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재무설계
현실적인 재무목표 세워야

사회 초년병일 때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한 초기, 자칫 ‘과소비의 늪’에 빠지면 그 버릇을 고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지난해 중견기업에 취업한 최동하씨(가명·30)도 용돈과 문화생활비로만 월 80만원을 쓸 정도로 씀씀이가 크다. 문제는 최씨가 7년 안에 5억원을 벌겠다는 허황된 재무목표까지 세워놨다는 점이다.

재무목표는 실현 가능성을 따져 현실적으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목표는 실현 가능성을 따져 현실적으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대의 목표는 취업이다. 20대 태반이 직장을 갖기 힘든 요즘, 취업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바늘구멍만큼 좁은 취업문을 뚫어도 결혼, 내집 마련, 노후 준비까지 해결해야 할 재무 이벤트가 숱하다.

문제는 20대 때 쌓이는 이벤트가 30대를 넘어 40대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란 점이다. 올해 막 서른살이 된 직장인 최동하(가명)씨의 고민도 같다. 20대의 마지막인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최씨는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수많은 재무 이벤트 가운데 제대로 푼 게 하나도 없다. 

최씨의 재무목표는 7년 안에 5억원의 목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과한 지출 탓에 5억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최씨는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우선 최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씨의 월급은 월 300만원이다. 추석·설 등 명절 보너스로는 연 200만원을 받는다. 먼저 정기지출을 알아보자. 통신비는 12만원을 쓰고, 용돈과 식비는 각각 40만원씩 지출한다. 주거 비용으로 분류하는 관리비와 세금은 월 3만원 수준으로 무척 적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어서다. 

뮤지컬과 연극 등 공연을 즐기는 최씨는 월 40만원을 문화생활비에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님 용돈(20만원), 경조사비(10만원), 의류·미용비(10만원), 휴가·여행비(20만원) 등 월평균 60만원을 비정기지출(연 720만원)로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지출과 비정기지출을 합친 소비성지출은 195만원에 이른다.

금융상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원, 적금 30만원, 적립식펀드 투자 70만원 등이 있다. 이를 모두 계산한 최씨의 총 지출은 305만원으로, 월 5만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Q2 문제점

적자 규모가 5만원으로 크지 않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점이 숱하다. 무엇보다 소비지출이 과하다. 용돈 40만원 외에도 식비와 문화생활비로 각각 40만원씩 쓰고 있는 건 좋지 않다. 사회초년생 때 과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면 고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처음부터 절약하는 소비패턴을 길러야 돈을 모으는 습관도 만들 수 있다. 

월소득의 20%를 차지하는 비정기지출(월 60만원)도 줄여야 한다. 연 720만원에 달하는 비정기지출은 3인 가족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점을 최씨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최씨가 목표로 내세운 ‘7년 안에 5억원 모으기’도 문제가 많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월 600만원씩 꼬박꼬박 모아야 한다. 허황된 재무목표라는 건데, 이런 목표는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 좋다.

Q3 해결점

자! 이제 해결책을 찾아보자. 최씨는 일단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올바른 저축은 자신의 저축 여력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향에 맞는 저축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리한 투자보다는 적금으로 돈을 모으는 게 낫다.

반대로 투자경험이 있다면 안정적인 투자를 병행해 자산을 불리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게 ‘100-나이’ 법칙이다.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을 백분율(%)로 삼아 투자 비중을 정하는 것이다. 서른살인 최씨로선 여유자금의 70%(100-30)를 투자에 쓰는 게 맞다는 얘기다. 

이를 토대로 최씨의 과도한 지출을 줄였다. 40만원이던 용돈을 30만원으로 줄이고, 식비는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0만원 절약했다. 뮤지컬 관람을 줄이는 방법으로 문화생활비도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 통신비도 요금제를 변경해 월 12만원에서 7만원으로 5만원 아꼈다.  

다음은 월 60만원(연 720만원)에 이르는 비정기지출을 조정해보자. 비정기지출은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우선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월 20만원(연 240만원)은 정기지출로 조정했다.

나머지 비정기지출 월 40만원(연 480만원)은 과감하게 반(월 20만원·연 240만원)으로 줄였다. 비정기지출을 조정해 20만원을 아낀 셈이다. 이를 통해 최씨의 가계부는 월 70만원(용돈 10만원+식비 20만원+문화비 20만원+통신비 5만원+비정기기출 20만원) 흑자로 돌아서게 됐다.

이제 남은 건 현실적인 재무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최씨는 7년 안에 5억원을 모으겠다는 허황된 목표 대신 5년 안에 1억원을 모으는 것으로 재무목표를 수정했다. 그렇더라도 월 170만원가량을 모아야 하는 목표이니, 저축을 늘려야 한다.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금이다.

최씨는 30만원이었던 적금을 80만원으로 50만원 늘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적금 통장은 각각 40만원씩 두개로 나눴다. 흐지부지 사라졌던 명절 보너스(연 200만원)는 앞으로 CMA통장에 넣어 투자에 필요한 종잣돈을 만들거나 비상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펀드 투자금 70만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씨에게 ‘100-나이’ 법칙을 적용하면 여유자금의 70%인 140만원을 투자에 사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최씨는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최근 투자환경이 나쁘다는 점을 감안해 적립식펀드 투자 이외의 투자는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이후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투자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대신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월 20만원)를 개설해 일찍 노후를 준비하기로 했다. 월 10만원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금액은 5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제 막 30대가 된 최씨로선 많은 금액을 적립하기보단 통장을 오래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아낀 5만원 중 3만원은 보험 가입에 사용했다. 최씨는 가입해 놓은 보험이 전혀 없다. 아직 젊은 탓에 금액이 큰 생명보험은 필요 없지만 실비보험은 마련해 두는 게 좋다. 최씨는 월 3만원을 납입하는 실비보험에 가입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남은 2만원은 예금통장에 잉여자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렇게 최씨의 재무조정이 일단락됐다. 이대로만 하면 5년 내에 목표금액인 1억원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있다. 최씨가 재무계획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느냐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만큼 이를 실행에 옮기는 행동력과 의지도 중요하다. 


글 =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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