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한 소소한 기억

# “으앗 조심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등굣길입니다. 우리는 약속한 듯 한걸음 한걸음 바닥을 보며 걷습니다. 이맘때 나타나는 엄청난(?) 장애물 때문입니다. 바로 은행입니다. 여기저기 우수수 떨어져 있는 은행을 피해 까치발을 하고 징검다리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닙니다.

잘못 밟았다간 하루 종일 꾸리한 냄새가 발끝을 따라다닙니다. 은행 밟은 사람은 집에 신발 벗고 들어와야 한다며 서로에게 경고를 날립니다. 저도 조심조심 아이들 따라 폴짝폴짝 뜁니다. 

#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거의 없고 공해에 강해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가을이면 노란잎으로 물들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나무는 가로수 중 가장 많습니다. ‘은행주의보’도 그만큼 거리 곳곳에 내려집니다. 발밑을 조심해야 합니다.

# 하지만 은행나무로선 억울할지 모릅니다. 1년 내내 그늘을 만들어주고 거리를 지켜줬는데 가을 악취의 주범이라며 원망을 받으니 말이죠. 더구나 은행은 저열량·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혈관계질환과 혈액노화 방지에도 좋으니까요. 

#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은행은 사람과 공존하면서 살아갈 겁니다. 예쁜 노란잎으로 기억되든 냄새로 기억되든 말이죠. 제게도 예쁜 기억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랑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고소한 은행의 기억입니다. 은행 시즌입니다. 당신은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가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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