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와 잊힌 플랫폼
과거에 집착한 드림위즈 사라지고
변화에 올인한 네이트 살아남아

드림위즈와 네이트. 같은 해(1999년) 론칭한 포털입니다. 공교롭게도 둘은 네이버와 다음에 밀려 존폐 위기를 겪은 것까지 똑같습니다. 하지만 둘의 현재는 다릅니다. 드림위즈는 재기에 실패했지만 네이트는 부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둘의 운명을 가른 건 ‘변화’였습니다. 옛것에 집착한 드림위즈는 몰락했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네이트는 회생했습니다. 최근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싸이월드는 어떤 길을 걸을까요?

드림위즈와 네이트는 같은 해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드림위즈와 네이트는 같은 해에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싸이월드는 조만간 문을 닫을 거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재오픈한 싸이월드의 흥행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싸이월드가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지표를 둘 다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먼저 좋은 지표를 볼까요? 시장조사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현재 싸이월드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294만명, 일평균 이용자 수는 47만명(5월 6일 기준)입니다. 두달 전 지표이긴 하지만 당시 기준으로 전체 SNS 앱 중 8위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면 초반 성적치곤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통계도 있습니다.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을 따져보니 싸이월드는 18분에 불과했습니다. 인스타그램(576분)·페이스북(534분)·트위터(714분)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입니다. 이용자들은 싸이월드를 설치만 하고 거의 즐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처럼 긍정과 부정적 지표가 공존하는 싸이월드의 미래는 어떨까요? 이 질문을 풀어보기 위해 더스쿠프는 싸이월드처럼 부활을 꿈꿨던 다른 플랫폼의 사례를 되짚어봤습니다. 먼저 부활에 실패한 플랫폼부터 살펴보시죠.

■사례❶ 부활 실패한 플랫폼 = ‘드림위즈(dreamwiz)’는 1999년에 출시된 포털 서비스입니다. 함께 론칭했던 PC 메신저 ‘드림위즈 지니’가 당시 기준으론 혁신적인 기술(파일공유·화면공유 등)을 선보이면서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론칭 1년 만에 153만명의 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창업 3년 만인 2002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죠.

하지만 네이버·다음·야후 등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드림위즈는 힘겨루기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강점이었던 드림위즈 지니도 2010년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낡은 서비스’로 전락했죠.

드림위즈는 2017년 2월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블로그와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기울어진 사업을 다시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갈수록 나빠지는 재무 상태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지 2019년 7월 ‘포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일 서비스마저 종료했습니다. 현재 드림위즈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유령 홈페이지’나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드림위즈와 같은 해 출시한 ‘아이러브스쿨’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그 옛날 동문’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앞세운 이 플랫폼은 론칭 1년 만에 5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정도로 빅히트를 쳤습니다. 당시 야후코리아가 수백억원을 들여 인수·합병(M&A)하려고 했을 정도로 2000년대 초 아이러브스쿨은 뜨거운 서비스 중 하나였죠.

하지만 ‘동문 찾기’ 콘텐츠는 가입자에게 또다른 새로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가입자는 이내 식상함을 느꼈는데도, 아이러브스쿨은 새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이 뜨겁게 달아오른 만큼 차갑게 식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죠.

김영삼 당시 아이러브스쿨 대표는 201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러브스쿨이 실패한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동문이 아닌 ‘첫사랑’ 때문에 홈페이지를 찾았던 건데 그걸 깨닫지 못했다.”

잊힌 플랫폼의 서로 다른 회생전략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아이러브스쿨은 지난 4월 19일 모바일 버전으로 재출시됐습니다. 자동 동문 매칭, 1대1 채팅과 커뮤니티 등 편의성을 갖췄지만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동문 찾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앱 다운로드 횟수는 1만회(7월 5일 기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부활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사례❷ 부활 성공한 플랫폼 = 이번엔 부활에 성공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비스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네이트(nate)입니다. 1999년 개설된 포털 사이트인 네이트는 드림위즈 지니와 같은 PC 메신저 ‘네이트온’이 히트를 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기세를 몰아 라이코스 코리아(2002년)와 서비스를 통합하고, 엠파스(2009년)를 인수하면서 네이버·다음에 이은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했죠.

