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일까 속도조절일까

‘메기효과’. 미꾸라지 어항에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활기 있게 움직이게 된다는 의미다. 8년 전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이케아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이케아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을까. 

이케아는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연합뉴스]
이케아는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가구업계를 고사시킬 거다.” 2014년 12월 ‘이케아(이케아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둥지를 틀자 국내 가구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업체들은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등장에 겁을 먹었고, 이는 일부 가구 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와 잘 맞지 않을 거다” “국내 시장을 잘 아는 건 국내 브랜드다” 등등 다른 전망도 나왔다. 이케아의 ‘메기효과’로 국내 가구업계가 되레 수혜를 입을 거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이케아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을까. 

지난 14일 이케아는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과 방문객 수 모두 감소한 아쉬운 실적이었다. 매출액은 6186억원으로 전년(6872억원) 대비 9.9% 감소했고, 방문객 수는 같은 기간 4.5%(7000만명→6682만명) 줄었다. 

이케아가 한국 진출 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셈이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제품을 수급하는 데 차질을 겪었고, 매장 방문객 수도 줄었다”면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외변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틀린 말은 아니다. 일례로 제품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케아 온라인몰에선 재고 부족으로 구매할 수 없는 품목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케아 역성장의 원인이 대외변수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뛰어난 가성비와 디자인을 갖춘 북유럽 스타일의 브랜드’란 이케아의 경쟁력에 의문을 갖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거다. 이는 경쟁사의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경쟁사인 한샘·현대리바트의 매출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동반증가했기 때문이다.

[※참고: 이케아의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를 감안해 올해 상반기(누적) 실적으로 확대해 보면 한샘은 매출액이 8.5% 감소했고, 현대리바트는 6.5%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케아의 실적에 영향을 준 내적 변수는 뭘까. 하나씩 살펴보자. 

■ 내적 변수❶ 흔들리는 가성비 = 이케아의 대표적인 경쟁력은 ‘가성비’다. 하지만 이케아는 한국 진출 이듬해(2015년)부터 ‘가격 거품’ 논란을 빚었다. 당시 한국소비자연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의 이케아 제품 판매 가격(49종)을 확인한 결과, 한국이 스웨덴에 이어 두번째로 비쌌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는 봉이냐”는 비판이 일자 당시 이케아 측은 “각국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케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1월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이어 2월에는 전체 10%의 제품 가격을 평균 3.5% 끌어올렸다.[※참고: 이케아 관계자는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됐지만, ‘더 낮은 새로운 가격’ 제도를 운영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이케아 공식 온라인몰(이하 공식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구매대행이나 직구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한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비를 포함해도 구매대행 등을 통해 구입하는 게 더 싼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자로선 이케아의 가성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케아의 ‘산스베리 테이블’의 경우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구입할 경우 7만3890원(제품 가격 4만3890원+배송비 3만원)으로, 이케아 공식몰에서 구입(7만9000원·제품 가격 5만원+배송비 2만9000원)하는 것보다 저렴했다.

‘앙에르쉬비 2인용 소파’ 역시 구매대행 사이트에선 24만6000원(제품 가격 14만6000원+배송비 10만원), 이케아 공식몰에선 25만8000원(제품 가격 22만9000원+배송비 2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내적 변수❷한정적인 타깃층 = 제품을 직접 조립하는 이케아의 ‘DIY(Do It Yourself)’ 방식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학) 교수는 “젊은층은 DIY 방식에 익숙하지만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면서 “이 때문에 (이케아가)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는 이케아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가구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가구 브랜드 1위는 이케아(28.9%), 2위는 에이스침대(15.5%)였다. 반면 40대는 일룸(18.5%), 한샘(14.2%), 50대는 한샘(13.6%), 에이스침대(13.0%)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품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에게 이케아의 DIY 방식은 진입장벽인 셈이다. 

■ 내적 변수❸ 도심형 매장의 실패 = 이케아가 ‘정체성’을 잃어버린 점포 전략을 펼친 것도 성장세가 꺾인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당초 이케아는 2020년까지 전국에 6개 대규모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2020년 4호점 동부산점을 끝으로 신규 출점을 중단했다. 대신 도심형 매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020년 문을 연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가 그것이다.

이케아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천호점 내에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를 열었다. 말 그대로 소규모 도심형 매장으로, 전문가가 상주해 홈퍼니싱 컨설팅을 제공하는 콘셉트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제품 수가 제한적인 데다 현장에서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천호점에 진열된 제품 수는 500여개였는데, 이는 이케아 총 제품의 중 5%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인지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도 지난 4월 영업을 종료했다.

김상용 고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케아는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 외곽지역에 대규모 점포를 갖추고 글로벌 소싱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결국 적정 상권에 점포를 입점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부지 선정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규모의 경제 달성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는 올 들어 두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이케아는 올 들어 두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이케아의 성장은 정말 끝난 걸까. 그렇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대규모 매장에 다양한 쇼룸이 경쟁력인 이케아로선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만큼 향후 출점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용 교수는 “이케아는 속도조절을 하면서 한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국내 경쟁 업체들은 이케아의 공세에 꾸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 엔데믹(endemicㆍ풍토병) 시대를 맞은 이케아는 다시 출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4·2025년 강동점(서울 강동구 고덕동)ㆍ대구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이케아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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