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통제 잘 되고 있나 살펴보니…
예산 남아돌아도 지방채 최대한도 발행
정권 막론하고 방만한 예타 면제 사업들
서울시 참여예산제는 껍데기만 남아

2009년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위기가 불거졌다.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할 정도였다. 이듬해 정부는 지자체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내놨고, 지자체의 권한을 제한하는 장치들이 마련됐다. 지방재정법도 뜯어고쳤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금 이 장치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2020년 서울시엔 돈이 남아돌았지만, 2021년 지방채를 최대 한도까지 발행했다.[사진=뉴시스]
2020년 서울시엔 돈이 남아돌았지만, 2021년 지방채를 최대 한도까지 발행했다.[사진=뉴시스]

2009년부터 불거진 지방재정 위기를 기억하는가. 당시 전국 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는 2008년 20조2000억원 흑자에서 2009년 7조10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지방채 발행 잔액은 19조486억원에서 25조5531억원으로 34.1% 급증했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6.3%에 달했고,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괜찮아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았던 경기도조차 보통교부세를 받는 지자체로 전락했다. 서울시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역시 80%대에 머물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적자 예산 편성 탓도 있지만, 이명박(MB) 정부의 감세정책이나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자 정부는 2010년 7월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채 통제 강화 ▲대규모 사업의 사전 통제 확대 ▲재정 과정에서 시민에 의한 통제 장치 도입 등이 주요 골자였다. 2011년에는 이런 내용을 담아 지방재정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방재정이 건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의문❶ 한도액 기준 악용 = 우선 지방채 통제 강화부터 보자. 정부는 지자체의 등급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액을 제시했다. 채무관리계획을 공식화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을 제한하려고 도입한 지방채 발행 통제제도는 오히려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로 해석됐다. 

일례로 서울시는 202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전체 예산의 24% 수준(한도는 25%)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방채 발행계획을 심의하는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는 예산안을 의회로 송부하기 전날 서면심의를 통해 지방채 발행계획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규’에 한정해야 하는 지방채 발행 대상 사업이 기존의 특별회계 대상 사업으로 변경됐다. 지방재정계획심의위에 속한 대학교수ㆍ회계사ㆍ변호사 등은 기존 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2020년 순세계잉여금(3조6770억원)이 그해 본예산(35조2808억원)의 10.4%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에선 돈이 남아도는데, 다른 한편에선 지방채를 한도액까지 발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지방채 한도액 기준을 악용한 데서 기인한 ‘역효과’다. 

■의문❷ 예타 면제의 덫 = 그럼 지자체의 대규모 사업을 사전 통제하겠다는 방안은 효과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2010년 당시 정부는 총사업비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특별 관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중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면제받는 등 관리 대상에서 빠진 사업은 적지 않았다. 

MB정부에서 예타를 면제받아 진행된 경북도의 ‘신화랑 풍류문화벨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신라 문화의 핵심 거점인 경주ㆍ청도ㆍ영천ㆍ경산을 중심으로 화랑정신을 체험하는 문화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총 2295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이었다. 

그런데 2017년 청도에 준공된 숙박시설과 공원 등의 연간 관리비가 5억2000만원에 달했다. 입장료를 포함한 숙박 수입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이 부메랑을 날린 셈이었다.

이 때문인지 청도군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민생사업에 2000만~3000만원도 못 해주는데, 대규모 시설의 적자를 감당하느라 매년 수억원씩 지출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개탄하기도 했다. 

예타 문제가 MB정부 때만 벌어진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사업들 중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들의 총예산 규모는 105조원에 달한다. 경제적 정당성보다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런 사업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문❸ 껍데기만 남은 참여예산제 = 이제 2010년 정부가 도입한 마지막 방안인 ‘시민 통제’의 실효성을 확인해보자. 시민에 의한 재정통제 수단은 크게 참여예산제와 예산낭비신고센터 제도 두가지다. 특히 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에 명시된 ‘법적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시는 이 법적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이 복귀한 2021년 4월부터 시민온라인투표와 총회를 통해서 이미 결정된 참여예산 사업의 일부를 임의로 선택해 예산에 반영하고 있어서다.

사업부서가 검토한 후 적격성까지 획득한 사업의 진행 여부를 서울시가 맘대로 결정한 셈인데, 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서울시는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설명한 적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여예산제를 원칙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여예산제를 원칙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또 있다. 서울시는 참여예산 사업의 운영계획조차 공고하지 않고 있다. 7월 4일 현재 서울시 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업제안 내용은 지난해 진행된 것들이다. 

예산낭비신고센터 제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0년 재정공시(결산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엔 총 81건의 신고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시됐는데, 서울시는 이중 단 2건(2.5%)만 타당한 신고로 간주했다.

신고내용이 허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는 서울시의 책임도 없지 않다. 시민이 예산사업에 적절한 의견을 내려면 정보 공개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현재 지자체들의 예산사업 정보 공개 수준은 미약하기 짝이 없어서다. 

자, 정리해보자.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통제 장치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방채 통제 강화’와 ‘사전 통제 확대’는 기대효과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시민에 의한 통제 장치’는 법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시의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지자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때다.  

글 =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imsangchul75@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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