하지만 드림위즈 지니가 그랬듯 네이트온이 ‘모바일 메신저’에 밀리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네이트온에 연동돼 있던 싸이월드마저 페이스북에 자리를 내줬고, 이를 기점으로 붕괴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2016년엔 국내 포털사이트 19위까지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죠(사이트 순위조사업체 시밀러웹).

다른 플랫폼이라면 속절없이 주저앉았을 이때, 네이트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내놨습니다.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에 불과했던 ‘네이트판’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던 겁니다. 이를테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는데, 네이트의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네이트판으로 유입되는 유저들이 늘면서 네이트의 월 이용자 수는 500만명(2020년 6월 기준·업계 종합)을 넘어섰습니다. 카카오톡(3559만명·이하 2021년 기준)·네이버(3016만명) 등에 비하면 적은 수이긴 하지만 벼랑 끝까지 밀렸던 네이트로선 재기에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네이트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되살아난 서비스는 또 있습니다. 블로그 서비스인 ‘이글루스’입니다. 2003년 출시한 이글루스는 2008년 기준 30만명의 회원 수를 끌어모으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2010년도부터 조금씩 블로그의 인기가 식으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대외 환경도 불리하게 전개됐습니다. 짧은 글로 소통하는 트위터·페이스북이 전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긴 호흡의 글을 쓰는 블로그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죠. 블로그 기반인 이글루스로선 가혹한 시절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글루스도 네이트처럼 변화를 통해 ‘반전’을 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글루스가 가진 ‘밸리’란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서입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회원들이 자신의 이글루(블로그)에 남긴 글을 자동으로 수집해 다양한 밸리(카테고리)에 올려주는 것입니다. 이로써 밸리에 방문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게시물을 읽을 뿐만 아니라 댓글을 통해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됐죠. 블로그인 이글루스가 밸리를 발판으로 ‘커뮤니티’로 진화한 셈입니다.

황금기 전략은 황금률인가

이글루스는 2011년 7월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밸리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용률이 낮은 콘텐츠 대신 밸리의 인기 게시물을 홈페이지 메인에 띄웠습니다. 이글루스의 커뮤니티 서비스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이는 적중했습니다.


이글루스는 2013년 회원 수 70만명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블로그 시장이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결과였습니다. 밸리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한 이글루스는 최근 모바일 앱을 출시했습니다. 베타버전인데도 누적 게시물이 20만건을 훌쩍 넘어서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자! 이제 정리해 볼까요? 드림위즈는 메신저 몰락 이후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은 ‘동문 찾기’ 콘셉트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반면 포털이었던 네이트는 커뮤니티 서비스인 네이트판에 ‘올인’해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블로그 서비스였던 이글루스도 ‘밸리’란 독특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정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 플랫폼의 희비를 가른 건 결국 ‘변화’였습니다. 드림위즈와 아이러브스쿨은 전성기 시절의 서비스에 안주한 게 패착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네이트와 이글루스는 자존심을 꺾고 혁신과 변화를 택한 게 성공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럼 싸이월드는 지금 어떨까요. 언뜻 봐도 싸이월드는 ‘황금기’를 이끌었던 서비스에 집착하는 듯합니다. 회원의 사진과 동영상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미니홈피 시스템을 재도입하는 등 옛것에 기대는 모양새입니다. 소비자들이 싸이월드에 기대하는 것이 ‘그때 그 추억’이라면 다행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싸이월드는 다른 장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싸이월드는 드림위즈나 아이러브스쿨의 전철을 밟을까요? 아님 네이트와 이글루스처럼 반전의 팡파르를 울릴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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