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특화한 이프랜드 경쟁력
놀이로 승부 건 넘버1 로블록스
토종 서비스 제페토와도 싸워야

토종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한류’의 힘 덕분인지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다음 스텝이 관건입니다. 경쟁업체인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이미 이용자 입맛대로 메타버스를 주무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데 반해 이프랜드의 ‘자유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이프랜드는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이프랜드가 세계 48개국에 앱을 론칭했다. 관건은 업계 1위 로블록스를 넘어설 수 있느냐다.[사진=이프랜드 제공]
이프랜드가 세계 48개국에 앱을 론칭했다. 관건은 업계 1위 로블록스를 넘어설 수 있느냐다.[사진=이프랜드 제공]

수십명의 팬이 가수들을 보기 위해 무대를 빙 둘러쌉니다. 흥에 취한 관객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이 영상에서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지릅니다. 어떤 이들은 단합심을 뽐내려는 듯 의상도 똑같이 맞췄습니다. 가수들이 춤을 추면 함께 군무를 추며 ‘팬심’을 드러냅니다. 이렇게만 보면 여느 콘서트장의 모습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한가지 다른 점은 이 행사가 온라인에서 치러졌다는 점입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통해서죠. 지난해 열린 ‘이프랜드X주간아이돌 메타버스 특집-케이챔프어워드 2022’에서 팬들은 자신의 분신인 ‘이프미(아바타)’로 접속해 이프랜드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이프랜드에 힘 쏟는 이유 =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이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인데,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메타버스 시장의 전망이 낙관적입니다. 지난해 6월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상반기에만 전세계 기업과 투자사들이 메타버스에 총 1200억 달러(148조500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이는 전년 투자금액(570억 달러)의 2.1배나 됩니다.

맥킨지는 2030년엔 공연 같은 라이브 이벤트의 50.0%, 전자상거래의 80.0%가 메타버스에서 이뤄질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습니다. 향후 메타버스가 온라인 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본 셈입니다.

SK텔레콤이 이프랜드에 집중하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겁니다. 국내 통신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건 오래전 일입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최근 일제히 ‘탈통신’을 외치며 인공지능(AI)·지식재산권(IP) 사업 등 통신 외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게 이를 잘 보여주죠.

미래의 먹거리여서인지 SK텔레콤은 이프랜드의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론칭한 지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49개국에 글로벌 버전의 모바일 앱을 출시했습니다.

동시에 이프랜드 내 콘텐츠도 강화했습니다. 지난해 9월엔 특정인을 후원할 수 있는 ‘이프랜드 포인트’를 도입했고, 이프미의 의상을 만드는 ‘이프랜드 스튜디오’도 출시했습니다. 덴마크 패션 기업 ‘비르거 크리스텐슨’과 제휴해 올해 안에 메타버스 의상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내부에선 해외 진출의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흘러나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출시 한달여 만에 동남아와 북미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K-팝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 넘어야 할 큰 산 = 세계 무대를 사업영역으로 삼은 만큼 이프랜드가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 메타버스 1위 로블록스입니다. 현재 180여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로블록스의 위상은 어마어마합니다.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일찌감치 2억명을 돌파했고(2억200만명·2021년 4월 기준), 일활성사용자 수(DAU)도 5880만명(2022년 3분기 기준)에 달합니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26.16달러로 저점을 찍었던 로블록스 주가도 현재 33.21달러(1월 13일)로 26.9% 올랐습니다.

로블록스 꺾을 한방 있나

관건은 이프랜드에 로블록스를 넘어설 만한 ‘한방’이 있느냐는 겁니다. 로블록스는 ‘놀이’에 특화한 메타버스입니다. 로블록스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학교·도시 등 현실 세계의 활동을 가상세계에서 즐겨보는 체험입니다. 이밖에 역할극·공포체험 등 각종 체험 장르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이용자들이 로블록스를 거대한 ‘놀이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실제로 로블록스 이용자는 체험을 즐기기 위해 로벅스(게임 내 가상화폐)로 해당 장르를 구매하고 의상·아이템을 삽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체험 장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제작 프로그램도 세심하게 지원합니다.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인지 지난해 로벅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한 2억1200만 달러(2633억원·2022년 10월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가상세계를 꾸밀 수 있도록 하는 건 메타버스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입니다. 메타버스 트렌드를 연구하는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자유도는 소셜(사회적 연결), 수익화와 함께 메타버스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3가지 요소 중 하나다. 자유도가 높을수록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곧 메타버스의 자산이 된다. 또 이용자가 몰입할 수 있어 메타버스에 계속 머물 확률도 높아진다. 높은 자유도가 메타버스의 원동력인 셈이다.”

그럼 이프랜드는 어떨까요? 현재의 이프랜드는 체험보단 ‘모임’에 특화돼 있습니다. 가상공간인 ‘랜드’에 최대 131명(로블록스는 50명)이 모일 수 있을 정도죠. 이프랜드에서 열리는 행사 가운데 페스티벌이나 강연회·토론회 등이 많은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프랜드의 모임엔 로블록스의 ‘체험’처럼 이용자를 잡아끌 만한 유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프랜드의 한달 동안 이프랜드에 머문 시간은 평균 61분(2022년 6월 기준)에 불과합니다. 로블록스 이용자들의 일평균 체류시간이 2시간36분이란 점을 생각하면 흡인력의 차이가 극명하죠.

박상주 메타버스콘텐츠블록체인NFT포럼 사무총장은 “메타버스도 결국 플랫폼이다”면서 “플랫폼이 이용자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만큼 이용자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만드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프랜드의 자유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론칭 초기에도 별다른 놀잇거리가 없다는 단점이 꾸준히 지적돼왔죠.

[사진 | 이프랜드 제공]

언급했듯 후원 시스템과 제작 스튜디오를 도입해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긴 했습니다만, 이것만으론 업계 1위인 로블록스를 따라잡기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프랜드와 콘셉트가 비슷한 또다른 토종 서비스 ‘제페토(ZEPETO)’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가 론칭한 제페토는 세계 200 여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인데, MAU가 20 00만명(2022년 8월)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이중 해외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96.0%입니다. 이프랜드보다 한발 먼저 해외 시장을 선점한 셈입니다.

토종 서비스와도 싸워야

제페토의 장점은 또 있습니다. 제페토는 로블록스 못지않은 자유도를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2019년에 가상공간 ‘월드’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스튜디오 ‘빌드잇’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빌드잇을 통해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월드를 만들 수 있죠. 물론 의상과 아이템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페토에서 판매 중인 아이템 개수는 1억개(2022년 5월)가 넘습니다.

이프랜드에서 방송 중인 한 인플루언서는 “방송이나 강연 말고는 이프랜드에서 즐길 만한 게 별로 없었는데, 아이템 제작 기능이 생기면서 그나마 활력이 생겼다”면서 “이프랜드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한계가 있으니 하루빨리 랜드 제작 기능이 추가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프랜드가 제페토와 로블록스를 뛰어넘으려면 높은 자유도가 반드시 필요하단 얘기입니다. 과연 이프랜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서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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