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치솟은 홍대 상권의 변화
그럼에도 대체할 수 없는 상권

홍대 지도가 변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였던 프랜차이즈 식음료 업체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체험 공간을 강화한 패션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가 홍대 구석구석을 꿰차고 있다. 누군가는 치솟는 공실률에는 아랑곳 않는 높은 임대료가 문제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변화의 전환점에 서 있는 홍대 상권에 가봤다.

홍대는 홍대만의 매력이 있는 상권이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홍대는 홍대만의 매력이 있는 상권이다.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오면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KFC 앞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나 저마다의 목적지로 이동한다. 홍대 인근에는 KFC 말고도 버거킹·맥도날드 등 ‘만남의 장소’로 불리던 곳들이 몇군데 더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거의 사라졌다. 이젠 KFC가 사실상 유일무이하다. 언제부터일까. 

이들 매장이 문을 닫은 건 2020~2021년에 집중됐다. 임대료가 치솟은 탓일까. 아니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변화의 바람을 타지 못한 탓일까. 

떠나는 이유임대료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에 이르는 ‘홍대·합정’ 상권의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28.1%(이하 2021년 4분기 기준)다. 같은 기간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공실률이 6.8%, 서울 평균 공실률이 6.7%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이곳은 전국 주요 상권에서 명동(50.3%) 다음으로 공실률이 높은 지역이다. 2019년 4분기까진 한자릿수 공실률(7.3%)이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파르게 치솟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거의 모든 대학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데다 주점·공연장 등이 영업 제한으로 정상영업을 하지 못하자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한 결과다.

대형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2020년을 기점으로 홍대 상권을 대표하던 몇몇 프랜차이즈 매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았다. 9번 출구 KFC와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버거킹 홍대역점은 2020년 폐점했다. 

당시 버거킹은 ‘운영 효율화’로 홍대역점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인근 상권 침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후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버거킹이 있던 건물 1~2층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공실로 남아 있다. 그 주변에 있던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 커피도 2020년 말 폐점했다. 

KFC·버거킹과 함께 또 하나의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던 홍대입구역 사거리의 맥도날드 홍익대점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매장이 입점했던 건물의 재건축으로 홍익대점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면서도 “홍대 상권으로 다시 들어갈지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의든 타의든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홍대를 떠난 덴 임대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홍대·합정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1㎡당 5만3770원이었다. 3.3㎡(약 1평)에 17만7441원으로, 33㎡(약 10평)만 해도 월 임대료는 177만4410원에 이른다. 

맥도날드 홍익대점은 2021년 문을 닫았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사진=뉴시스]
맥도날드 홍익대점은 2021년 문을 닫았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사진=뉴시스]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락한 게 이 정도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엔 33㎡ 가게를 운영하려면 200만원이 훌쩍 넘는 임대료(1㎡당 6만1500원)를 내야 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이 대부분 넓다는 걸 감안하면 매월 감당해야 할 임대료가 만만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홍대 상권의 공실률이 갈수록 치솟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호병 단국대(부동산학) 교수는 “홍대 상권도 과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그때”라면서 “과거만큼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유동인구에 상응하는 수준의 임대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떠나는 이유 변화 =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하나둘 홍대를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변화’다. 홍대 상권은 최근 몇년 사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식음료 프랜차이즈가 골목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대형 플래그십스토어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참고: 플래그십스토어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이다. 소비자들이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온라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패션 브랜드 무신사는 지난해 5월 첫번째 오프라인 스토어를 홍대입구역 인근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건물(지하 1층~지상 2층)에 냈다. 오픈 3일 동안 6500여명이 몰려 1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곳은 피팅룸이 이색적인데, 조명과 휴대전화 거치대가 마련돼 있어 상품을 입어보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라이브로 스트리밍할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 주문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언제든 직접 찾아갈 수 있는 픽업 라커도 있다.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도 지난해 체험형 매장을 확대해 홍대점을 그랜드 오픈했다. 이곳에선 시즌마다 메인테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렇듯 프랜차이즈 매장이 빠진 홍대 상권에 체험형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며 홍대를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김경자 가톨릭대(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울뿐더러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가 처음 나왔을 땐 혁신적이고 앞선 기술이었지만 이젠 정형화·표준화의 상징이 됐다. 반면 플래그십스토어는 글로벌 트렌드다. 유통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은 가시적인 체험을 먼저 하고 싶어 한다. 이젠 누가 더 의외의 경험을 하게 만드는가의 경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래그십스토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호병 교수는 “홍대는 홍대만이 가진 독특함이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대학가이면서 도심과의 접근성도 좋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권이 없다. 더구나 홍대는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가진 몇 안 되는 상권이다. 임대료 조정 과정 등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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