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매각 나선 쌍용차
10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유력 인수후보 능력·전략 ‘구멍’
누가 주인 되든 회생 쉽지 않아

지난여름 시작된 쌍용차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10월 중순에야 정해질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 인수에 나선 이엘비앤티(EL B&T), 에디슨모터스 등 두 회사에 자금동원 ·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완한 입찰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두 인수후보의 ‘쌍용차 회생전략’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건데, 업계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가 인수하든 쌍용차의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월 중순께 쌍용차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사진=쌍용차 제공]
10월 중순께 쌍용차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사진=쌍용차 제공]

지난 7월 매각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9월 29일로 예정됐던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10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서울회생법원이 인수후보들에 자금동원 ·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완한 입찰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해서다.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SM그룹이 본입찰에 불참하며 쌍용차 인수전은 국내 전기차 업체인 이엘비앤티(EL B&T)와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인수 금액만 보면 5000억원대 초반을 써낸 이엘비앤티가 2000억원대 후반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보다 한발 앞서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회생에 성공하기 위해선 자금력보다 경영 계획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장기적 관점의 플랜이 절실하다는 거다.   

그 때문인지 인수후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의 기업 규모나 사업경력을 볼 때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쌍용차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두 회사 모두 나름의 전기차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참고: 2020년 기준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의 매출은 각각 1억원, 897억원 수준이다.]

누구 품에 안겨도 ‘막막’

실제로 두 회사가 제시한 쌍용차의 회생 전략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보다 비싼 값을 제시한 이엘비앤티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전기차 설계 · 공정기술과 배터리 제조기술을 쌍용차로 이전해 신차 출시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디슨모터스는 2022년까지 1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건은 두 회사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쌍용차의 포지션인 ‘중대형 승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냐는 거다. 지금까지 이엘비앤티는 초소형(1~2인승) 전기차, 에디슨모터스는 40인승 이상의 대형버스 생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김영일 아주자동차대(친환경자동차학) 교수는 “설계기술 자체는 중대형 승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겠지만 전용플랫폼(차체), 배터리 효율성 개선 등 부품기술 측면에서는 적어도 2년 이상의 연구 · 개발(R&D)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략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부족한 경험도 약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엘비앤티는 공식적으로 전기차를 생산 · 판매한 경험이 없다. 에디슨모터스도 전기버스 생산업체인데, 연간 생산량은 160~180대 수준이다. 내년에 출시할 전기트럭의 연간 생산량도 2500대에 그친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도 쌍용차 정상화까지는 난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도 쌍용차 정상화까지는 난제가 숱하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쌍용차의 전기차 인프라가 훌륭한 것도 아니다.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가 신형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선 공장의 생산라인과 설비부터 재정비해야 하는데, 쌍용차 평택공장엔 전기차 전용라인이 없고, 설비도 낡은 상태다.

쌍용차가 자체적인 전기차 생산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에 결국 인수자가 공장을 증설하든 설비를 교체하든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 중 누가 쌍용차를 인수하더라도 신형 전기차를 언제 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두 회사는 내연기관차 판매 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기준 10만대 수준에 그쳤던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2030년대까지 연간 3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엘비앤티는 에디슨모터스보다 좀 더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카디널원모터스)의 135개 판매 채널을 통해 북미 수출을 노리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카디널원모터스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디널원모터스는 전신인 ‘HAAH오토모티브’가 파산을 신청하고 새로 설립한 법인인데, HAAH의 파산으로 기존 딜러사와의 계약이 무효 처리됐다. 쌍용차의 모델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카디널원모터스가 새롭게 북미 판매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쌍용차의 인수후보들은 경쟁력도, 회생플랜도 약하다. 업계 안팎에서 ‘쌍용차의 인수 절차가 잘 마무리되더라도 (쌍용차의) 회생을 장담할 순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쌍용차 자체의 경쟁력도 떨어진다. 쌍용차는 자체 R&D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전문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자체적인 전기차 기술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유럽 수출을 개시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도 설계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외주로 만든 결과물이다. 그마저도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국내 출시일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쌍용차가 처한 현실

문제는 또 있다. 향후 신형 전기차 개발을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새로 고용해야 하는데, 기존 내연기관차 인력도 구조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할 여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전기차 생산설비를 마련하는 일도 까마득하다.

쌍용차는 지난 7월 기존의 평택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친환경차 전용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부지를 마련하는 일부터 준공까지 몇년이 걸릴지는 불확실하다.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호근 교수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가정해도 정상화까지 난제가 숱하다”면서 “향후 2~3년간 수조원을 쏟아부어도 쌍용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쌍용차는 과연 새 주인을 만나면 회생할 수 있을까. 시장은 아직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 않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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