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정미 레버리지박멸단장

# 주식 투자에 손을 댄 지 단 1년 만에 사기를 당했다. 피해금액은 6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최정미씨는 그제야 말로만 듣던 ‘주식 리딩방’의 덫에 걸려들었음을 인지했다. 

# 경제적 피해도 막심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했다. 최정미씨는 수사기관에 각종 자료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사기꾼을 잡는 게 어렵다’는 허망한 답변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기꾼을 직접 쫓기로 했고, 2020년 6월 레버리지박멸단((사이버 금융사기 피해복구 및 예방을 위한 시민모임)이란 단체를 결성했다. 

# 더스쿠프가 ‘레버리지 사기’‘주식 리딩방 사기’‘비상장주식 사기’ 등 사이버피싱을 없애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레버리지박멸단의 최정미 단장을 만났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사이버피싱의 수사를 전담할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식 리딩방·레버리지 사기·비상장주식 사기 등 사이버피싱의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리딩방·레버리지 사기·비상장주식 사기 등 사이버피싱의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레버리지박멸단’을 짧게 설명해 달라.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사기, 비장상주식 사기와 같은 사이버피싱 사기꾼들을 쫓는 시민단체다. 활동은 2019년부터 했고, 단체를 설립한 건 2020년 6월께다.” 

✚ 레버지리박멸단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단장인 나도 피해자다. 2018년께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투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레버리지 사기를 접했고, 결국 사기를 당했다.” 

레버리지 사기의 수법은 간단하다. 일단 주식 투자금의 10배를 빌려준다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100만원을 입금하면 1000만원을 빌려준다는 식이다. 이를 위해 사기꾼들이 거는 조건은 단 하나다. 자신들이 만든 주식매매프로그램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기꾼들이 제공한 HTS가 증권사 주가 거래창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레버리지 투자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 사기라는 걸 금방 눈치챘나. 
“그렇지 않다. 사기라는 걸 인지하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사기꾼이 알려준 가짜 HTS의 주식 거래창은 정말 ‘진짜’ 같았다. 투자금이 소액일 때는 돈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투자금을 찾는 게 어려워지면서 사기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 다른 징후는 없었나.
“수익 인증이었다. 한 사람이 매일 수천만원씩 수익을 올렸다면서 (주식 리딩방에) 인증샷을 업로드했다. 하지만 돈을 찾았다는 얘기는 없었다. 투자 종목의 거래량에서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 한번은 수익 인증에서 확인한 주식 거래량이 그 종목의 하루 총거래량과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한 개인의 거래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고, 그때 사기라는 걸 확신했다. 그게 2019년 5월께다.”

✚ 주식투자를 2018년부터 했으니까, 1년여만에 사기를 알아낸 격이다. 
“1년, 그 정도가 지났을 때 알아챈 듯하다.” 

✚ 레버리지 사기꾼들은 주식 리딩방도 함께 운영했나.
“그렇다. 리딩방 안에서 하루에 2~3개 종목을 추천해줬다. 신기하게도 추천한 종목은 오름세를 보일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처럼 사기에 당한 사람들이 추천종목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움직였던 것 같다. 그때는 사기꾼들의 실력이 좋다고만 믿었다.”

✚ 사기라는 걸 알고 어떻게 했나.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 수사는 잘 이뤄졌나.
“그렇지 않았다. 당시 사건은 경제팀에 배당됐는데, 수사 관계자들이 이 내용을 잘 몰랐다. 수사팀 팀장마저 형사 생활 20년 만에 이런 사기를 처음 본다고 했다.” 

✚ 그때만 해도 레버리지 사기나 주식 리딩방 사기 같은 사이버피싱이 지금처럼 성행하진 않았다는 얘긴가.
“레버리지, 주식 리딩방 등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게 2017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를 기점으로 삼으면 새로운 금융사기수법으로 보긴 힘들지 않나 싶다.” 

사이버피싱은 가상을 의미하는 사이버(Cyber)와 개인정보를 사기에 이용하는 피싱(Phishing)의 합성어다.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 등은 대포(유령)법인·대포폰·대포통장을 이용해 사기꾼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런 점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자금융사기와 비슷해 ‘사이버피싱’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 레버리지박멸단을 운영하면서 사기꾼을 많이 찾아냈다. 특별한 방법이 있나.
“피해자가 돈을 입금한 계좌는 대부분 법인 계좌다. 사기꾼들은 ‘○○스탁’ ‘○○에셋’ 등의 이름을 사용해 피해자를 속인다. 그런데 그 법인의 실체를 뜯어보면 투자와는 거리가 먼 곳이 많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법인 등기부등본만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름은 ‘○○스탁’인데, 신고한 업종은 의류 판매나 컴퓨터 부품 판매업으로 돼 있는 곳이 많았다. 이는 ○○스탁이 대포법인이란 방증이다. 이런 단서를 통해 사이버피싱범을 쫓기 시작했다.”

✚ 이렇게 찾아낸 사기꾼이 많은가.
“그렇다. 정상적인 투자회사라면 업종을 다르게 신고할 이유가 없지 않나. 같은 대표자 이름으로 비슷한 회사를 여러 개 세운 사례도 많았다. 나에게 사기를 친 꾼들도 한명의 대표자 이름으로 개설한 법인을 수십개 운영하고 있었다.”

