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국민연금 진실과 거짓❹
시동 걸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
미뤘던 ‘보험료율 인상’ 유력해
보험료율 인상 꼭 필요한 걸까

‘회색 코뿔소’는 다가오는 모습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미리 막을 수 있는 위험을 상징합니다.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앞에도 회색 코뿔소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연금개혁입니다.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역대 정부의 난제로 꼽혀온 보험료율 인상, 과연 필요할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연금을 대수술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배경에는 국민연금을 향한 MZ세대의 불신이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 미래 세대는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MZ세대의 불안감이 한껏 높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MZ세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윤 당선인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현재로선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보험료는 적게 내고 연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구조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이런 의문도 듭니다. 정치권의 논리대로 보험료율 인상이 연금개혁의 필수 조건이냐는 겁니다. 보험료율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연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한 MZ세대 입장에선 보험료율 인상이 되레 손해만 초래하는 정책은 아닐지 걱정이 될 법도 합니다.  

보험료율 인상책은 과연 국민연금 고갈을 막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MZ세대는 정부의 보험료율 인상을 순순히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인 건 사실입니다.

현재 불거진 국민연금 위기론이 지나치다고 바라보는 김연명 중앙대(사회복지학) 교수도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엔 공감했습니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국민연금의 재원을 로봇세 · 탄소세 등의 세금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운영 시) 세금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들은 보험료율을 조금 올려 충당하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를 안전과 타이밍이라는 두가지 키워드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상 이유❶ 안전자산 = 팩트체크 세번째 편(통권 490호 · 결국 받는 이가 많아서… 고갈의 덫)에서 살펴봤듯 국민연금공단에는 ‘연금기금’이란 저금통이 있습니다. 지금의 MZ세대가 30년 후 걱정 없이 연금을 받으려면 연금공단의 저금통이 꽉 차 있어야 합니다. 저축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금공단에서 연금급여로 꺼내 쓸 수 있는 자금도 풍부해지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 저금통이 조금씩 비어간다는 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다시 채워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연금공단이 돈을 많이 벌어서 저금을 많이 하면 됩니다.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보험료 수입을 늘리거나 주식 · 채권 등을 통해 얻는 투자수익을 늘리는 겁니다.

투자수익 좌우하는 변수 숱해

이 말을 들으면 혹자는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투자수익을 확대하면 될 일 아니냐”고 물을 겁니다. 언뜻 옳은 말이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투자수익은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경제지표, 국제정세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대외 변수에 따라 연금공단의 투자수익이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연금공단의 투자 성적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지난해 연금공단은 연평균 투자수익률 10.77%, 수익금 91조2000억원이란 호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시장에 돈을 풀고,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 호황을 불러온 결과입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했던 2018년에는 연금공단의 투자수익률과 수익금이 모두 마이너스(각각 -0.92%, -5조9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연금공단이 투자하는 원금은 ‘저금통’인 연금기금에서 나옵니다. ‘저금통’인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금도 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공단이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은 국민들에게 거둔 보험료뿐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부터 2021년까지 연금공단의 투자수익은 들쭉날쭉했지만, 보험료 수입은 매해 증가했습니다. 지난 33년간 누적치를 비교해보면 보험료 수입이 681조1312억원으로 투자수익(530조7704억원)보다 150조원 이상 많았습니다. 

연금공단의 저금통(연금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보험료 수입이 투자수익보다 더 큽니다. 연간 투자수익이 보험료 수입을 앞섰던 적은 단 5차례(2009~2010년 · 2019~ 2021년)뿐이죠. 결국 저금통이 바닥나지 않으려면 언제 쪼그라들지 모를 투자수익보단 안전자산인 보험료 수입을 확대하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인 셈입니다. 

■인상 이유❷ 타이밍 = 자, 연금개혁의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이 거론되는 이유를 이제 좀 이해하셨나요?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보험료가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문제는 보험료율 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가 내야 할 보험료가 되레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2018년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일명 재정계산)’을 토대로 만든 예상 시나리오를 보시죠.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이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최소한의 보험료율은 ▲2020년 18.20% ▲2021년 18.37% ▲2025년 19.12%입니다.

현행 보험료율이 9.0%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 9.20%포인트, 2021년 9.37%포인트, 2025년 10.12%포인트씩 보험료율을 올려야한다는 얘기입니다.[※참고: 이 시나리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정부 · 연금공단의 통계를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언젠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언젠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사진=뉴시스]

자! 그렇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것만이 연금개혁을 위한 유일한 방법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고,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등 논의할 만한 대안은 많습니다.

다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받는 기간도 길어집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연기연금(수령 시점을 뒤로 미뤄 받는 연금)일수록 월 연금수령액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당장의 재정 고갈은 막아도 장기적 관점에선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세대 부담 더 늘리지 않으려면… 

이런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현세대가 연금공단의 저금통에 최대한 많은 돈을 저금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선 미래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셈입니다.

관건은 세대 간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특정 세대에 부담이 가중되지 않으면서도 세대 간 형평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금개혁, 윤석열 당선인은 해낼 수 있을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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