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속삭임 “고맙습니다”

# 유치원을 다니던 꼬맹이 시절. 제 꿈은 소방차를 ‘운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여기저기에 소방차를 그려대곤 했습니다. 번쩍번쩍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던 소방차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소방차를 운전하는 사람과 불을 끄는 소방관이 동일한 사람이란 걸 뒤늦게 알아채고 “불 끄는건 무서워”라며 꿈을 포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N포털에서 연재 중인 ‘1초’라는 웹툰이 있습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방관과 동료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소방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던 경험과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웹툰에선 모두를 구해내는 히어로가 아닌 소방관들의 좌절과 아픔을 현실적으로 다룹니다. 때론 감정이 이입돼 울컥할 때도 있습니다. 

# 모두가 도망칠 때 누군가는 현장 속으로 뛰어듭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밉니다. 소방관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두렵진 않을까요. 어떤 용기로 불속으로 뛰어드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때문인지 소방관의 부족한 처우와 현실을 다룬 뉴스를 볼 때면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가슴 한편에 복잡하게 얽히곤 합니다. 

# 얼마 전, 재난구호 NGO 에이팟코리아, 바라봄사진관과 함께 경북 울진을 다녀왔습니다. 산불 이재민들을 상대로 찾아가는 사진관 ‘다시 봄’ 프로젝트였습니다. 산불로 타버린 가족사진, 장수사진 등을 새롭게 찍어드렸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울진 주민 500여분께 사진과 액자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 산불 진화에 힘썼던 울진소방서, 북면 119안전센터, 죽변 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도 진행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누구보다 애썼던 분들입니다. 현장을 누비던 소방차 앞에서 동료와 함께 포즈를 취해 봅니다. 잠시지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활짝 웃습니다. 

# 사진가는 이제야 마음의 빚을 조금 갚습니다. 셔터를 한장 한장 누를 때마다 마음속으로 속삭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곤 그분들의 미소를 찍습니다. 그 미소가 사진이 아닌 가슴에 남을 듯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사진=이관석 작가]
[사진=이관석 작가]
[사진=이관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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