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폭등

언제부턴가 카드결제대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달엔 충동구매를 했나’하고 명세표를 들여다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늘 가던 곳을 가고, 먹던 걸 먹었다. 그런데도 결제대금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 오른 게 없는 물가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민들의 부담은 얼마나 무거워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주부 지나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서민들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사진=연합뉴스]
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안 오른 게 없다. 서민들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사진=연합뉴스]

5년차 주부 한지나(가명·38)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맞벌이 부부라 장볼 시간이 많지 않아 일주일 치 식량을 한꺼번에 사두곤 한다. 남편과 아이까지 3명이 먹는 건 늘 비슷하다. 셋 다 익숙한 걸 좋아하는 탓에 먹는 걸로 모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쇼핑목록도 늘 거기서 거기다.

이날은 마침 집에 있던 재료들까지 떨어져서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가공식품 코너로 향했다. 밀가루(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1㎏·1537원)와 부침가루(오뚜기 부침가루·1㎏·2854원)를 먼저 담고, 밥하기 귀찮을 때 끓여 먹을 라면(신라면·5개입·4052원)과 국수(옛날국수 소면·900g·3646원)도 샀다. 얼마 전에 튀긴 음식을 먹느라 남은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 쓴 식용유(오뚜기 콩기름 100%·900mL·4970원)도 잊지 않고 챙겼다. 

아이가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하기 전에 종종 먹는 시리얼(포스트 콘푸라이트·600g·6548원)과 빵(정통크림빵·3개입·3387원)은 이젠 눈 감고도 찾아 넣는 품목이다. 아차! 설탕(백설 하얀설탕·1㎏·2042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사이 남편은 아이가 볼세 라 몰래 콜라(코카콜라·1.8L·3419원) 한병을 쇼핑카트에 담았다.

이번엔 육류코너다. 지나씨는 3인 가족 각자의 취향을 고려해 육류는 골고루 사는 편이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3865원)과 소고기 등심(1+등급·100g·1만6404원)은 각각 1근(600g)씩 사고, 백숙 해먹을 닭(하림자연신록백숙·830g·1만88원)도 한마리 샀다.

언젠가부터 오징어(생물·5223원)가 금값이라 수산물 코너에서 잠깐 망설였지만 술안주로 오징어볶음을 좋아하는 남편을 생각해 못 이기는 척 2마리를 골라 카트에 넣었다. 하루 한번씩 달걀요리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 몫으로 달걀(풀무원 동물복지 목초란·대란 10개·7444원)도 샀다.


다음엔 채소코너로 옮겨 나머지 장을 봤다. 삼겹살을 샀으니 쌈채소가 빠지면 섭섭하다. 깻잎(100g·2828원)과 상추(적상추·100g·2528원)를 적당히 집어 비닐에 담고, 구워 먹을 양송이버섯(100g·3452원)도 카트에 담았다.

지나씨가 늘 베란다 식량창고에 구비해놓는 감자(껍질 있는 감자·100g·509원)와 양파(껍질 있는 망포장·1.5㎏·3415원), 양배추(1포기·5283원)도 쇼핑 목록에 추가했다.[※참고: 가격은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서비스 ‘참가격’의 5월 평균가격으로 통일했다.]  

이날 지나씨가 20개 품목을 사면서 쓴 돈은 총 20만470원이다. 오늘은 뭘 이렇게 많이 샀나 싶었지만, 목록을 훑어보니 늘 사던 것들이다. 품목이 추가된 게 아니라 가격이 비싸진 결과였다. 

코로나19도 없고, 밀가루·식용유 대란도 없던 2019년 5월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때도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올라 비싸다는 아우성이 많았는데, 이 정도였을까.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보면 2019년 5월엔 14만3805원으로 장을 볼 수 있다. 물가가 오른 탓에 지금은 그때보다 5만6665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밀가루 평균가격은 1436원에서 1537원으로 7.0% 올랐고, 식용유는 3724원에서 4970원으로 33.5% 비싸졌다. 국수는 오름폭이 더 크다. 2019년 5월에 평균 2408원이던 국수가 올 5월엔 3646원이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거다. 빵(2505원→3387원)과 콜라(2694원→3419원) 가격이 오른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엔 채소가격마저 불안하다. 때 이른 폭염과 가뭄으로 벌써부터 채소가격이 뛰고 있다. 삼겹살 살 때 부담 없이 골라 담던 양송이버섯은 언젠가부터 부담스러운 몸값이 됐고, 상추와 깻잎도 점점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2159원이던 양송이버섯(100g) 가격은 최근 3452원으로 59.9%나 뛰었다. 상추(1292원→2582원)와 깻잎(905원→2828원)은 각각 95.7%, 212.5% 올랐다. 20개 품목 전체를 다 비교해보면 2019년보다 평균 49.3%가 비싸졌다.

사료값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크게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료값이 오르면서 육류 가격도 크게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을 보고 온 날 저녁 지나씨 가족은 삼겹살 1근을 구워 상추와 깻잎에 싸 먹었다. 여기에 양송이버섯도 곁들였다. 2019년이라면 이 상차림에 1만8996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3만1998원이 든다. 다시 말해 2019년엔 2만원이면 가능했던 일이 이젠 3만원을 갖고도 안 된다는 얘기다.

식사를 마친 지나씨 가족은 TV 앞에 앉아 저녁 뉴스를 시청했다. 세계 1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자국 내 물가 상승을 우려해 올해 수출량을 1000만t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엔 파키스탄이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앞으로 뭐가 또 얼마나 오를지 지나씨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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