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 생활비 부담 급증
국민연금 등 사회 안전망도 부실
청년이 기댈 울타리 있는가

커버 총론(스무살의 벼랑) 파트1(파산 선택하는 청춘을 위한 변명)에서 우린 20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점검했다. 대부분 한탕주의에 빠져 ‘영끌’과 ‘빚투’로 인생을 허비했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그들을 지원하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거기에 해당하는 20대는 0.8%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청년은 ‘생활고’를 떨치지 못한 채 허덕이고 있었다. 열심히 사는 20대마저 ‘빚투’라는 편견에 매도당하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2022년의 20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6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누군가는 지금의 20대를 비판한다. 소득이 많지 않은 데도 백화점 명품관에서 ‘오픈런’을 하고, ‘플렉스(Flex)’가 트렌드로 떠오를 만큼 과시적인 소비를 한다는 거다. “현재를 즐길 뿐 미래는 대비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같은 이유로 쏟아진다. 하지만 여기엔 오해가 있다. 이들 20대가 미래를 포기한 건 아니다. 단지 미래가 없다고 느낄 뿐이다.

일례로 청년 10명 중 7명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2021년)’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0.4%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노력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9.6%에 불과했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한 데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폭등하면서 20대 사이에서 ‘내 월급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확산됐음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지난해 20대 사이에서 빚투·영끌 열풍이 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사실 1990년대 이후 ‘사는 게 쉬운 20대’는 없었다. 가령, 2000년대 20대를 보낸 19 70년대생은 대학을 졸업할 땐 외환위기, 독립해 새 가정을 꾸렸을 땐 글로벌 금융위기, 중년에 접어든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20대와는 처지가 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1~2년 준비하면 취업할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20대는 어떨까. 코로나19라는 역병과 함께 20대를 맞은 이들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스무살을 벼랑 끝에서 맞은’ 전례 없는 세대라는 거다. 

■시작부터 빚 =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20대는 그 시작을 ‘빚’과 함께 한다. 올해 국공립대 등록금은 419만원, 사립대 등록금은 752만원에 달해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20대가 많아서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572명을 대상으로 부채 관련 설문조사(2021년)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1명(24.3%)은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빚의 사용처로는 ‘학자금 대출(64.0%·복수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장학재단의 지난해 연간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6563억원에 달했다. 이 재단이 학자금 대출 운영을 시작한 2009년(1조2014억원) 대비 37.8%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대학 입학정원이 10만명(57만명→47만명)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 한명이 부담해야 할 학자금 대출 부담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첫 취업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30.9세(2018년 기준)에 달했다. 20대를 빚으로 시작해 이렇다 할 소득 없이 10년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 무거운 생활비 부담 = 그렇다고 학비만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식비, 주거비가 줄줄이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20대를 짓누르고 있다. 일례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한끼를 때울 수 있는 ‘학생식당(학식)’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특히 올 들어 식품물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이 학식 가격을 1000원가량 인상했다. 일례로 서울대 학생회관 학식 세트메뉴 가격은 4월부터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가장 부담이 큰 건 주거비다. 통계청(이하 2020년 기준)에 따르면 20대(만 20세 이상 34세 이하)의 61.9%가 1인가구로 이중 55.9%가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를 넘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 비중이 31.4%에 달한다는 점이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주거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기구는 전체의 7.5%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30.9㎡(약 9.3평)로 일반가구 평균(33.9㎡)에 못 미친다. 

■내집 마련, 이룰 수 없는 꿈 =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좁은 방에 살아도, 언젠가 내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꿈이 있다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20대에겐 그런 미래가 없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원(12억8058만원·2022년 7월)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해 20대 중후반(25~29세) 직장인 평균 연봉이 3464만원(임금직무정보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 수령액 255만원을 40년간 모두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월급이 소폭 늘어난 사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뛴 결과다. 일례로 지난 6년 새(2015년 대비 2021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8.6%(230만4000원→273만4000원) 증가한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26.7%(1㎡당 523만원→1186만원) 상승했다. 지금의 20대가 아무리 ‘노오력’해도 집을 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안전망 ‘부실’ = 그렇다고 20대를 위한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게 국민연금이다. 현재 20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68만773명으로 전체 가입자(1900만9014명)의 14.1%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국민연금을 수령하기도 전에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40년 적자 전환해 2054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거란 전망을 내놨다.

급기야 “2055년 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는 풍문까지 나돌았다. 이 풍문은 과장일지 몰라도 지금의 20대는 국민연금을 내고도 받지 못하거나, 설사 받더라도 현재의 노년층보다 적게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혁 방안으로 보험료율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 젊은층은 보험료는 많이 내고 연금은 덜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참고: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2008년 60%에서 해마다 0.5%씩 낮아져 2028년 40%에 도달하게 된다.] 현실살이가 급급해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꾸는 20대에겐 나쁜 소식이다. 나라가 울타리마저 튼튼하게 세워주지 못하면서 이들은 노후마저 부실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20대는 그 시작을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과 함께 한다.[사진=연합뉴스]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20대는 그 시작을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과 함께 한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20대의 삶이 불투명한 이유는 숱하게 많다. 지금이라도 20대 청년층을 위한 주거 안정, 채무 부담 경감, 일자리 확대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물론 정부도 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4일 청년들의 빚 상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청년 특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하지만 ‘빚투·영끌족을 왜 구제해줘야 하는가’ ‘청년만 국민인가’란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참고: 청년 특례 채무조정은 만 34세 이하 저신용(신용평점 하위 20%) 청년의 이자를 감면(30~50%)해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주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논란은 정치권과 미디어가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 채무조정을 신청할 만큼 위기에 처한 청년들은 ‘빚투’가 아닌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서다.[※참고: 장혜영(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 새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지원을 받은 청년 중 ‘투자 실패’ 사유는 0.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그들을 왜 지원해야 하는지’ ‘20대 청년들이 왜 빚투·영끌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지’ 등 의제를 냉정하게 검토한 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 중인 ‘만 5세 입학’처럼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간 20대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만 키울 수 있다.

임명호 교수는 “지금 20대가 놓인 상황은 과거 세대의 20대와는 다르다”면서 “영끌족이든 아니든 이들이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끌어안는 기성세대의 배려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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