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액공제 확대법안의 모순
국민의힘은 모순 법안 왜 밀어붙이나

집권 여당이 반도체 시설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을 위해 세액공제율을 높여주자는 법안을 내놨다. 물론 이 법안이 여소야대의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눈여겨볼 것은 이 법안이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수혜자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인 것도 모자라, 그 대기업이 세액공제를 통해 법인세를 100% 감면 받더라도 17%에 해당하는 법인세는 또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여당은 이런 법안을 내놨을까. 

국민의힘이 내놓은 법안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다 받을 수 없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내놓은 법안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세액공제 혜택을 다 받을 수 없다.[사진=뉴시스]

지난 4일 국민의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법안(국가첨단전략산업법ㆍ조례특례제한법 개정)을 발의했다.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을 위해 최대 30%(대기업 20%ㆍ중견기업 25%ㆍ중소기업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여기엔 기업이 직전 3년간의 연평균 투자금액보다 더 많이 투자하면 그 초과분의 5%를 추가 공제해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기업별로 시설투자액의 최대 25~35%를 세액공제해 주겠다는 거다. 현행 세액공제율은 6~16%(대기업 6%ㆍ중견기업 8%ㆍ중소기업 16%)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법안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이 어디인지부터 따져 보자. 단순히 세액공제율로만 보면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이 가장 높으니 중소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반도체 시설투자액 대비로 보면 대기업, 그중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2021년 삼성전자의 기계ㆍ장치 취득액(사업보고서 상 ‘일반취득 및 자본적 지출’ 기준)은 43조8628억원으로,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액보다 많다. 여기에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내놓은 법안의 내용대로 최대 세액공제율인 25%를 적용하면 세금감면액은 10조9657억원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기계ㆍ장치 취득액 8조5581억원(2021년)에 최대 세액공제율 25%를 적용하면 2조1395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결코 적지 않다. 2021년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자산’을 보면 삼성전자가 124조1094억원, SK하이닉스가 8조6725억원이다. 굳이 정부가 세금감면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투자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생각해볼 건 또 있다. 반도체 대기업들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40%(동법 제10조)를 세액공제 받고 있다.[※참고: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6%가 아닌 최대 10%다.] 

2021년 삼성전자의 R&D 비용이 22조595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9조382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거다. R&D 비용으로 4조448억원을 쓴 SK하이닉스 역시 1조6179억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의 법안에 따른 시설투자 세액공제와 현행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합하면 삼성전자는 총 20조39억원, SK하이닉스는 총 3조7574억원의 세액공제를 받는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결재무재표상 법인세 비용이 각각 13조4444억원, 3조7998억원이었다는 거다. 삼성전자의 세액공제액은 법인세 비용의 148.8%, SK하이닉스의 세액공제액은 법인세 비용의 98.9%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법인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 두 기업의 법인세는 전액 공제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현행 법인세법은 대기업의 명목상 법인세 최저세율(과세표준 소득 1000억원 초과 기준)을 17%로 정하고 있다. 아무리 세액공제를 많이 받아도 최저세율만큼의 법인세는 무조건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은 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려는 걸까. 가능성은 두가지다. 하나는 실증적인 평가를 하지 않은 탓에 세액공제율을 확대해도 기업들이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없다는 현실을 간과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를 모를 리 만무하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시설투자를 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반도체 시설투자를 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내놨다.[사진=뉴시스]

 

다른 하나는 향후 법인세율 조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다. 세액공제율을 조정한 후에 “기업들이 실질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인세율도 손봐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려는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의 법안은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다 주지도 못하면서 세수는 크게 감소시키는 이상한 법이 될 수 있다.[※참고: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세수가 약 7조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건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내놓은 법안은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을 위한 것이고 ▲법인세율을 조정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다 줄 수도 없으며 ▲따라서 시설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고 ▲세수만 감소시키는 법안인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게 뻔한 법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글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rsmtax@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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