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법무법인 자산 조새한 변호사

최근 주식 리딩방, 비상장주식 사기 등 사이버피싱이 온갖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단순한 투자 사기 같지만,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낚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깝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사기꾼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이스피싱 범죄와 닮았다. 그렇다면 주식 리딩방의 덫에 걸려들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에게 사이버피싱에 당하지 않는 법을 물었다.

사이버피싱은 보이스피싱처럼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이버피싱은 보이스피싱처럼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우리가 처음 만난 게 2020년 10월께다. 2년여가 흘렀는데도, 당시 유행하던 주식 리딩방과 같은 ‘사이버피싱’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은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가. 투자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거다. 그런데 사이버피싱은 ‘돈 욕심’을 자극한다.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지 않으면 근절될 리 없다.”

✚ 같은 생각이다. 투자를 막는 건 인간의 본능을 제어하는 것과 같아서다. 그래서 정부나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옳은 말이다. 사이버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배경엔 허술한 감시·감독체계가 있다. 사기꾼을 잡고 처벌하기 위해 경찰, 검찰, 사법기관 등이 존재하지만 이런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사기꾼이 사라지겠나.” 

✚ 사실 주식 리딩방은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왜 이 지경이 됐다고 보나. 
“주식 리딩방이 추구했던 목적이 변질된 건지 처음부터 사기성을 갖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다. 투자자문회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 투자자문회사는 합법이란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지 않나. 
“그렇다. 다만 ‘합법’이란 구속력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 무슨 말인가. 
“투자자문회사는 제도권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조건도 까다롭다. 일정 수준의 자본금과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렇다보니 인가를 받지 않고 비밀리에 활동하는 투자회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게 주식 리딩방으로 발전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 유사투자자문업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금융당국은 1997년 ‘무인가’ 투자회사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신고제를 도입했다. 바로 이때 금융당국에 신고한 곳들이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체다. 신고제로 운영되다 보니 불법적인 요소를 차단하지 못했다.”

✚ 금융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체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데. 
“법 규정이 무척 애매하다. 제도권 투자회사인 증권사·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에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설립 신고만 하면 법의 규제를 피하는 ‘기형적 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 그럼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고객과 1대1 상담을 진행하는 미등록 투자자문 행위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투자일임은 처벌 대상이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직접 처벌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게 전부다.” 

✚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이 유사투자자문업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효과가 없었다는 얘긴가.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겠다곤 했지만 실제로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이 그나마 강화한 게 있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거나 상호나 주소를 바꿀 때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정도다. 강력한 관리 방안은 여전히 없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금감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는 ‘유사투자자문 관리·감독방안’을 발표했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유료로 진행하는 불법적인 ‘1대1 투자 상담 행위’를 철저하게 막겠다고 선언했다. 법 개정을 추진해 주식 리딩방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 투자자문업자로 한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은 지금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유는 황당하다. 주식 리딩방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홍성국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1년 넘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금융당국이 주식 리딩방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련법만 생기면 주식 리딩방을 뿌리 뽑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역시 쉽지 않다. 투자자문업체라고 속이고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만병통치약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엔 누가 운영하는지조차 알아내기 쉽지 않은 주식 리딩방이 숱하다. 주식 리딩방을 투자자문업체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해도 사기꾼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거다.” 

✚ 법이 개정되든 그러지 않든 사람들이 합법적 주식 리딩방과 불법적 주식 리딩방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으로 들린다. 
“맞다.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 어떤 주식 리딩방도 자기들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는 곳은 없다. 사기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이버피싱 피해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다.”

✚ 주식 리딩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투자 사기가 많다는 건가. 
“그렇다. 레버리지 사기, 비상장주식 사기, 선물옵션 사기, FX마진(외환차익)거래 사기 등 다양한 투자 사기가 주식 리딩방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를 ‘사이버피싱’이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 투자 사기가 아닌 ‘사이버피싱’으로 정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업체는 사실 실체가 없다. 그들은 대포폰을 이용해 투자자를 속이고, 대포통장을 활용해 피해자의 돈을 갈취한다. 사기에 사용하는 그럴듯한 법인도 유령법인(대포법인)이다. 보이스피싱처럼 사기꾼의 실체가 없다는 얘기다.”

✚ 주식 리딩방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소송조차 걸지 못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인가. 
“그렇다. 피해자는 신고를 하고 싶어도 누굴 신고해야 할지 모른다. 실체가 없으니 민사소송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보이스피싱과 다르지 않다.”

