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두달 연속 금리인상, 커지는 긴축 고통

한은이 기준금릴ㄹ 전달에 이어 또다시 인상했다.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효율적인 정책 조합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한은이 기준금릴ㄹ 전달에 이어 또다시 인상했다.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효율적인 정책 조합이 긴요하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4월에 이어 두달 연속 금리인상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11월, 올 들어 1·4월에 이어 5월까지 최근 9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인상돼 연 1.75%가 됐다. 금융통화위가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건 2007년 7~8월에 이어 14년9개월 만의 일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높였다. 기존 ‘성장률 3.0%, 물가상승률 3.1%’ 조합이 ‘성장률 2.7%, 물가상승률 4.5%’ 조합으로 바뀌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은 3.0%에서 2.8%로, 물가상승률을 1.7%에서 4.2%로 조정했다. 한은과 KDI 공히 한국 경제가 ‘2%대 성장률, 4%대 물가상승률’로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물가 오름세는 자못 심각하다. 3월 4.1%였던 상승률이 4월에 4.8%로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이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5월 물가상승률은 5%도 넘어설 태세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든다. 지속적인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은 고지서 없이 거둬 가는 세금 같다고 해서 ‘소리 없는 세금(silent tax)’으로 불린다.

물가상승률을 산정하는 기준에 미국처럼 주택가격 등 주거비를 포함하면 상승률이 7%대로 높아진다.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컫는 기대인플레이션도 10년 만의 최고치다.

물가안정이 핵심 정책 목표인 한은으로선 통화정책을 긴축 모드로 전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 모두 당분간 긴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식료품·외식 등 생활물가 안정과 생계비 경감 방안을 담은 민생안정 대책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 정책의 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으로선 금리 상승기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빚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부처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제수지가 악화하고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인하를 포함한 탄력적인 물가안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가안정 노력과 함께 저성장을 탈피해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경제활동의 중추인 기업들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마침 삼성, SK, 현대차 등 대기업 그룹들이 약 1000조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 모빌리티, 로보틱스, 우주항공, 탄소중립 등 미래 신산업에 투자하고, 고용도 늘리겠다는 청사진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돼 기업들이 이윤창출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했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과거처럼 새 정부 출범 축하용 립 서비스에 그칠지 여부는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로 인한 초긴축 정책으로 복합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 자유무역 및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이 와해되고,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주도권 다툼이 노골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나섰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하고,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제한했다가 완화하는 등 에너지 및 자원에 이어 식량까지 무기화하는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거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가상화폐와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가격 하락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확산하며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되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고, 세계 경제의 침체는 장기화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젊은 2030세대 공무원들을 만났다. 빨간색 야구 방망이를 받아 스윙을 해보였고, 권투 글러브를 받고서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규제혁파’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재도약하고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경제 파이팅”을 외쳤다.

세리머니나 구호로만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대비되는 ‘민간 주도 성장’이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과학과 기술, 혁신에 기반한 경제정책으로 기업가정신을 자극하고 기업 활동을 북돋아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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