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건수 1억건 돌파한 따릉이
성공한 공공 서비스로 꼽히지만…
자전거 도로망 구축 등은 과제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 ‘따릉이’는 서울시의 가장 성공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어디서나 손쉽게 대여·반납할 수 있고 이용금액도 1시간에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다. 따릉이가 운영 7년 만에 이용건수 1억건을 넘어설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따릉이가 시민의 발로 자리 잡기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디지털 약자인 중장년층이 소외된 데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도 많지 않아서다.

따릉이가 운영 개시 7년 만에 누적 이용건수 1억건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따릉이가 운영 개시 7년 만에 누적 이용건수 1억건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조서연(32)씨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따릉이’를 탄다. 걸어서 15분 이상 걸리는데다, 버스를 갈아타기도 번거로워서다. 조씨는 “정기권(180일간 하루 1시간씩·1만5000원)을 끊어 가격 부담도 없다”면서 “평소 따로 운동을 하기도 어려워 따릉이를 타는 게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윤주혜(30)씨도 종종 따릉이를 탄다. 야근한 날이나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따릉이를 찾는다. 그는 “버스가 끊기거나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 따릉이가 유용하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시민의 발’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운영을 시작한 지 7년여 만에 누적 이용건수가 1억2만건(2015년 10월~2022년 4월)을 넘어섰다. 서울시 측은 “코로나19 이후 따릉이 이용건수가 급증(2020년 24.0%·2021년 35.0%)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1억건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유정책 중 따릉이는 인지도(98.8%) 면에서나 이용만족도(98.8%) 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참고: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유정책은 따릉이, 공공와이파이, 나눔카, 공공시설 개방, 공공데이터 개방 등 10가지다.] 

이같은 호평 덕분인지, 서울시는 따릉이를 추가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청와대 개방과 함께 청와대 인근에 대여소 5곳, 거치대 100개를 설치 중인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렇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중 대표적인 건 따릉이의 연간 적자가 100억원대라는 점이다. 실제로 2019 ~2021년 따릉이 운영 대수가 1만대 넘게 늘면서(2019년 2만9500대→2021년 4만500대) 적자 규모도 89억원에서 103억원으로 함께 커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따릉이 신규 도입을 잠정 중단하려다 여론이 악화한 탓에 철회한 것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폭 때문이었다.[※참고: 서울시는 지난해 따릉이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추가 구매비(2022년도)를 배정하지 않았다가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해 10월 “공공자전거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 ‘따릉이 시즌2’를 시작하겠다”면서 “2022년까지 따릉이 6000대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교통복지 차원에서 도입한 따릉이를 두고 적자를 운운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따릉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복지·환경 차원의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따릉이는 버스·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해도 교통혼잡·미세먼지 저감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 버스·지하철 등에 투입되는 공적자금과 비교해도 따릉이의 적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따릉이의 이용 편의성을 제고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따릉이가 좀 더 많은 시민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들 세대에겐 조금 낯선 ‘디지털 방식’이어서다. 

직장인 이재용(60)씨는 “예전에 딸과 함께 따릉이를 타봤다”면서 “그 이후에도 종종 타고 싶었지만 앱을 이용하는 게 쉽지 않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주부 김근애(58)씨 역시 따릉이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꼬집었다. “젊은 친구들이 타는 걸 보면 한번 타보고 싶다가도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따릉이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따릉이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따릉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모바일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앱 다운로드·회원가입·코드 스캔·이용권 구매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젊은층에겐 손쉬울지 모르지만, 디지털 약자인 중장년층에겐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따릉이 이용건수가 1억건에 달하고 회원 수가 351만명(2022년 4월)을 넘어섰지만 이용객 대부분이 젊은층에 국한돼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따릉이 회원의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20대(36.0%), 30대(23.0%)가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5060대 비중은 8.0%(50대 6.0%·60대 2.0%)에 그쳤다. 젊은층에 비해 중장년층의 자전거 수요가 적긴 하지만 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서울시가 아직까진 마땅한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제는 또 있다. 따릉이를 타고 도심을 누빌 만한 자전거도로 확대가 더디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내 자전거도로는 총 1258㎞로 그중 자전거만 다니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182㎞(14.4%)에 불과하다. 그 외 대부분은 자동차나 보행자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등이다.

따릉이를 6000대 더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고 자전거도로 확충을 위한 관련 예산은 되레 줄여버린 서울시의 정책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참고: 서울시의 올해 자전거도로 확충 예산은 30억원으로 지난 3년래(2019년 71억원, 2020년 49억원, 2021년 73억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자전거도로 연장 계획도 지난해(30㎞)보다 짧은 23㎞에 그칠 전망이다.]

정경옥 연구위원은 “안전한 자전거 문화 확산을 위해선 자전거도로를 늘려 이어지도록 하는 ‘도로망’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와 도로가 이미 구축돼 있는 상황이어서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를 확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다니는 우선도로를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자전거가 우선도로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통행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자전거 우선도로를 넘어 추월하는 등 자전거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도로교통법상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따릉이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고장’도 가파르게 늘었지만, 정비 인원이 그대로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따릉이 정비센터는 간이정비소를 포함해 총 10곳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정비 인력은 60명이다. 따릉이가 5600대에 불과하던 2017년 정비인력이 3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따릉이 대수가 6배 증가하는 사이 정비인력은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시 측은 “늘어나는 따릉이 정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일반 자전거 대리점을 연계한 ‘따릉이포(2022년 77곳)’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따릉이 재배치 시 공기압 등을 점검해 고장을 사전에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따릉이는 서울시의 가장 성공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히지만, 남은 숙제가 많다. 따릉이는 과연 숙제를 풀고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교통복지 플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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