✚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유령(대포)법인과 대포통장이다. 
“몇년 전부터 유령법인의 대포통장이 늘어난 건 법인 설립 절차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가령, 최소 자본금 규정마저 없어서 일정 서류만 준비하면 법인을 만들 수 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만 갖춰놓으면 10개든 100개든 유령법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대포통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다.” 

✚ 무슨 말인가. 
“개인이 만든 대포통장은 사용할 수 있는 개수에 제약이 있다. 법인은 다르다. 하나의 법인으로 여러 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최소 4개에서 10개의 대포통장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더구나 법인이 만든 대포통장은 문제가 된 통장의 거래만 중지된다. 다른 대포통장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법인이 만든 대포통장이 사기꾼들에게 훨씬 유용한 셈이다.”

✚ 결국 법인의 설립을 규제하는 게 답인 듯하다. 
“그렇지는 않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려는 선량한 기업의 창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법인 설립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다.”

✚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 
“답은 꼼꼼한 사후 관리에 있다. 기업 창업자에겐 법인 설립 이후에 최소한의 자본금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를 자본충실 또는 자본유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기업 창업자들이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 예를 든다면. 
“유령법인은 자본금 납입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자본금을 잠깐 유지했다가 출금해 다른 곳에 사용하는 가장납입을 활용한다. 사실 이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건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끊임없이 관리·감독하면 잡아낼 수 있다.” 

✚ 결국 경찰과 정부의 강한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당연하다. 피해자는 사기꾼들이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해 뒤통수를 쳤다는 걸 알 수 없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을 밝혀내야 한다. 대포통장 양도양수, 유령법인 가장납입 등은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이를 처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왜 그런가.
“사기꾼들의 여죄를 밝히기 위해선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어쩌면 경찰 입장에선 할 일만 늘어나는 셈일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다른 여죄를 물어도 사기꾼들이 받는 형량엔 큰 차이가 없다. 경찰과 검찰의 실적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주식 리딩방의 사기꾼을 잡겠다면서 굳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 대포통장, 대포폰 관련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 사이버피싱을 막는 건 쉽지 않겠다.
“안타깝지만 그렇다. 수법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고 다양화하고 있다. 제도적 허점도 여전하다. 보이스피싱처럼 사이버피싱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이버피싱을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사기꾼들이 더 쉽게 사기를 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유령법인·대포통장·대포폰 등 사기꾼이 악용하고 있는 제도적 허점도 숱하다. 그래서 조새한 변호사는 사기꾼들이 하는 모든 말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기꾼들이 피해자를 혹하게 하는 수단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건 수익 인증이다. 사기꾼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나 통화에서 빠지지 않는 게 수익 인증이다. ‘원금의 몇배를 벌었다’ ‘누구는 손실을 모두 복구하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반드시 한다. 투자자가 실제로 올린 수익이라며 인증샷을 첨부하는 사기꾼들도 많다. 피해자에게 ‘나도 여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 최근 유행하는 비상장주식 사기는 수익 인증과 함께 ‘소액주주 비중을 끼워맞춰야 한다’는 말로 투자자를 속이고 있다. 
“그렇다. 사기꾼들은 실제로 상장한 종목을 자신들이 추천했던 것처럼 얘기하면서 수익 인증을 한다. 이와 함께 상장 요건 중 하나인 ‘소액주주 비중 25% 이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주식을 판매하고 있다고 꼬신다. 이런 요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면 대주주의 지인이나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넘길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불특정다수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투자 전 위험성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투자 전 위험성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 그럼 사이버피싱 연락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먼저 생각할 건 ‘왜 나에게 이런 연락이 왔느냐’다. 이렇게 좋은 투자처를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알려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사기수법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내용만 듣고선 사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하면 100% 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 사이버피싱을 근절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사이버피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이버피싱과 같은 사기는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그리고 금융회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잡을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포통장·유령법인·대포폰 자료만 만들어도 수사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래야 사기를 기획하는 총책을 잡을 수 있다. 피해자들이 전담수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사이버피싱에 노출된 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투자의 결과는 100% 투자자의 책임이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기꾼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는 건 무책임한 얘기다. 그러니 투자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건 확인했으면 좋겠다. 투자를 권유한 회사는 어디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 직접 만나서 확인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주식 리딩방과 같은 사이버피싱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피해자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않는 피해자도 숱하다. 이런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런 인식은 사기꾼들이 활개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신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사기꾼들의 수법이 널리 알려져야 사이버피싱을 막을 수 있다.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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