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네번째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
전기차 체제 및 노사관계 안정화 과제
과거 ‘M&A 잔혹사’ 극복할 수 있을까

# 첫번째 인수자는 대우그룹이었다. 외환위기가 아니었다면 쌍용차는 지금 현대차그룹과 자웅을 겨루고 있을지 모른다.

#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인지 쌍용차의 M&A는 이후 ‘잔혹사’에 가까웠다. 두번째 인수자인 중국 상하이차는 염불(투자)보단 잿밥(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세번째 인수자인 인도 마힌드라 역시 ‘티볼리’라는 흥행작을 내놓긴 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진 못했다. 

# 최근 쌍용차는 네번째 주인을 맞았다. M&A로 성장 페달을 밟아온 KG그룹이다. 하지만 KG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숱하다. 채권단 반발 등 당장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과연 쌍용차는 ‘잔혹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지난 5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자로 확정됐다. 사진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자로 확정됐다. 사진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세번의 실패, 다시 찾아온 한번의 기회’. 국내 완성차기업 쌍용차가 겪어온 질곡의 인수·합병(M&A) 세월을 함축한 표현이다. 말도 탈도 많았던 쌍용차 역사의 중심엔 끝내 쓴맛을 봐야 했던 ‘M&A 잔혹사’가 있다. 지난 6월 네번째 M&A를 통해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가 이번에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답을 찾기 전에 쌍용차에 숨은 M&A 역사부터 살펴보자. 

쌍용차에 인수ㆍ합병(M&A)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고故 하동환 회장이 1954년 설립한 ‘동아자동차’를 1986년 쌍용그룹이 인수하면서 ‘쌍용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가 열렸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다시 M&A 시장에 등장한 건 1998년, 외환위기란 폭풍에 모회사(쌍용그룹)가 휘말리면서였다. 생존을 모색해야 했던 쌍용그룹은 연간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부실기업 쌍용차를 M&A 시장에 내놨다.

이때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며 나선 곳이 당시 재계 순위 3위였던 대우그룹이었다. 여기엔 기존 자동차 라인업에 쌍용차가 생산하는 대형승합차를 합쳐 라이벌 현대(현 현대차그룹)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의 충격을 버티지 못한 채 워크아웃(workoutㆍ재무개선작업ㆍ1999년)에 돌입하면서 쌍용차는 다시 채권단에 넘어갔다.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한 쌍용차는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04년에야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상하이차는 당초 약속했던 투자를 이행하지 않은채, 쌍용차의 기술만 빼내려 급급했다. 2009년 법정관리에 돌입한 쌍용차는 그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 그에 따른 노조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러던 2011년 쌍용차의 세번째 주인이 나타났는데, 그 주인공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었다. 이후 2015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흥행하면서 쌍용차는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티볼리는 경쟁차에 조금씩 밀려났다. 2016년 5만6935대로 소형 SUV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티볼리의 판매량은 2021년 1만6535대로 6년 만에 71.0% 급감했다.

간판모델인 티볼리의 추락에 주력 차종인 중대형 SUV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쌍용차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79억원이었던 쌍용차의 영업이익은 2018년 -641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2019년 –2819억원, 2020년 –4493억원 등 손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또한번 침체의 늪에 빠진 쌍용차는 2021년 4월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하면서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시장은 2004~2021년 세번의 M&A를 거친 쌍용차가 또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에 의문을 가졌다.

쌍용차, 또다시 M&A 시장으로 

실제로 인수자를 찾기까지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예비인수자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 능력을 증명하지 못해 올 3월 인수계약이 무산됐다.

청산이냐 회생이냐 벼랑 끝의 상황에서 재매각에 나선 쌍용차는 지난 5월 천신만고 끝에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17년간 19건에 달하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온 KG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외형만 보면 KG그룹은 쌍용차 인수의 적임자로 손색없다. 9000억원대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재무 능력이 충분한 데다 재정난에 빠졌던 경기화학(현 KG케미칼)과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KG그룹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거다. 그럼 KG그룹과 쌍용차를 둘러싼 리스크는 무엇일까.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풀어나가야 할 난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토레스의 흥행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쌍용차가 강점을 지닌 디젤ㆍ가솔린 SUV는 사실상 ‘시한부’ 상태나 다름없어서다.

제너럴모터스(GM)ㆍBMW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잇따라 내연기관의 연구ㆍ개발(R&D)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도 서둘러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략의 중심축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쌍용차가 양산 중인 8종의 모델 중 전기차는 지난 2월 출시한 ‘코란도 이모션(이하 이모션)’이 유일한데, 주행거리ㆍ충전시간 등 기본적인 성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력이 부족해서다. 이모션의 경우, 디자인과 설계는 쌍용차에서 전담했지만 핵심기술 중 일부는 협력업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자체 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엔 전기차 전용 플랫폼(차체),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같은 하드웨어 부문뿐만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도 포함된다. 글로벌 완성차기업에도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자체 기술 확보는 쌍용차의 명운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 위험요소➋ 노사관계 = 그렇다면 쌍용차가 독자적인 전기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법은 간단하다.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거다. 다행히 투자를 위한 실탄은 마련돼 있다. KG그룹 자회사 KG ETS의 매각대금(약 5000억원), 파빌리온 프라이빗에쿼티 등 FI(Financial Investorㆍ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을 감안하면 재무 여건은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KG그룹의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다름 아닌 전문가다. 전기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인력과 전기차에 특화한 생산 인력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인력을 구조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KG그룹은 “쌍용차 인수제안서에도 고용 승계를 명시했을 만큼 구조조정은 KG그룹의 고려사항 자체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기존 인력 시스템은 혁신의 대상에 오를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제조 공정이 다른 데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이 가능해서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의 평화를 위한 KG그룹의 고용 승계 약속은 향후 노사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KG그룹의 ‘약속’은 노조 입장에선 언제든 구조조정을 무력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KG그룹이 ‘무조건적인 상생’보다 ‘타협을 통한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쌍용차 ‘부활’ 가능할까  

지금까지 살펴봤듯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KG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채권 변제율을 둘러싼 논란 등 KG그룹이 당장 뛰어넘어야 할 관문도 아직 남아있다.

[※참고: 지난 7월 27일 KG그룹은 서울회생법원에 채권 변제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KG그룹은 회생채권 3938억원 중 6.79%를 현금으로, 나머지 93.21%는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변제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주식가치를 반영한 실질적인 채권변제율은 36.39%다. 회생채권 변제 대상인 상거래채권단에선 “변제율이 너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KG그룹의 냉철한 판단과 철저한 계획이 긴요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쌍용차 경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밝힌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포부를 되짚어보자.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경영자로서의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임하겠다.” 다시 마주한 좌절과 부활의 기로에서 ‘KG호號’ 쌍용차는 어디로 향할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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