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재무설계
용처 없는 잉여자금으로 장기투자 나서

30대 싱글 정해영(가명)씨는 현재의 삶도, 미래도 포기하지 않은 청춘 중 한명이다. 병원에서 근무 중인 그는 결혼, 내집 마련, 은퇴 후 삶을 챙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지출을 통제하면서 ‘빚 없는 삶’을 유지해온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해영씨가 자신의 위시리스트를 달성하려면 지금의 가계부를 바꿔야 한다. 빚이 있든 없든 미래에 대비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30대 해영씨는 5년 뒤 내집 마련에 성공하는 게 꿈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해영씨는 5년 뒤 내집 마련에 성공하는 게 꿈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일하는 30대 싱글 정해영(가명)씨는 인생의 위시리스트를 빼곡하게 채웠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런 목표를 세우는 게 삶의 동력이 된다고 믿고 있다. 해영씨는 자신의 위시리스트 최상단 목록에 ‘내집 마련’을 적었다. 그는 서울에서 반전세 집에 살고 있는데,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지쳤다. 이를 위해 청약도 꾸준히 붓고 있다. 

해영씨의 위시리스트 2순위는 자동차다. 정씨는 연애 중인데, 차가 있으면 서울 근교로 놀러 나가기 편해서다. 마지막으론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거다. 65세부터는 매월 300만원의 생활비를 챙길 수 있게끔 똑똑한 재테크를 하고 싶다. 

해영씨의 위시리스트는 연애나 결혼, 내집 등을 모조리 포기하는 ‘N포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그의 목표를 달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재 해영씨의 월 소득은 370만원, 여기에 더해 매년 350만원의 상여금을 받는다.

연령대별 평균 소득(344만원ㆍ통계청)을 웃도는 벌이지만, 해영씨의 위시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려면 재무계획을 꼼꼼하게 짜야 한다. 집과 차, 노후 대비 모두 큰 목돈이 필요한 일인 만큼 허리띠를 세게 졸라매야 할 수도 있다.   

Q1 지출구조

먼저 해영씨의 통장 거래 내역서를 보자. 언급했듯 정씨의 급여 계좌엔 매달 370만원이 꽂힌다. 이중 ‘월급이 통장을 스칠 뿐’이란 노래 제목처럼 스쳐서 지나가는 고정 지출이 적지 않았다. 

관리비ㆍ공과금 40만원을 내고, 부모님 용돈으로 매달 25만원씩 나간다. 통신비와 교통비가 각각 8만원, 건강ㆍ문화비로 20만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정씨의 월 생활비 40만원에 각종 비정기지출 32만원(연 385만원)이 추가로 나간다. 

해영씨의 금융상품 관련 지출은 128만원. 청약통장에 매달 20만원을 붓고 있고, 적금통장엔 60만원씩 모으는 중이다. 보장성보험은 21만원, 개인연금은 27만원이었다. 이렇게 그의 총지출은 월 301만원으로, 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한 잉여자금은 월 69만원이었다. 여기에 매년 입금되는 상여금 350만원의 용처 역시 뚜렷하지 않았다. 월 29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더 남는다는 얘기다. 다만, 계산이 복잡해 상여금을 제외하고 재무설계를 하기로 했다.  
 
Q2 문제점

흥미롭게도 해영씨는 빚도 없고, 주식 등 투자상품도 없다.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보증금 4000만원이 그가 보유한 자산의 전부다. 소비에 치중하는 요즘 젊은층답지 않게 나름 지출을 통제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렇다고 해영씨 가계부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투자는 하지 않아 98만원(69만원+29만원)이란 잉여자금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 

일단 내집 마련은 단순히 돈을 모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여자친구와 결혼 계획이 있다면, 무턱대고 저축하기보단 구입 목적부터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집을 구입하는 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다. 당장 투입해야 하는 돈도 적지 않고, 대출 상환도 20~30년씩 장기로 진행돼서다.  

더구나 결혼을 앞둔 30대에게 집은 부부 공동의 공간이다. 미래 배우자와 신중히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가령, 해영씨의 여자친구는 카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럴 경우 정씨의 직장에서 1시간 내외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의 2층집을 매입해 1층은 카페, 2층은 신혼집으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영씨가 위시리스트 상단에 올려놓은 자동차 구입도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차값이 만만치 않은데다 매달 유지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1년에 자동차보험ㆍ자동차세를 꼬박 내야 하는데 보통 120만~160만원 수준이다. 그가 명절ㆍ경조사ㆍ휴가 등에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 385만원인데, 여기에 자동차를 구입하면 최소 120만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물론 해영씨는 이를 감당할 능력을 갖고 있긴 하다. 연간 상여금 350만원을 동원하면 된다. 그럼에도 연 155만원이 넘는 추가지출이 생긴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위시리스트 차순위로 노후 대비는 당장 밑줄을 치고 대비해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이 아니다. 해영씨의 은퇴는 아직 먼 일이다. 준비기간과 필요자금을 더 정확하게 책정하고 설계해야 한다. 재무설계를 할 땐 인생에서 먼저 다가오는 지출을 우선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  
 
Q3 해결점

해영씨가 당장 모아야 할 자금은 중고차 구입비 1500만원이다. 생활비(40만원→35만원)와 건강ㆍ문화비(20만원→15만원)를 각각 5만원씩 줄이고 적금(60만원→70만원)을 10만원 더 늘려 2년 안에 차를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나머지 위시리스트는 다행히 5년이 넘게 걸리는 중장기 목표다. 자금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건 금융상품에 투자할 여유도 있다는 얘기다. 

가령, 5년 뒤 목표인 내집 마련의 경우를 보자.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4억원으로 가정한다면, 최소 8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할 거다. 정씨가 오피스텔 보증금 4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안에 4000만원을 더 확보하면 된다. 이를 위해선 5년간 매달 67만원씩 모아야 하지만,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자! 그럼 해영씨의 가계부를 본격적으로 조정해보자. 언급했듯 알뜰한 해영씨는 월 69만원의 흑자를 내고 있었다. 이중 30만원은 적금보단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펀드에, 39만원은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펀드에 39만원씩 납입하도록 유도했다.

그다음 재무설계에서 빼놨던 월 29만원을 활용해 비정기지출(월 32만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의류비ㆍ휴가비ㆍ여행비를 각각 1만원씩 줄여 상여금으로 비정기지출을 털어냈다. 한발 더 나아가, 지출 규모가 컸던 청약적금(20만원)을 2만원으로 조정해 여윳돈은 50만원(32만원+18만원)이 됐다. 

이 돈으로 해영씨의 위시리스트 나머지 항목도 지워보자. 일단 노후 대비를 위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하고 월 25만원씩 넣기로 했다. 은퇴용 연금(월 25만원)도 추가로 가입했다. 

해영씨가 기존에 가입했던 연금은 크게 손대지 않았다. 월 저축액을 크게 늘린 만큼 연말정산 때 납부한 세금 중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어서다. 그가 기존에 가입한 상품이 세액공제 연금이어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뜬구름 잡듯 재무목표를 세우던 해영씨는 이렇게 자신의 위시리스트 달성에 한걸음 다가섰다. 

글 =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 더스쿠프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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