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부동산 정책 분석
조합 사업비 분양가에 반영되고
상생임대인제 효과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부동산 정책만 3차례 발표됐고 대부분은 다주택자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세금을 경감하는 방식이 포함됐다. 다주택자의 호응을 얻을 가능성은 높지만 생각해봐야 할 것도 있다. ‘내집’ 없는 국민들도 바뀐 부동산 정책으로 웃을 수 있느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주택 사업장은 투입 비용을 분양가에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게 됐다.[사진=뉴시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주택 사업장은 투입 비용을 분양가에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게 됐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총 세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각각의 발표 날짜와 타이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월 13일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 21일과 30일 각각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정상화 과제’ ‘지방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규제지역 조정’이다.

타이틀은 직전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용은 다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무주택자 혜택’보단 ‘유주택자 혜택’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

■경향❶ 분양가상한제 방향성 = 6월 21일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정상화 과제 중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의 예를 들어보자. 이 방안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손보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신규주택의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가산비’ 내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말 그대로 분양가의 상한을 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는 이 제도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장만할 수 있다.

그럼 윤 정부는 이 제도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이 쓰는 각종 비용을 분양가에 쉽게 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은 총회를 열 때 쓰는 비용과 세입자를 내쫓는 비용 등을 분양가에 명시적으로 더할 수가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분양가는 ‘당연히’ 오른다. 집을 가진 사람에겐 좋고, 집이 없는 사람에겐 나쁜 쪽으로 분양가상한제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거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정부는 이 조처를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전 정부의 분양가상한제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비용을 분양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등 경직적 제도 운영.” 이 때문에 앞으론 ‘비용을 분양가에 충분히 반영하는 쪽으로 제도를 운용’하겠다는 거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방향(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좋고,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쁜 쪽)으로 제도를 바꾸면 사람들의 반발을 살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추진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의 끄트머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단서를 달아놨다.

“제도개선 과정에서 공급망 차질 등 대내외 경제 여건, 물가 상승 우려와 수분양자의 부담 등도 충분히 고려.” 정부는 아직 이 문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과연 무슨 수가 나오는지를 기다려 봄직하다.
 

■경향❷ 상생임대인 방향성 = 이번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정상화 과제 중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살펴보자. 여기엔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상생임대인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임차인(무주택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크기보다 임대인(유주택자)의 혜택이 확대되는 크기가 훨씬 크다. 임차인을 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임대인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는 거다.

정부가 말하는 상생임대인이란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신규(또는 갱신) 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을 뜻한다. 지금까지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임대인에겐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의 2년 거주요건 중 1년을 인정해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 이젠 이를 더 확대해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하는 등의 혜택을 준다.

임차인들은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1회에 한해 2년의 임대차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가 있고, 그때 그 계약갱신 요구를 받은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기존 임대료에서 5%를 초과하는 내용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말하는 상생임대인이란 그냥 법을 지킨 임대인에 불과한 거다. 법을 지키는 게 당연한 건데, 법을 지킨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을 준다는 부분에서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차인에게 부여된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가 있는데, 임대인들이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의무 충족을 위해서 임차인을 내쫓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해당 조처는 임차인이 부득불 쫓겨나는 걸 막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일견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자세히 훑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변경되는 정책은 1세대 1주택 임대인들에게 공히 혜택을 준다. 실거주할 의사가 있든 없든 ‘5% 안에서 임대료를 올리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임차인들에겐 개정된 법의 효용이 그리 크지 않다. 

이 정책은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의무 충족을 위해 임차인을 내쫓는 임대인에게는 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실거주 사유(다주택자의 실거주, 임대료를 인상하기 위한 거짓 실거주 등)의 임대인에게 이 법은 별 효용성이 없다. 

임대료를 그냥 올리고 ‘비과세’ 혜택을 받지 않으면 그만이어서다. 필자가 앞에서 상생임대인 지원의 확대는 ‘임차인 부담 경감’의 크기보다 ‘임대인 혜택 확대’의 크기가 훨씬 크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임차인 퇴거 방지’를 위해 이 정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한다. 정녕 그것이 목적이라면,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게 낫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그런 정책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개요만 설명하면,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내용은 그대로 두되, 다만 그 효력을 2년 뒤에 발생하게 하면 된다. 쉽게 말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하고 2년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방식이다. 그러면 ‘임차인 퇴거 방지’의 효과가 현재 정부가 내놓은 안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다.

서민ㆍ중산층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에서는 정책을 설계할 때 사회ㆍ경제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등의 정책을 설계한 후에는 반드시 최종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체크해야 한다. ‘무주택자 등의 사회ㆍ경제적 약자를 배려했는가’. 윤 정부가 과연 이 질문을 곱씹으면서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kubonki@naver.com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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