고, 2개는 사용자의 귀에 들리는 사운드를 측정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다. 


자! 이런 맥락에서 이번엔 애플TV 이야기를 해보자.[※참고: 애플TV는 하드웨어, 애플TV+는 OTT 서비스를 지칭한다.] 애플TV의 실력 발휘는 이제 시작이다. 2007년 1월 아이폰보다 먼저 출시된 애플TV는 2017년 4K 화질을 구현했고, 이제 공간 음향 기능까지 갖췄다. 애플TV에 필요한 것은 그냥 그런 화질의 많은 영화가 아니라 최고의 화질과 음향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콘텐츠다. 애플TV+가 그 역할을 맡을 것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트리밍 TV 시장에서 기기 숫자로는 삼성전자가 1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니는 12.0%, 애플TV는 2.0%였다. 스트리밍 TV시장이 열렸을 때 아마존이나 로쿠(Roku)와 같은 회사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전망과 기대가 쏟아졌지만, 실제로는 TV 제조회사들이 TV에서 직접 여러 앱을 구동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애플은 OTT 시장에서도 발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닥터 브레인.[사진=애플 제공]
애플은 OTT 시장에서도 발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닥터 브레인.[사진=애플 제공]

실제로 3위는 8.0%를 점유한 LG다. 운영체제로 봐도 안드로이드TV나 애플TV 플랫폼보다 삼성의 타이젠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 OS 등의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4K 이상 화질에 돌비 애트모스 급의 음질로 콘텐츠를 감상하려면, TV 제조사 자체 플랫폼으로는 힘들다.

이로 인해 애플이 특정 시기가 오면 다른 스트리밍 업체를 사들여 양적으로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애플TV에서 영화를 검색하면 다른 스트리밍 업체의 앱과 연동해서 이를 재생할 수 있다. 다만, 그 시기는 애플뮤직에서처럼 양질의 콘텐츠가 시장에서 우세해지는 순간이다.

LMU 칼리지에서 엔터테인먼트 금융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오펜버그 교수는 최근 옵저버지를 통해 애플TV의 향후 행보를 이렇게 전망했다. “애플은 넷플릭스가 될 필요가 없거나 애플이 이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애플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려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애플은 데이터, 돈, 그리고 무엇보다 명성이 있다. 애플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서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 구독자가 결국엔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까지 서비스를 멈추지 않고 해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한정연 칼럼니스트 | Investing.com 기자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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