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전략
‘공간의 재설계’ 픽업·반품함 재배치
‘기술의 재설계’ 처방적 IT 기술 활용 
‘창고의 재설계’ 혁신적 재고 솔루션 

# 유통업계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 온라인 쇼핑이 유통업계의 ‘주류’가 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거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입지는 예년만 못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벼랑에 몰렸다. 

# 하지만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코로나19가 힘을 조금씩 잃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유통업계에 또다시 새로운 판이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이커머스 기업들은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주류를 빼앗긴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까. 

# 더스쿠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통업계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바뀌어야 할 전략도 살펴봤다. 우종남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한국 지사장은 “공간, 기술, 창고를 재설계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도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유통 산업의 판도를 단번에 바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은 유통 산업의 판도를 단번에 바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다방면으로 유통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그중에서도 이커머스(electronic commerce ·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나타난 혁신과 성장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세계 각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도입했다.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상점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각종 상품을 구입했고, 이는 유통업계에 ‘원스톱 쇼핑’ 붐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당수 브랜드는 세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번 가속도가 붙은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몰랐다. 한편에선 ‘이커머스의 시대가 본격 열렸다’고 분석했지만, 반론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사라질 ‘끝이 예고된 호황’에 불과했다는 거다. 

실제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면서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몇몇 전문가는 각종 리테일(소매), 부티크(의류점포 · boutique) 등 오프라인 매장들이 영업을 재개하면 온라인에 기반한 이커머스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형성된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충분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을 이끌 대표적인 분야로는 새벽배송 시장을 꼽을 수 있다. 다음날(익일) 아침 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2020년 2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3년 11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새벽배송의 일상화가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늦은 밤 온라인 주문→다음날 아침 상품 수령’이란 쇼핑 패턴이 일상이 됐다. 업무 · 육아 등으로 바쁜 현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오프라인으로 장을 보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다시 부활한 오프라인 상점의 ‘반격’에 대응하는 키(key)로 새벽배송 시장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커머스 vs 오프라인 유통업체

그렇다고 필자가 ‘오프라인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통산업의 메인스트림을 장악한 건 사실이지만,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종언終焉을 고한 건 아니다. 

이마트 · 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게 더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믿는 고객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만든 ‘BOPIS(Buy Online Pick up In Store)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BOPIS는 식품뿐만 아니라 패션 등 다양한 리테일 부문에서 트렌디한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의류 플랫폼인 무신사는 상품을 구매한 후 배송 기간을 참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O4O(Online for Offline) 픽업 서비스를 출시했다.

막스마라 · 이자벨마랑 등 해외브랜드를 수입 · 판매하는 패션기업 LF도 지난 2월 1000여명의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픽업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무신사와 LF의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선 불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의 융합을 통해 성장 발판을 놓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온 ·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서로 융복합을 꾀하거나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어떤 태도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임해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경영 플랜을 다시 설계하고, 마케팅 방식을 재정비해야 할까. 3가지 관점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전략❶ 공간 재설계 = 첫번째 전략은 다다익선이다. 더 많은 오프라인 공간을 확보하라는 얘기다. 유통 · 물류 시스템 전문기업 지브라 테크놀로지스의 조사에서도 오프라인 거점 확보가 유통업계의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주문 상품 픽업 · 반품 전용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은 편리한 픽업 ·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제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유통업체 직원들은 “전체 오프라인 고객 중 최소 75%는 매장에 빠르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간의 세심한 설계와 배치가 필요하다.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정보처리를 위한 고성능 컴퓨터)을 설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픽업 · 반품 사물함을 배치하면 고객의 동선動線과 직원들의 워크플로를 개선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매장의 벽을 허물거나 세우는 것도 효율적인 동선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략❷ 기술 재설계 = 소비자의 구매 수요-노동력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유통업체는 상품의 생산 · 판매 프로세스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최선의 방법은 자동화다. 유통업체는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IT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커머스 전문기업과의 기술적 격차도 점점 좁혀나가야 하는 건 물론이다.

혁신적 기술 필요한 유통업체  

그렇다면 유통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선 주파수 식별(RFID) 리더기는 공급망 현황과 매장 재고를 파악 · 추적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자 선반 라벨은 백오피스(Back Office · 거래 기록을 정리 및 보관하는 장소)의 직원이 매장 내에서 손쉽게 상품 가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처방적 분석 솔루션을 활용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즉각적인 주의가 필요한 문제는 직원에게 바로 알릴 수 있다. 아울러 키오스크를 비롯한 셀프 서비스 기술은 ▲상품의 픽업 · 반품 ▲품절 상품 파악 ▲매장 내 주문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한결 개선된 독립성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유통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을 아우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통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을 아우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략❸ 창고 전략 재설계 = 첨단기술은 유통업체의 창고 전략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적용한 재고 관리 툴(tool · 도구)은 유통업체가 재고를 보충하고, 안전재고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참고: 안전재고란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른 수급 불일치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재고 수량을 말한다.]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의 경우 창고에서 작업할 때 오프라인 매장의 현황, 온라인 주문 시 요구사항에 부합할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품격 있고 매끄러운 유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공간 · 기술 · 창고 전략의 재설계를 통해 이커머스 기업과 발걸음을 맞추거나 때론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 온라인 서비스를 유통산업의 중심으로 이끌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 언뜻 온라인 서비스에 최적화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리해 보이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도 반전을 노릴 수 있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건 어렵지만 잃는 것은 쉬워진 지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글 = 우종남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한국 지사장
jwoo@zebra.com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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