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재무설계
장기 위주 상품 재구성 필요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선 금융상품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 상품은 경제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는데 해지해야 할지,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는 윤하정(가명·28)씨. 큰 고민 없이 가입해 납입하고 있는 상품들 탓에 그의 통장에 난 구멍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선 금융상품도 조정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같은 상황에선 금융상품도 조정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균 2억8739만원. 신혼부부가 결혼하는데 쓰는 평균 비용이다(결혼정보업체 듀오 ·2022 결혼비용 보고서). 신혼집(2억4019만원)과 혼수(1471만원)를 마련하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예식홀(971만원), 예단(789만원), 예물(717만원), 신혼여행(379만원), 웨딩패키지(307만원), 이바지(86만원)에만 3000만원 넘게 든다. 

3년차 직장인 윤하정(가명·28)씨는 남자친구와 6년 안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아직 먼 얘기지만 지금부터 천천히 결혼을 준비해볼 생각으로 상담을 신청해왔다.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앞서 그의 재무목표를 들어봤다. 

“결혼하기 전에 혼자 살아보는 게 꿈이랍니다.” 지금껏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결혼 전엔 잠깐이라도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전세자금이 필요한데, 윤씨는 이를 위해 3년 안에 1억원을 모으는 게 첫번째 목표라고 했다.

다음 목표는 ‘내집마련 자금’이다. “남자친구와 신혼집은 수도권에 마련하자고 했어요. 그때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목표자금은 3억원으로 잡아놨어요. 그중 1억원 정도는 제 힘으로 마련하고 싶어요.” 예식비도 갑자기 준비하려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부(1000만원)는 통장에 준비해놓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렇다면 윤씨는 목표에 걸맞은 소비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의 가계부를 점검해보자.  

Q1 지출구조

윤씨의 월급은 300만원이다. 명절·휴가 등에 받는 상여금은 약 200만원. 이제 그가 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자. 윤씨는 통신비로 10만원, 생활비로 35만원, 교통·유류비로 15만원을 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사는 등 문화생활에 쓰는 돈은 월평균 14만원이다.

용돈도 20만원씩 정해놓고 쓰고 있다. 함께 사는 부모님께도 매달 10만원씩, 총 20만원의 용돈을 드리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한달에 114만원을 쓰는 것 같지만, 비정기지출과 비소비성 지출이 남았다. 

먼저 비정기지출이다. 윤씨는 의류비(150만원), 운동비(120만원), 휴가·여행비(120만원), 경조사비(10만원), 미용비(40만원), 액세서리 구입비(8만원), 부모님 용돈(40만원), 문화비(5만원) 등으로 연간 493만원을 쓰는데, 이것이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41만원이다. 

윤씨는 금융상품도 두둑하다. 적금 50만원, 펀드 60만원, 저축보험 40만원, 연금저축 30만원 등 비소비성지출이 18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소비성지출(114만원)과 비정기지출(41만원)까지 합하면 월 평균지출이 335만원이 월 소득 300만원을 초과한다는 거다. 

Q2 문제점

윤씨는 소비성지출, 비정기지출, 비소비성지출 모두 손볼 필요가 있다. 버는 것보다 지출이 많은 것도 문제고, 금융상품이 장기상품들 위주로 꾸려진 것도 해결해야 한다. 생애 이벤트에 따라 시기별로 분배해야 하는데, 윤씨의 장기상품에선 그런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윤씨는 펀드에만 매월 60만원씩 투자하고 있는데, 사실 요즘 같을 땐 펀드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윤씨의 펀드수익률도 마이너스 10%까지 떨어졌다. “해지해야 할지,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펀드수익률 확인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정리하는 게 맞다. 그 자체만으로 윤씨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30만원씩 납입하고 있는 세액공제형 연금저축도 정리가 필요하다. 금리가 1%대라 쌓인 돈이 운용되는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Q3 해결점

자, 이제 가계부를 다시 짜보자. 사실 윤씨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데다 용돈도 따로 정해놓고 쓰기 때문에 한달 생활비로 35만원이나 쓸 이유가 없다. 이를 20만원까지 줄였다. 14만원인 문화비도 4만원 줄여 10만원 안쪽에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월평균 41만원 쓰는 비정기지출은 전용 통장을 활용해 따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일단 소비성지출에서 제외했다.

정리하면, 생활비와 문화비에서 줄인 19만원과 비정기지출 41만원까지 더해 60만원이 생겼다. 내친김에 금융상품도 조정했다. 저축성보험(40만원)과 연금상품(30만원)은 장기상품에 해당해 윤씨의 재무목표와는 맞는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해지했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도 절반(60만원→30만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이렇게 했더니 총 160만원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조정 전 구멍(초과지출)을 감안하면 실제 굴릴 수 있는 건 125만원이다.

여유자금으로 일단 금융상품을 다양화하는 데 집중했다. 윤씨는 6년 이내에 목표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50만원씩 붓던 적금을 120만원으로 70만원을 늘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혼집 마련을 대비해 주택청약종합저축에도 2만원씩 넣기로 했다. 장기상품을 모두 해지했기 때문에 연금저축펀드(20만원) 하나 정도는 마련해뒀다. 단, 수익성 상품이라 추이를 보면서 1년에 한번씩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앞서 소비성지출에서 제외한 비정기지출이다. 윤씨는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이 월평균 41만원인데, 그 면면을 보면 다소 과하거나 소비성지출과 중복되는 것들이 있다. 하나하나 따져가며 줄여봤더니 비정기지출이 33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윤씨 가계부의 구멍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6년 후에 미래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글 =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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