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쌓이는 무역적자… 복합위기

윤석열 대통령이 대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원칙론에 그쳐선 안 된다. 시장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는 한편 거시경제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원칙론에 그쳐선 안 된다. 시장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는 한편 거시경제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고음이 울려댄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350원을 위협한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구두 개입에 나섰는데도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 여파로 하반기에 반등했던 주식시장도 다시 하락했다.

실물경제도 급속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올 들어 8월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255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이미 역대 최대 기록(1996년 206억 달러 적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쌓인다. 석유화학·철강·정보기술(IT) 등 주력산업의 재고도 급증했다. 

이같은 금융과 실물의 복합위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화가치 약세(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인 미국의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과 달러화 강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을 맞췄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월에 다시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또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태세다. 

미 연준과 달리 한은은 9월에 금통위를 열지 않는다. 한·미간 금리역전에 이어 금리격차가 커지면 원화의 추가 약세가 불가피해진다.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이 고금리를 좇아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환율 상승이 달러화 표시 수출품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에 기반한 ‘환율 상승=수출 호재’ 공식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와해된 데다 미국-중국간 무역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신냉전 체제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블록화가 득세한 결과다.

실제로 환율이 오를수록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품을 사오는 가격이 비싸져 무역수지는 악화하고 국내 물가는 더 뛰어오른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수출은 0.03% 늘지만 수입이 3.6% 증가해 무역적자가 커진다는 분석(무역협회)도 나와 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5월 이후 석달 연속 적자행진인 점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정부가 내수 강화 정책을 펴는 데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능력 및 품질 경쟁력이 향상돼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양국 간 기술격차가 더 좁혀지고 일부 기술 분야에서 역전되면 대중 무역적자 기조가 고착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최근 환율 상승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외환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지 않고, 국가 신인도나 외환보유액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무역수지는 적자이지만, 서비스수지와 자본이동을 포함한 경상수지는 흑자라고도 주장한다. 또한 외채보다 대외금융자산이 많은 순채권국인 만큼 지나치게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역적자폭이 계속 커지면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이 수출 제조강국인 한국의 무역적자 기조를 가벼이 보지 않을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이미 가격이 급등한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나 무역적자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외채의 건전성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6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대비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율이 41.9%로 석달 전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78.4%)보다는 낮지만, 최근 10년 평균(33.8%)보다 높다. 세계경기 침체와 수출여건 악화에 따라 기업들의 단기 외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외채 건전성이 나빠질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환율 상승과 무역적자 등 대내외 경제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원칙론에 머물러선 안 된다. 시장의 과잉 반응을 경계하는 한편 재정 건전성을 비롯해 거시경제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대한 나라밖 평판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사진=뉴시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사진=뉴시스]

환율은 결국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 환율은 일시적으로 출렁이다가도 자국의 경제력과 제품의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평가받는 수준에서 정해진다. 따라서 구조적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술 초격차 확보와 인재 육성으로 첨단 신산업을 육성해 한국 기업과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

아울러 신냉전, 블록화, 경제안보 및 기술안보가 국가안보와 동일시되는 지경학적(Geo-economics) 시대에 맞게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산업구조도 리셋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