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기준 20년 전으로 회귀
양도세 대상은 전체의 0.3%에 불과
세수 감소하고, 조세 원칙에도 위배

지난 6월 16일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목표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복원하겠다는 게 핵심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새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의 부과 대상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미투자자와는 별 상관없는 변경일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방향성과도 엇갈린다. 

주식시장에서 양도소득세를 내는 이들은 전체 투자자의 0.3%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주식시장에서 양도소득세를 내는 이들은 전체 투자자의 0.3%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내년부터 증권거래세를 현재 0.23 %에서 내년 0.20%로 낮추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출 방침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바꿔 금투세 도입을 미루고(2년 유예), 거래세를 소폭 내리기로 했다.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도 바꾼다.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동안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의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종목당 100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세를 납부한다. 그런데 향후 2년간은 ‘종목당 10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보유한 이들이 주식을 양도한 경우에만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출범 전부터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손보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주식투자자들의 세금을 낮춰주면 투자가 더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제❶ 어긋한 방향성 = 문제는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의 부과 기준을 변경한 게 그동안의 정책 방향성이나 조세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변경은 정권과 무관하게 이 기준을 하향조정해왔던 방향성과 어긋난다.

박근혜 정부는 ‘지분율 3% 혹은 100억원 이상’이던 이 기준을 2013년 ‘지분율 2% 혹은 50억원 이상’, 2016년 ‘지분율 1% 혹은 25억원 이상’으로 하향조정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지분율 1% 혹은 15억원 이상’으로, 2020년 4월에는 ‘지분율 1% 혹은 1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세계 여러 국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을 지속 확대해온 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양도소득세 기준을 20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현재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은 개미투자자가 아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현황(국세통계연보 참고)에 따르면, 2020년(귀속연도) 기준 주식 양도 신고 건수는 2만7163건이었다.

이를 통해 발생한 양도차익 총액은 7조2870억5700만원이었고, 건당 평균 양도차익은 2억683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913만6000명(한국예탁결제원 참고), 개인투자자 보유금 총액은 661조9000억원이었다. 1인당 보유금액은 7250만원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개인투자자가 913만6000명인데, 양도소득세 신고 건수가 2만7163건(0.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극히 일부라는 방증이다. 아울러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의 건당 평균 양도차익(2억6830만원)은 개인투자자의 1인당 주식 보유금액(7250만원)의 3.7배에 달한다.

양도세 기준 20년 전으로 회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정책이 누굴 위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는 통계다.[※참고: 양도차익이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증권거래세와 같은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1인당 주식 보유금액과 개인투자자 1인당 주식 보유금액의 격차는 3.7배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❷ 세수 감소 = 이뿐만이 아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상향조정하면 세수가 확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과세 대상이 줄어드니까 당연한 이치다. 물론 정보가 제한돼 있어 세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미 있는 자료로도 추측은 가능하다. 종목당 25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이들에게 주식 양도세를 부과했던 2017년 당시 양도세 신고 건수는 6420건, 전체 양도차익은 5조8177억원이었다. 

반면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부과 대상의 기준을 낮춘 2020년 양도세 신고 건수와 전체 양도차익은 각각 2만7163건, 7조2871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참고: 현재 세부적인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세수 추정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2019년말에 A회사 주식을 30억원어치 보유한 대주주가 2020년에 주식을 얼마나 매도해서 얼마의 양도차익을 얻었는지 상세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식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을 조금만 좁혀도 세수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많은 것도 아니다. 당초 계획대로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전면 시행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둔 이들에게 양도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실제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 투자자의 2%에 해당하는 9만명(2014~2017년 기준)가량에 불과하다(신우리ㆍ송헌재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세수효과’).  

사실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축소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에 위배된다. 막대한 소득이 있는 고소득층에 세금을 덜 물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이게 과연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복원하는 길일까. 정부 당국자들이 곱씹어봐야 할 질문이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thick99@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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