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관심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줄어드는 접속률에 관련 주가도 하락세
싸이월드 부활 성공할 수 있을까

4월 2일 재오픈 후 ‘반짝 흥행’에 성공했던 싸이월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앱을 삭제하는 이들은 점점 늘고, 그나마 남아 있는 회원 중 일부는 ‘흑역사가 들춰질까’ 우려해 미니홈피를 다시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싸이월드를 향한 이용자들의 ‘추억’도 소진된 지 오래입니다. 싸이월드, 이대로 괜찮을까요.

싸이월드가 100일을 맞았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싸이월드가 100일을 맞았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4월 2일 싸이월드가 다시 오픈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재오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은 ‘싸이월드가 부활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표했습니다. 흥행 가능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재오픈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서비스 정상화를 예고한 지난해 2월 이후 총 6번에 걸쳐 서비스 오픈을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 측은 연기 이유로 ▲모바일 서비스 추가 ▲데이터 복원 지연 ▲해킹 ▲앱 마켓의 승인심사 지연 등 갖가지 이유를 들었고, 그럴 때마다 소비자의 실망감도 커져만 갔습니다.

싸이월드가 자신 있게 준비하던 메타버스 서비스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싸이월드는 한글과컴퓨터와 협업해 만든 ‘싸이월드 한컴타운’의 베타 버전을 지난해 12월 공개했는데, 콘텐츠가 부족한 건 물론이고 수준 낮은 2.5D 그래픽에 불편한 조작감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습니다.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싸이월드가 한컴타운 출시를 연기하고 서비스 보완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품질 논란이 일단락되긴 했죠.

이런 과정을 거쳐 싸이월드는 우여곡절 끝에 재오픈에 성공합니다. 처음엔 소비자들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4월 19일 당시 싸이월드의 발표에 따르면 일주일간 싸이월드를 다녀간 이용자 수는 390만명을 넘어섰고, 일 방문자 수(DAU)도 최대 245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이같은 기세 덕분인지 ‘잠자던(휴면) 계정’을 복구한 회원도 현재 600만명(6월 초 기준)을 돌파했습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일촌의 일촌인 회원의 미니홈피(홈페이지)를 방문할 수 있는 ‘파도타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일촌 신청을 맺기 위한 온라인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싸이월드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문자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싸이월드의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정말 싸이월드가 ‘대세 SNS’가 돼가고 있는 걸까요? 하나씩 살펴보시죠.

온라인 공간에 ‘싸이월드 카페’가 만들어진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활성화돼 있느냐죠. 싸이월드 카페 중에서 그나마 활동하고 있는 곳은 ‘싸이월드 SNS커뮤니티(네이버)’인데, 가입자가 100명(6월 28일 기준)도 되지 않습니다. 싸이월드가 소비자 사이에서 문화가 돼가고 있다고 보기엔 규모가 무척 초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싸이월드 앱을 삭제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의 조사에 따르면 4월 16일 –2.3%(전주 대비 기준)였던 싸이월드 앱을 설치한 기기의 증가율은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렀고, 지난 6월 18일엔 –4.0%까지 떨어졌습니다. 싸이월드를 이탈하는 회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계정을 복구한 회원이 600만명을 넘어섰는데도 싸이월드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싸이월드에 회원을 잡아둘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싸이월드가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무기로 삼았던 건 ‘추억’입니다.

싸이월드는 2020년 11월 서비스를 종료하기 전까지 회원들이 싸이월드에 올렸던 180억개의 사진과 동영상·게시글 등 거대한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습니다. 재오픈 직후엔 이 DB를 복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죠. 회원 DB가 싸이월드를 흥행으로 이끌 원동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재오픈한 싸이월드를 가장 많이 방문한 연령층은 과거 전성기 시절 싸이월드를 즐겼던 30대(51.0%)와 40대(26.0%)였습니다. 이들은 예전에 자신이 올렸던 사진과 글들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싸이월드를 찾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20대는 12.0%, 10대는 1.0%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싸이월드가 흥행하기 위해선 30~40대를 타깃으로 삼아야 합니다.

문제는 싸이월드가 이 회원 DB를 통해 ‘추억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6월 29일 기자의 싸이월드를 확인해보니 일촌 218명의 대부분이 휴면계정이거나 휴면해제 후 미니홈피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였습니다. 미니홈피를 공개한 일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죠. 미니홈피를 공개하지 않으면 일촌의 사진·글 등 게시물을 보거나 일촌에게 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사실상 싸이월드에서 활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싸이월드 흑역사 됐나

그럼 휴면을 해제한 회원들이 얼마 가지 않아 미니홈피를 비공개로 돌려놨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싸이월드의 앱 평점 및 리뷰(구글 플레이 기준)에 적힌 평가들을 보면 이용자들의 방문 의도가 잘 드러납니다.

“모든 사람이 비공개 홈피로 해두면 무슨 재미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전○○○).”
“다들 과거가 부끄러운가 봐. 다 비공개야(박○○)”
“자자 다들 흑역사 삭제하러 갑시다(쫑○○○)”
“흑역사 지우고 떠납니다(공○○)”


이 글대로라면 미니홈피를 비공개로 전환한 회원들은 자신의 게시물만 확인하고 싸이월드를 향한 발길을 끊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들에겐 싸이월드가 SNS가 아닌 ‘추억 저장소’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죠.

싸이월드를 둘러싼 불안한 조짐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서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 투자 기업 중 하나인 다날의 주가는 4월 1일 1만1500원에서 7월 7일 7100원으로 38.2%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NHN벅스(1만8850원→8850원·53.0%), 한글과컴퓨터(2만3100원→1만7250원·25.3%), 초록뱀컴퍼니(1315원→813원·38.1%) 등 다른 투자 기업들의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자는 “최근의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릅니다만, 이들 기업의 하락세는 같은 기간 증시 하락률(코스피 14.7%, 코스닥 19.4%)보다 훨씬 큽니다. 싸이월드의 부진이 주가에 나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참고: 싸이월드의 최대주주인 인트로메딕은 감사 문제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3월 15일 이후로 현재까지 주식 거래가 중지된 상태입니다.]

물론 싸이월드는 회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6월 9일 미니미(아바타)와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선물가게 서비스를 시작한 게 대표적입니다. 미니홈피 꾸미기가 예전 싸이월드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싸이월드의 판단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에 싸이월드를 했던 연예인의 과거 사진이 뉴스를 타고 퍼지는 것도 소소한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싸이월드 한컴타운의 개선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래픽을 2.5D에서 3D로 업그레이드하고 미니미(아바타) 종류 15종 추가, 모션 등 상호 작용 효과를 추가해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데 힘썼죠.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출시를 위한 앱 승인을 끝마쳤고, 애플 앱스토어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홈피 꾸미기나 메타버스는 어디까지나 부가 서비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원들을 계속 방문하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ㅇ시도를 하는 싸이월드의 노력은 한낱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큽니다. 싸이월드가 내세운 ‘추억팔이’를 넘어서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영재 한양대(문화콘텐츠학) 교수는 “광범위하지만 특색 없는 SNS 생태계에 소비자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싸이월드만의 특화된 콘셉트를 확보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숱한 우려를 떼치고 싸이월드는 정말로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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