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는 작은 행동

# 가끔씩 공원을 갑니다. 바쁜 일상이 잠시 멈춥니다. 평화로운 모습에 시간이 정지한 듯합니다. 공원은 느긋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싸온 음식을 먹기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누워보기도 합니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입니다. 

# 공원에 가면 아이들이 가장 신납니다. 넓은 잔디밭을 마음껏 뛰어도 되니까요. 아파트가 일상이 돼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최고의 특권일지 모릅니다. 

# 며칠 전 물폭탄이 서울 한복판에 떨어졌습니다. 집도, 가게도, 거리도 잠겼습니다. 제가 이따금씩 찾는 공원에도 물이 들어찼을지 모릅니다. 

# 언젠가부터 일상을 지키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이상기후 탓이라곤 하지만, 먼 미래에는 느긋한 공원을 가는 게 ‘상상 속 일’이 될지 두렵습니다. 

# 오늘도 비가 내립니다. 입추가 지났지만 여전한 무더위에 습기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오늘만은 에어컨을 멈춰볼까 합니다. 제 작은 행동이 일상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줄지 모르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도 함께 ‘느긋한 공원’을 가기 위해서 말이죠.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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