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동산 공급 공약 분석
이미 예고된 물량 205만호
文정부 공급 계획 따라갈 수 있을까

5년간 250만호.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주택공급 방안이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공급량일까. 지킬 수 있는 약속이긴 할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먼저 봐야 할 게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계획해둔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당선인이 공언한 ‘5년간 250만호 공급’ 약속은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중 81.9%를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문 정부의 계획을 효율적으로 이을 수 있느냐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250만호 중 약 20%가 새롭게 계획되는 물량이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250만호 중 약 20%가 새롭게 계획되는 물량이다.[사진=뉴시스]

5년간 250만호. 대한민국호號의 ‘앞으로 5년’을 이끌 윤석열 당선인이 20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내걸었던 약속이다. 그가 계획한 공급 방식은 총 6가지다. 

▲재건축ㆍ재개발(47만호) ▲도심ㆍ역세권 복합개발(20만호) ▲국공유지ㆍ차량기지 복합개발(18만호) ▲소규모 정비사업(10만호) ▲공공택지ㆍGTX 활용한 콤팩트시티(142만호) ▲기타(13만호)로 총 250만호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공공택지ㆍGTX를 활용한 콤팩트시티(142만호)다. 전체 공급량의 56.8%다. 그다음은 ▲재건축ㆍ재개발(18.8%) ▲도심ㆍ역세권 복합개발(8.0%) ▲국공유지ㆍ차량기지 복합개발(7.2%) ▲기타(5.2%) ▲소규모 정비사업(4.0%) 순이다.

6가지 주택 공급 방안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공급 계획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주택 공급 물량과 겹칠 수 있어서다. 이미 계획된 물량이니 윤석열 정부에서 취소하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실현될 물량이기도 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방식❶ 재건축재개발 공급 = 윤석열 정부가 계획한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은 5년간 전국에서 47만호다. 수도권만 별도로 구분하면 31만호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재건축ㆍ재개발을 지나치게 억눌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으로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쉽게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에 “재개발ㆍ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며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제도를 개선해 공급 물량을 최대 3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도 윤 당선인의 ‘공약위키’에서 부동산 공급 정책의 제일 상단에 있는 건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 걸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은 크게 두번 발표됐다. 2020년 8월 4일 발표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ㆍ4 대책)’과 2021년 2월 4일 발표된 ‘3080+ 공급대책(2ㆍ4 대책)’이다.

8ㆍ4 대책에서는 수도권 정비사업 물량을 38만4000호라고 설명했다. 2ㆍ4 대책은 민간과는 별개로 공공도시정비사업을 통해 13만6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도시정비사업 일부가 기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걸 감안하고, 중복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도시정비사업(10만호)까지 제외하면 수도권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은 27만7000호 정도다.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 물량(31만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미 계획된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사진=뉴시스]

■방식❷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공급 = 6가지의 공급대책 중 두번째는 도심ㆍ역세권 복합개발이다. 노후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고층 건물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재건축ㆍ재개발과 비슷하지만 사업 대상지의 특성이 다르다. 

역세권, 저층 주거지, 저밀도로 개발된 준공업지역이 도심ㆍ역세권 복합개발의 대상지다. 윤석열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한 물량은 5년간 전국 20만호,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13만호다.[※참고: 준공업지역은 경공업 등이 가능하며 주거ㆍ업무ㆍ상업 기능 보완이 필요한 도시 내 용도 지역이다.] 

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공급 방식은 아니다. 이미 비슷하게 공급된 주택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에서 공급됐던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철도 위 18만호 가능할까

다시 2021년 ‘2ㆍ4 대책’을 보자. 2ㆍ4 대책에서도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언급한다. 역세권에 12만3000호, 준공업지역에 1만2000호, 저층 주거지에 6만1000호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모두 합치면 19만6000호다. 윤 당선인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20만호와 엇비슷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22년 1월 기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확정된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은 16만호다. 추가로 필요한 건 4만호다.

■방식❸ 국공유지차량기지 복합개발 공급 = 세번째 공급 대책은 국ㆍ공유지와 차량 기지 복합 개발이다. 윤 당선인이 이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주택은 전국 18만호(수도권 14만호)다. 

▲차량 기지 ▲지상 전철부지 ▲미활용 국공유지를 복합ㆍ입체화 개발을 통해서다. 윤 당선인은 이를 위해 경부선ㆍ경인선ㆍ경원선 일부 지상 구간(총 72.5㎞ㆍ51개역)을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달성 가능할까. 서울에 있는 차량기지ㆍ지상 전철부지 면적는 460만㎡(약 139만평)에 이른다. 이미 진행된 차고지 입체화 사업과 비교하면 460만㎡ 부지에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강일차고지(3만5804㎡ㆍ965호)와 장지차고지(2만5443㎡ㆍ840호)를 기준으로 보면 460만㎡에는 14만호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예상치가 들어맞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차량기지, 지상 전철부지와 관련해 특별히 주택 공급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모든 지상 전철부지를 지하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요되는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5년 이내에 모든 개발이 이뤄지긴 어렵다. 

■방식❹ 소규모 정비사업 = 윤 당선인이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소규모 정비사업 물량은 10만호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기존 재건축ㆍ재개발보다 규모는 작지만 사업 기간을 절반(약 4~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0년 8ㆍ4 대책을 통해 소규모 정비물량 11만호와 정비형 도시재생사업으로 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기만 해도 윤 당선인이 내건 부동산 공급 목표치가 채워지는 셈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급 대책은 지금까지 추진된 약 205만호에 45만호를 추가하는 방식이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공급 대책은 지금까지 추진된 약 205만호에 45만호를 추가하는 방식이다.[사진=뉴시스]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철도 역사 부지를 기존보다 넓게 만드는 방안도 GTX-B노선, 대장홍대선 등 이미 사업계획이 확정된 노선에 반영하기로 했다. 

신안산선, GTX-B노선에 있는 일부 8개역에는 복합개발방식으로 공공주택 1000호를 공급하는 계획이 정해졌다. 

■방식❻ 기타 = 13만호로 공급되는 ‘기타’ 방식의 주택은 크게 두가지다. 서울 상생주택과 매입약정 민간개발이다. 서울 상생주택은 2022년 3월 서울시가 발표한 새로운 유형의 장기전세주택이다. 

공공이 민간의 땅을 빌려 임대료를 내고 공공주택을 만들거나 애초 사업 첫 과정에서부터 공공기여 비중과 용도지역 상향 등을 놓고 공공과 민간이 협의해 주택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장기전세주택과 서울 상생주택으로 2026년까지 공급될 물량은 약 7만호다. 

文정부 정책 잇는 것도 중요한 과제

매입약정 민간개발은 미리 정부가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걸고 민간 개발을 허가하는 방식의 주택 공급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의 8ㆍ4 대책에서는 ‘신축 매입’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됐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공급량은 대략 6만호다. 이미 있는 정책을 그대로 실현한다면 윤 당선인은 ‘13만호 공급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종합하면 6가지 공급방식과 공급 계획 물량 중 81.9%는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했거나 약속한 내용과 비슷하다. 기존 주택 공급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거란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부동산 시장을 역행한다”며 “주택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윤 당선인은 기존에 계획돼 있던 205만호에 45만호를 더한 플랜을 내놓았다. ‘81.9%의 현상 유지와 18.1%의 새로운 공급’인 셈이다. 기존 계획과 새 계획은 발맞춰 나갈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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