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국민투표에 부쳐
전국이 쿠팡 영향권… 극복할까
쿠팡 잡으려다 소상공인 잡을 수도

파트❶(대형마트 규제 때문에 정말 쿠팡만 떴나)에서 봤듯 대형마트는 자신들을 옥죄는 규제 때문에 이커머스 업계가 수혜를 누렸다고 주장한다. 정부 역시 대형마트 규제를 ‘온라인’에 한해 풀기 위한 의제를 검토 중이다. 그렇다면 대형마트의 온라인 규제를 풀어 새벽·주말배송이 가능해진다면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쿠팡을 예로 들면서 그 질문을 풀어보자. 

대형마트들은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의무휴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들은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의무휴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사진=연합뉴스]

■난제❶ 점포 딜레마 = 대형마트는 점포 기반의 물류를 지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물류창고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점포 배송을 통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거다. 대형마트가 규제 완화 효과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마트(SSG닷컴)의 경우, 온라인 ‘네오(Neo)’ 물류센터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점포 내 PP(Picking·Packing)센터에서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 점포 배송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120여개인 PP센터 개선작업도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대형 PP센터를 31개(현재 1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현재 네오 물류센터와 PP센터를 통해 일평균 15만건의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PP센터를 고도화하면 배송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참고: 이마트의 경우 네오 물류센터를 통해 서울·수도권·충청 일부 지역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대형마트 114곳, 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 252곳 등 366개 점포에서 당일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포의 물류기지 역할을 강화해 2024년까지 하루 배송건수를 16만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전체 점포(112개) 중 70~80%에서 온라인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온라인 배송 규제가 풀렸을 때 대형마트가 점포를 발판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새벽배송을 확대하려면 추가 인건비·운영비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별도의 인건비·시스템 운영비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앞서 롯데온이 새벽배송을 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점포를 활용하면 초기 투자비를 줄이는 것 외엔 별다른 기대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참고: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지난 4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바로배송(2시간 내 배송)’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강화한다고 해도 쿠팡의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다. 이것만으로 쿠팡을 잡기엔 부족하다. 또 새벽배송을 위해선 점포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비용 대비 효율이 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난제❷ 극복하기 힘든 격차 = 대형마트들이 쫓고는 있지만 쿠팡이 너무 멀리 달아났다는 점도 풀기 힘든 숙제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쿠팡은 현재 전국에 17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엔 제주도에도 진출했다. 단순 계산으로 이마트(158개), 홈플러스(135개), 롯데마트(112개) 점포수를 웃돈다.

쿠팡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구 70%가량이 쿠팡 물류센터와 7마일(11㎞) 이내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다. 대형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로켓배송이 가능한 SKU(상품 가짓수)도 600만개에 달한다.

이 역시 대형마트가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형마트가 매장 내 보유할 수 있는 SKU는 3만개 안팎으로 제한적이라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에 강점이 있다”면서 “‘오픈마켓’ 사업자가 판매하는 공산품까지 포함한 쿠팡의 SKU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선식품부터 다양한 공산품까지 한번에 받아볼 수 있는 쿠팡에 손을 뻗는 소비자가 많고 이를 넘어서야 하는 게 대형마트의 현실이다. 

■난제❸ 락인 전략 = 대형마트가 쿠팡을 잡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를 ‘락인’할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쇼핑+알파’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서비스가 보이지 않아서다. 

파트❶에서 언급했듯 OTT 서비스를 확대하고 ‘직구 무료배송’ ‘무료 반품’ 등 혜택을 제공하는 쿠팡과 대조적이다.[※참고: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900만명가량으로 SSG닷컴·G마켓의 ‘스마일클럽(월 3900원·330만명)’, 네이버의 ‘플러스멤버십(월 4900원·800만명)보다 많다.] 

송상화 인천대(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쿠팡의 경쟁력은 단순히 빠른 배송이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다. “대형마트가 소비자를 락인할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하면서 기업으로서도 마케팅·물류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 있는 PB(Pri vate Brand) 상품 강화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쿠팡은 2020년 제주도에까지 진출했다. 전국이 쿠팡 영향권에 들어온 셈이다.[사진=연합뉴스]
쿠팡은 2020년 제주도에까지 진출했다. 전국이 쿠팡 영향권에 들어온 셈이다.[사진=연합뉴스]

자! 그럼 질문을 풀어보자. 대형마트는 정말 규제 때문에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에 밀린 걸까. 그렇지 않다. 점포 중심의 태생적 한계, 소비자를 락인하기 어려운 마케팅적 한계가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점포 중심의 틀을 깨려면 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를 락인하려면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여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경기침체기에서 대형마트가 얼마만큼의 투자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참고: 대형마트 3사는 대규모 물류 투자 없이도 점포 기반의 물류로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볼멘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대형마트에 가져다 줄 ‘실익’보다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장막이 하나 열리면 또 다른 장막이 열리듯, 골목상권을 지킬 규제가 하나씩 모두 풀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참고: 대통령실은 7월 20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부를 국민에게 묻겠다면서 ‘국민제안 톱10’ 안건으로 선정했다.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국민제안 사이트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6월 23일 개설한 국민제안 사이트는 국민이 제안한 1만2000여건의 제안 중 10건을 선정했다. 여기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려견 물림사고 견주 처벌 강화 및 안락사’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의 안건이 올라와 있다.]

물론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의 적자는 심각한 상태다.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29.0%나 줄었지만 적자 규모는 여전히 2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이들 역시 경기침체기에 얼마나 더 가파른 성장을 꾀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적자와 대형마트의 전략과는 다른 문제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업계가 사실상 장악한 ‘온라인 시장’에서 세를 넓히려면 그들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자칫 그 과정에서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만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과연 이 문제까지 검토하고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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