✚ 대포법인이 문제라는 건데, 법인 설립을 규제하는 건 해답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물론 그렇다. 법인 설립의 요건을 강화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 그게 뭔가. 
“법인이 개설한 통장을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등록하게 하는 것이다. 등록 과정에서 대포법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터지면 법인 대표와 법인이 개설한 다른 통장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대포법인과 대포통장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걸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이버피싱이 가파르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2020년에 불기 시작한 주식투자 붐을 변곡점으로 본다. 여기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대면거래가 증가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데다, 오픈채팅방 형식의 주식 리딩방이 수없이 많아진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 어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가장 시급한 건 SNS 메신저의 오픈채팅방을 정비하는 것이다. 주식 리딩방과 레버리지 사기 같은 대부분의 사이버피싱이 오픈채팅방에서 이뤄진다. 만들기도 쉽고, 없애는 것도 수월해서다. 채팅방을 개설할 때 실명을 인증하는 등 오픈채팅방만 관리해도 사기 행각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보완책과 별개로, 사이버피싱에 낚인 이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내가 입은 피해금액도 6000만원에 이른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적지 않다. 서민에겐 매우 큰 금액이다. 이런 어려움에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최정미 단장은 “사이버피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정미 단장은 “사이버피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게 사이버피싱이다.
“맞는 말이다. 그나마 사기에 당했다고 인지한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는 등 대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기인지도 모르는 피해자가 여전히 많다는 거다. 투자 실패로 돈을 날렸다고 자책해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있었다. 적어도 이런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 사이버피싱 범죄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 경찰에 신고된 것만 집계되기 때문이다. 한해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사례를 든다면.   
“레버리지 사기의 경우, 지난해 경남지방경찰청에서 검거한 사건이 있다. 피해자만 3883명, 피해금액은 726억원에 달했다. 한 사람당 대략 2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 피해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그렇다. 사이버피싱에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비상장주식 사기에 당했다는 피해자가 많았다. 금액대도 수백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이버피싱의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비상장주식 사기는 투자가치가 없는 기업의 비장상주식을 ‘상장 예정주’로 속여 투자자에게 비싸게 파는 사이버피싱이다. 지난 6월 광고성 기사를 이용해 기업공개(IPO) 과정을 밟고 있는 것처럼 기망해 투자자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베노디글로벌(전기모터 생산업체)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 이런 사기는 금융지식이 없는 사람이 당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피해자 중엔 공무원은 물론 대학교수도 있었다. 심지어 전직 증권사 직원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연락을 해왔다. 이는 누구나 사이버피싱에 당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 사이버피싱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기꾼의 실체를 확인하라고 조언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베노디글로벌 비상장주식 사기처럼 최근엔 언론사의 기사형 광고를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관련 내용을 이것저것 찾아봤다간 되레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 그럼 방법이 없나.
“가장 좋은 방법은 사기꾼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좋은 종목이 있다거나 코인,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라는 전화가 오면 그냥 끊어야 한다. 문자메시지나 SNS도 차단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사기에 당했다면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 신고해도 사기꾼을 잡는 게 힘들다.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돌려받는 거다. 이를 위해선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 사기꾼은 언젠가는 반드시 잡힌다. 피해자가 신고한 건이 아니더라도 다른 건으로 잡힐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나.
“그렇다. 레버리지 사기로 신고를 당한 사기꾼이 비상장주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꼬리를 잡힌 케이스가 있다. 당시 사용했던 유령법인 통장 등을 확인해 같은 조직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피해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 하지만 수사 후 처벌까지, 또 피해를 복구하는 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현실이다. 수사는 길어지기 일쑤고, 처벌도 강하지 않다.” 

✚ 그래서 사이버피싱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가. 
“주식 리딩방에서 시작한 사이버피싱이 레버리지·코인·비상장주식·선물옵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그때의 트렌드에 따라 사기 수법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레버리지 사기꾼을 잡고 보니 비상장주식 사기로 수법을 바꾼 곳도 있었다. 경찰의 수사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수사 역량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 전담기구 만들면 사이버피싱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그럴 수 있다. 무엇보다 사이버피싱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사기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정부가 더 이상 눈감고 있지 않겠다는 의지만 보여줘도 사이버피싱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 결국 중요한 건 수사당국의 의지다. 
“당연하다. 수사 의지만 있다면 사이버피싱 사기꾼을 잡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사명감이 있는 경찰이 모인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도 관련 활동을 계속할 계획인가.
“그렇다. 사이버피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도 계속 발생할 게 뻔하다. 피해자를 한명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사기꾼을 계속해서 추적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1인 시위 등의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사기꾼들이 누리는 호사는 누군가의 꿈과 가정을 무너뜨린 결과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사기꾼들은 결국은 죗값을 치를 것이다. 아울러 사기꾼들을 위해 대포통장을 만들어 주는 일부 법무사, 사기꾼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 등 사기꾼을 돕는 조력자들도 엄벌을 받아야 한다. 사기꾼을 돕고 받는 돈은 피해자의 목숨값이지 않은가.”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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