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저공해차서 배제된 LPG와 CNG
전기·수소차 육성 필요하지만…
섣부른 정책 친환경·에너지 안보 위협

지난 2월 정부는 저공해차에서 LPG(액화석유가스)차와 CNG(압축천연가스)차를 제외하고, 이들 차에 부여하던 각종 세제 혜택도 폐지하기로 했다. 전기 · 수소차에 산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LPG차와 CNG차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관련 업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당장 전기 · 수소에너지 체계로 넘어가기엔 장애물이 숱한 데다 국내 에너지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정부는 LPG·CNG 자동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정부는 LPG·CNG 자동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국내 자동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가 2024년부터 LPG(액화석유가스) · CNG(압축천연가스)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저공해차를 ▲전기차 · 수소차(1종) ▲하이브리드차 ·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차(2종) ▲LPG차 · CNG차(3종)로 분류하고, 세제 지원 및 구매보조금 등의 혜택을 제공해왔다. 

저공해차를 3종으로 나눈 기준은 오염물질 배출량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각 저공해차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오염물질 허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LPG · CNG차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2종 저공해차(하이브리드차)의 기준치를 초과해도, 적정 범위 안에만 있으면 저공해차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3종 저공해차가 1 · 2종 저공해차보다 오염물질 배출 기준선이 낮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3종 저공해차인 LPG · CNG차는 전기차 시대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서민을 위한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혔다. 자동차 가격도 비싸고, 충전 문제로 장거리 운행에 부담이 있는 전기차에 비해 LPG · CNG차는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운행 부담도 훨씬 낮아서다. 

3종 저공해차의 높은 인기는 실제 판매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생계형 차로 꼽히는 1톤(t) 소형트럭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LPG 차종이 1만98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만큼 3종 저공해차의 수요가 높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 2월부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열린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산업 구조가 급변함에 따라 2024년부터 자동차 세제혜택과 구매보조금 등을 전기 · 수소차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공해차’에 해당하는 전기차와 수소차만 친환경차로 인정해 국내 시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PG · CNG 저공해차서 배제 

미국 · 중국 · 유럽 등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옳은 방향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차 · 수소차를 육성하기 위해 LPG · CN G차를 배제하는 정책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정부의 섣부른 결정이 환경과 에너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며 “LPG · CNG차를 저공해차로 유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저공해차 정책으로 과연 어떤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두가지 관점에서 간략히 짚어봤다.

■관점❶ 환경 = 국내에서 LPG차의 보급이 확대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LPG차 운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LPG차의 판매량도 늘어났다. 

LPG차의 증가는 기존의 경유화물차 폐차→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감소→미세먼지 감소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참고: 1t 소형트럭 기준 경유차의 질소산화물(미세먼지 원인) 배출량은 LPG차의 93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LPG차가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감축에 상당 부문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하지만 LPG차나 CNG차가 저공해차 분류에서 사라진다면 지금까지의 선순환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유는 명확하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유로 달리는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보다 연비에서 훨씬 앞선다.

아울러 내연기관차는 전기차와 달리 주행거리와 충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화물차 운전자 입장에선 LPG차의 대안으로 가격도 비싸고, 장거리 운행 시 효율이 떨어지는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환경을 위해 무공해차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되레 내연기관차를 늘리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점❷ 에너지 안보 = 아이러니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LPG 업계에서는 LPG차의 수요가 줄면, 자칫 에너지 시장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LPG 충전소는 향후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최적의 기반 시설이다. 실제로 전국의 수소충전소 중 30여곳은 기존의 LPG충전소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방침대로 LPG차가 저공해차 분류에서 제외된다면 수송용 LPG의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LPG 수요가 감소하면 충전소 설치율도 떨어질 게 분명하다. LPG 충전소가 사라지면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에너지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또 있다. 수송용 LPG와 LPG 충전소의 ‘소멸’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수송용 LPG 공급이 점점 줄어들면 남는 선택지는 경유 · 휘발유 혹은 전기 · 수소에너지뿐이다. 

새 정부는 국내 에너지산업과 환경을 고려해 저공해차 정책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사진=뉴시스]
새 정부는 국내 에너지산업과 환경을 고려해 저공해차 정책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사진=뉴시스]

친환경이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우리나라도 전기 · 수소에너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 · 수소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하기엔 국내의 생산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다. 모든 국민에게 전기 · 수소에너지를 제약 없이 보급할 수 있는 기술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속도 조절 필요한 저공해차 정책 

그렇다고 경유 · 휘발유와 같은 화학에너지원을 다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하나뿐이다. 수송용 LPG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해외에서 에너지를 수입해다 쓰는 거다. 이 경우 에너지 자립은커녕 되레 해외 의존도만 높아지니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자, 어떤가. 앞서 살펴봤듯 저공해차에서 LPG · CNG차를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국내 산업 전반에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궁극적으론 전기 · 수소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지만, 현시점에선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는 5월 10일 문재인 정부에서 운전대를 넘겨받는 윤석열 정부가 저공해차 정책을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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