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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의 이상한 배송비 인하 정책

이케아가 배송 서비스 요금을 개편했다. 4만9000원이던 배송비를 2만9000원으로 낮췄다.[사진=뉴시스]
이케아가 배송 서비스 요금을 개편했다. 4만9000원이던 배송비를 2만9000원으로 낮췄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새로운 배송 서비스 요금을 선보였다. 배송비를 손보기 전 이케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4만9000원의 배송비를 지불해야 했다. 온라인에선 그보다 비싼 5만9000원의 배송비를 내야 했는데, 이를 50% 가까이 낮췄다. 그 결과, 서울·부산·인천·경기(일부 지역 제외) 지역 배송비는 2만9000원, 제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3만9000원으로 바뀌었다(표➊). 

이케아 측은 “소비자들이 이케아의 홈퍼니싱 솔루션을 편리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이어왔다”면서 “이번 가구 배송비 개편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가 이케아의 홈퍼니싱 제품과 솔루션으로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케아의 앞선 행보를 보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케아는 올해만 벌써 두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그 이유다. 1월에는 수납장·침대·식탁·러그 등 전체 상품 20%의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한달 후인 2월엔 전체 가구 중 35종의 가격을 최대 25% 올렸다. 이번엔 주방가구·서랍장·침대 등이 대상이었다. 이렇게 가격을 끌어올려 놓고는 4월에 배송비를 손봤으니 고개가 갸웃거려질 만도 하다. “두차례 가격 인상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배송비 인하로 무마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배송료 50% 인하 카드를 통해 예전 같지 않은 이케아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처음 한국시장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였다”면서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생각만큼 성장하진 못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무료·시공배송 등이 익숙한 한국 소비자에게 DIY(do it yourself) 시장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코로나19로 홈퍼니싱 시장이 가파르게 커졌는데도 이케아의 성장세가 예년만 못했다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이케아는 한국시장에서 매출 6872억원(2020년 9월~2021년 8월 회계연도 기준)을 올렸는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0%에 그쳤다. 한샘과 퍼시스가 각각 7.9%, 13.8% 성장하고, 신세계까사가 40.9%란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다(표➋). 

게다가 경쟁자들의 추격도 무섭다. 시장 1위 업체인 한샘은 굳건하고, 현대 리바트는 모델하우스형 쇼룸을 운영하며 이케아와 경쟁하고 있다. 가치가 급상승 중인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표➌). 배송비 인하 카드에 이케아의 복잡한 속내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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