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이어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고성능 반도체 칩 통해서
새로운 시장 열 수 있을까

시작점은 코로나19로 명확하다. 하지만 종착점은 알 수 없다.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 얘기다. 올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점을 찍고 엔데믹으로 전환했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어두운 터널에 끝은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 촉발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국면에서 촉발됐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신차를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은 “출고까지 최소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endemicㆍ풍토병화)으로 접어든 지금까지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역사부터 되짚어보자. 코로나19 전파로 야외 활동이 원천 차단되면서 사람들의 이동 수요가 급감했고, 신차 주문도 줄었다.

주문량이 줄어드니 완성차기업들의 신차 판매량도 후퇴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3105만대였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상반기 2857만대로 8.0% 감소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를 만들어도 팔리지가 않으니 완성차기업으로선 손해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자동차회사들은 수순처럼 신차 생산 규모부터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신차를 만들 때 필요한 원자재 주문량이 줄었고, 여기엔 차량용 반도체 물량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같은 완성차기업들의 감산 전략은 엔데믹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의 반대급부로 이동 수요가 반등하면서 신차 주문량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완성차기업들은 비축했던 재고까지 털어 신차를 만들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완성차기업들은 부랴부랴 원자재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원자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원재료-부품-완제품에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수량만큼 재료를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져서다.

고성능 반도체 칩은 미래차의 필수 부품이다.[사진=테슬라 제공] 
고성능 반도체 칩은 미래차의 필수 부품이다.[사진=테슬라 제공] 

그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의 사정은 심각했다. 완성차기업들이 서둘러 차량용 반도체의 주문을 쏟아냈지만 반도체 제조사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차량용 반도체는 제작 요건이 무척 까다롭다. 외부 충돌이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ㆍ안전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완성차기업의 주문을 받은 후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은 다른 반도체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1980년대 초부터 기술을 개선해온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한 ‘균형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이 적은 ‘저수익’ 상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반도체 제조사는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것보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IT기기용 제품을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다. 이런 측면에선 차량용 반도체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고비용ㆍ저수익)가 지금의 ‘반도체 쇼티지(shortage)’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변곡점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완성차기업들의 재고, 신형 전기차 출시, 자율주행차 개발 등 반도체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 숱해서다.

업계에선 적어도 2~3년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악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완성차업계의 ‘디폴트값(기본값)’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차량용 반도체가 정상화하기까지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생산 차질, 출고 지연을 반복하고 있는 완성차업계의 터널도 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선 관점만 바꿔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사와 완성차기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은 흥미롭게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집약성과 확장성이란 두가지 키워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살펴보자.

■ 미래 가능성➊ 기술집약성 = 미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각종 IT기술로 무장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 중심에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가 놓일 수밖에 없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쇼핑, 영화감상, 원격진료 등 일상의 모든 것을 무리 없이 진행하려면 첨단기술을 수행하는 ‘고기능’ 반도체 칩이 필수여서다. 

일례로, ‘디지털화’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는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ㆍ데이터 연산 및 처리 장치) 등 기술집약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고성능 제품의 가격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구세대 차량용 반도체보다 훨씬 높을 게 분명하다. 이는 반도체 제조사에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을 만한 명분을 제공하고, 그러면 차량용 반도체의 쇼티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가능성➋ 확장성 =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확장성이다.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는 지금의 전기차뿐만 미래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각 분야가 원하는 칩의 유형과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사는 다양한 칩 개발을 통해 매출원을 다각화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foundryㆍ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완성차기업 입장에서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개화開花는 호재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앞다퉈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투자하고, 시장 경쟁이 심화할수록 완성차기업의 선택지도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구세대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반도체 제조사들이 제품 개발과 공급에 미온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도처에는 여전히 변수가 가득하다. 고물가ㆍ고금리ㆍ저성장이 뒤엉킨 경제 상황은 물론 기후변화, 새로운 전염병 위험 등으로 국제사회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다. 관건은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다. 반도체 제조사와 완성차기업, 이들은 위기와 성장의 교차점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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