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재무설계
소득의 절반은 저축해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젊은이들은 벌써부터 노후를 걱정한다. 이제 막 신용대출금을 상환한 김은혜(가명·31)씨도 탄탄한 노후를 원한다. 하지만 미용과 의류 구입 등 불필요한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데다. 가입해놓은 금융상품도 없다. 은혜씨는 어디서부터 미래 준비를 해야 할까.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예금통장을 활용해 관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예금통장을 활용해 관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초년생은 얼마나 저축을 해야 할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종잣돈을 모으려면 적어도 월급의 50~60%는 저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님과 살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60%, 독립해서 자취하고 있다면 50%를 저축해야 한다는 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은혜(가명·31)씨는 취업 후 신용대출을 갚느라 지금까지 저축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7월에 모든 대출을 청산했고, 이제부터 저축을 해보려고 한다. 취업하자마자 저축을 시작했던 친구들과 비교하면 출발이 꽤 늦은 셈이어서인지 김씨는 조바심이 났다.

은혜씨가 저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은혜씨는 코로나19로 회사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같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결혼을 한다면 남편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겠지만 그런 변동사항까지 고려하면 한도 끝도 없잖아요. 일단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은혜씨는 은퇴 후 매월 200만원씩 연금을 받는 걸 재무목표 1순위로 삼았다. 그다음엔 결혼자금으로 3000만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지금 월세로 사는 집에 보증금 2000만원을 넣어놨는데, 여기에 1000만원을 더해 결혼자금으로 삼으려고 한다.

은혜씨에겐 은퇴 시기인 65세까지 34년의 준비기간이 있다. 수명을 100세로 설정할 경우 65세부터 100세까지 35년간 연금을 200만원씩 수령하려면 단순계산으로 총 8억40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은퇴자금은 생애 소비하는 목돈 중 비중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결혼자금도 은혜씨의 나이대엔 부담되는 액수일 것이다. 은혜씨는 목돈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그의 가계부를 점검해보자.

Q1 지출구조

면세점에서 일하는 은혜씨의 월급은 250만원이다. 상여금은 1년에 150만원씩 받고 있다. 자취를 하는 은혜씨는 통신비로 월 9만원, 공과금 40만원, 생활비 30만원을 지출한다. 월 교통비는 7만원이다. 건강·문화생활비로 19만원을 쓰고, 보험료는 20만원을 낸다. 여기까지 계산하면 한달에 125만원씩 지출하는 셈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도 있다. 총 495만원으로, 부모님 용돈(30만원)·의류비(100만원)·미용비(120만원)·명절비(20만원)·의료비(100만원)·경조사비(25만원)·여행비(100만원) 등에 쓴다. 이를 한달로 나눠 계산하면 월평균 41만원이다.

금융상품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신용대출을 갚느라 저축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씨의 지출은 총 166만원이고, 잉여자금으로 84만원이 남는다. 그럼 신용대출 변제를 위해 썼던 84만원을 저축하는 데 쓰면 솔루션이 끝나는 걸까.

Q2 문제점

물론 그렇지 않다. 처음에 얘기했듯 자취를 하는 사회초년생은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는 걸 권장하는데, 이 계산대로라면 김씨는 125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잉여자금 84만원 외에 41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절반까지 저축하진 못하더라도 잉여자금을 더 늘리는 노력은 필요해 보 보인다.

여유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지출을 줄일 곳을 찾아봤다. 은혜씨의 비정기지출은 연평균 495만원으로 과한 편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미용비(120만원)·의류비(100만원)에 지출이 과하게 쏠려 있다.

여행비는 100만원으로도 부족해 상여금 150만원까지 끌어다 썼다고 한다. 은혜씨는 신용카드로 이 지출을 감당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양날의 검이다.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소비하기 쉽다는 단점도 동시에 갖고 있다.

Q3 해결점


이런 신용카드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김씨는 비정기지출용 예금통장을 따로 만들어 활용하기로 했다. 그러기에 앞서 비정기지출(495만원)을 135만원 줄인 360만원(월 30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미용비(120만→60만원), 의류비(100만→60만원), 여행비(100만→65만원)를 아껴 이를 실현했다.

그런 다음 예금통장에 월 30만원씩 저축해 비정기지출용으로 쓰기로 했다. 다시 말해, 비정기지출 30만원을 없애고, 비정기지출용 예금 30만원을 만든 셈이다.

이에 따라 저축액이 30만원 늘었지만 비정기지출(41만원)이 가계부에서 사라졌으므로 11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여기에 기존 잉여자금 84만원을 더하면 김씨는 95만원을 더 저축할 수 있다.

필자는 은혜씨의 보험료(20만원)가 조금 과하다고 판단, 보장 항목을 조정해 10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은 105만원이 됐다.

이제 솔루션을 세워보자. 은혜씨는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원금 손실의 우려가 없는 적금을 쓰기로 했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각 지역은행에서 특판 적금을 출시하고 있다.

잘 찾아보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상품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은혜씨는 연이율 2.7%의 적금상품을 찾았고, 여기에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은혜씨가 노후자금으로 월 200만원씩 수령하려면 지금부터 꼬박 월 80만원씩 개인연금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그럴 여력이 없다.


연봉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은 은혜씨의 직종(면세점 판매직)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따라서 납입금을 하향조정해 월 40만원씩 붓기로 했다. 추후에 연봉이 오르면 추가적립 기능을 활용해 차차 납입액을 높여가기로 결정했다.

남은 35만원은 청약통장(5만원)과 적립식펀드(30만원)에 적립하는 데 활용했다. 청약통장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고, 적립식펀드는 자금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불림과 동시에 재테크 공부를 위해 가입했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은혜씨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안전성이 높은 채권형 펀드에 적립하면서 투자공부를 병행해 경제안목을 키워가기로 했다.

다만,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수익형 상품이므로 추이를 지켜보면서 1년에 한번씩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나면 이를 개인연금으로 돌릴 생각이다.

이렇게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지출이 과했던 비정기지출은 예금통장으로 돌려 예산을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은혜씨가 걱정하는 은퇴 이후의 삶도 탄탄하게 대비했다. 솔루션대로만 성실하게 준비하면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I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