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재론칭 300일 맞는 싸이월드
싸이월드 기능 재연했지만
기존 유저도 유인하지 못해
추억 없는 MZ세대엔 과거 이야기
사람 없는 싸이타운의 현주소

재오픈한 싸이월드를 찾는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재오픈한 싸이월드를 찾는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 ‘도토리’와 ‘1촌’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올해 한번쯤은 다시 문을 연 싸이월드를 방문해봤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은 풋풋했을 때 찍어둔 사진·동영상과 흑역사가 적혀 있을지 모르는 다이어리 등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서였겠죠. 그 덕분인지 4월 2일 재오픈한 싸이월드는 하루에만 수백만명의 이용자가 드나들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 하지만 싸이월드의 ‘새출발’은 사실 불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오픈 직전까지 서비스가 완전하지 않았고, ▲데이터 복구 지연 ▲해킹 ▲앱 승인 심사 지연 등 예기치 않은 악재들이 쏟아졌습니다. “추억 없는 MZ세대에게 추억팔이를 한다”는 쓴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 그래서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싸이월드에 드리운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첩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다이어리 등 주력 콘텐츠를 모두 공개했음에도 이용자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운용사 간 불화, 암호화폐 상장 폐지 등 악재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싸이월드의 2022년 성적표를 냉정히 따져봤습니다.

“싸이월드, 못다 한 이야기가 곧 시작됩니다.” 2022년 4월 2일, 한때 ‘국민 SNS’로 불렸던 싸이월드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6번에 걸친 서비스 오픈 연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메타버스 서비스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에 흥행 여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죠.

오픈 초기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부정적인 전망을 잠재우는 듯했습니다. 싸이월드의 발표에 따르면 4월 19일 기준 일주일간의 이용자는 390만명을 넘어섰고, 일 방문자는 최대 245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싸이월드 휴면 계정을 복구한 회원도 6월 초 600만명을 돌파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의 흥미는 빠르게 식어갔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에 따르면 휴대전화·태블릿 등 싸이월드 앱을 설치한 기기 수의 증감률은 4월 9일 –6.47%에서 6월 18일 –4.0%로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싸이월드 앱을 설치했던 이용자들이 앱을 지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재오픈한 지 300일이 다가오고 있는 싸이월드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요? 싸이월드의 개발사인 싸이월드제트는 이용자 관련 통계를 내놓고 있진 않습니다만, 싸이월드의 인기를 가늠해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국내 앱 중 싸이월드의 다운로드 랭킹 순위는 20 22년 10월 1일 253위에서 12월 1일 381위로 두달 새 128계단 하락했습니다(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경쟁 앱인 인스타그램(58위·12월 1일 기준)이나 트위터(143위)와 비교하면 성적이 초라합니다.

이용자들의 평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싸이월드의 평점은 12월 26일 기준으로 5점 만점에 3.6점(총 2만여명 작성)입니다. 페이스북(3.3점)과 인스타그램(3.8점)의 평점과 비슷하긴 합니다만, 두 앱에 평점을 매긴 이용자가 각각 1억명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 싸이월드가 이들 앱 품질과 비슷하다고 확정 짓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싸이월드가 복구해준 사진 중 누락된 것이 많다’ ‘사진의 날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사진 기능 이외의 서비스가 없다’ 등 기본적인 서비스의 품질을 지적하는 후기가 적지 않아서입니다.

문제는 차갑게 식어가는 인기를 다시 달궈줄 수 있는 ‘한방’이 싸이월드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가 주력 콘텐츠로 내세웠던 사진첩과 동영상은 예상대로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과거 싸이월드제트는 “사진 170억장, 동영상 1억5000만개를 복원하겠다”고 밝혔고, 이 소식 때문인지 싸이월드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려는 이용자들로 붐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죠. 사진과 동영상만으론 싸이월드에 이용자를 장기간 붙잡아두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실까요? “소비자가 플랫폼에 계속 찾아오게 만들려면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거나, 플랫폼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추억을 원동력으로 삼는 복고 문화는 이용자의 관심을 잠깐 붙잡아두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싸이월드는 이를 염두에 두고 후속타를 준비했을까요? 2022년 7월 선보인 메타버스 앱 ‘싸이타운’이 있긴 합니다. 싸이타운은 싸이월드의 캐릭터인 ‘미니미’를 아바타처럼 조종해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입니다.

[자료 | 데이터에이아이. 참고 | 구글 플레이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데이터에이아이. 참고 | 구글 플레이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싸이타운도 싸이월드와 마찬가지로 출시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2022년 12월 시범 버전인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선보였지만 “그래픽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의식한 싸이월드는 그래픽을 기존 2.5D(2D를 3D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에서 3D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미니미에 다양한 이모티콘과 동작을 추가해 다른 이용자와 친밀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신경도 썼습니다.


하지만 싸이타운 이용자는 여전히 저조합니다. 출시한 지 5개월이 지났음에도 싸이타운 앱 다운로드 수는 1만여회(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불과합니다. 기자가 직접 회원 가입해 접속해 본 싸이타운도 썰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앱 내 가상의 공간인 싸이타운에서 1시간을 기다려 봤지만 다른 이용자를 만날 수 없었을 정도입니다.

새단장한 메타버스도 안 통해

이유는 간단합니다. 싸이타운엔 즐길 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습니다. 간단한 채팅 기능과 이모티콘, 마을처럼 꾸며놓은 공간이 싸이타운 콘텐츠의 전부입니다. 사회의 크고 작은 이슈를 두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싸이아고라’ 기능이 있긴 하지만, 토론을 나눌 상대방이 없으니 ‘없는 기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싸이타운이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회원가입을 할 때 싸이월드의 아이디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외엔 두 앱 사이엔 접점이 없습니다. 싸이타운이 싸이월드의 성장동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9월부터 싸이월드가 정상 운영한 ‘다이어리’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싸이월드제트는 “11억개의 다이어리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사진첩 공개에 이어 ‘추억소환’ 열풍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스킨·스티커 등 기존 기능에 오늘의 감정과 날씨를 설정하거나 대표 사진을 삽입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젊은 이용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게 싸이월드제트의 계획이었죠. 하지만 이 또한 앞서 언급한 통계가 보여주듯 ‘반전’을 일으키기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도 싸이월드에 나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코인’이라 불렸던 암호화폐 싸이클럽이 2022년 11월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상장 폐지된 게 대표적입니다. 싸이클럽의 운용사 베타랩스가 ‘싸이월드 상표권 사용’을 두고 싸이월드제트와 올해 초부터 긴 법적 공방을 벌이다 2022년 10월 최종 패소하면서 싸이클럽도 상장 폐지 수순을 밟았죠.

[※참고: 물론 싸이월드제트가 “싸이클럽은 싸이월드와 관련이 없다”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긴 합니다. 하지만 ‘싸이월드 암호화폐=싸이클럽’이란 인식이 이용자 사이에서 확연했던 만큼 이번 상장폐지 소식이 싸이월드에 좋을 리 없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싸이월드가 ‘부활’이란 기치를 내걸고 걸어온 여정입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시작으로 사진첩, 동영상, 다이어리 등 ‘국민 SNS’란 영예를 안겨다 줬던 콘텐츠를 모두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메타버스(싸이타운)란 새로운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패와 새로운 패를 모두 꺼낸 셈입니다.

소비자들은 싸이월드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싸이월드는 ‘두번째 서비스 종료’란 오명을 쓰게 될지 모릅니다. 과연 싸이월드는 기사회생할 만한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전전긍긍하다 우울한 ‘재오픈 1주년’을 맞이하게 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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