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독과점 체제
중개수수료 혜택 있지만
소비자 체감 효과는 낮아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주는 높은 배달 중개수수료를 낮추고 중소업체들의 플랫폼 진입을 돕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제로배달 유니온.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탑재해 소비자에게도 10%가량의 할인효과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어째 2년이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제로배달 유니온이 가진 한계와 숙제를 들여다봤다.

서울시는 2년 전 소상공인 중개수수료 부담을 낮춘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2년 전 소상공인 중개수수료 부담을 낮춘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다.[사진=뉴시스]

“독과점 배달앱에서 독립한다.” 2020년 서울시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소상공인단체, 민간 배달앱사와 손잡고 민관협력 방식의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한 데서 기인하는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거였다. 

‘제로배달’이 선택한 방법은 낮은 수수료와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이었다. 배달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추고, 오프라인에서만 사용하던 서울사랑상품권을 배달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수료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도 낮췄다.[※참고: 대형 배달플랫폼의 중개수수료는 6~27% 수준이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제로배달 유니온을 통해 공정한 시장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았다. 수수료 부담과 문턱을 낮춘 탓에 설 자리가 많지 않던 배달업체들이 너도나도 제로배달 유니온에 참여했다. 2020년 출범 당시 10개였던 참여사업자는 지난해 10월 20개(음식배달 17개, 전통시장·마트배달 3개)로 2배가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참여사업자는 양적으로 늘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덴 한계가 있었다. ‘위메프오(위메프)’ ‘띵동(허니비즈)’ ‘먹깨비(먹깨비)’ 등 시장에서 나름 입지를 다져온 업체들이 참여한 건 사실이지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업체들까지 들어오며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홍보도 부족했다. 서울시가 제로배달 유니온 개시에 맞춰 1200억원어치 서울사랑상품권을 추가 발행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풀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 결과, 출범 1년이 넘도록 시장점유율은 1%대에 머물렀고, 서울시는 지난해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업체들을 정리한 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서비스가 미흡하고 가맹점이 부족한 참여사업자를 정리했다”면서 “20개 사업자 중 음식배달 4개사(위메프오·땡겨요·먹깨비·소문난샵), 전통시장·마트배달 3개사(놀러와요시장·맘마먹자·로마켓)만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제로배달 유니온을 둘러싼 평가는 여전히 성공보다는 실패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유가 뭘까.

배달앱이 잘되기 위해선 대전제가 하나 있다.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한다는 거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배달앱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그걸 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소비자는 배달앱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지, 배달 속도가 빠른지, 구색은 얼마나 다양하게 갖춰놨는지 등으로 경쟁력을 판별하는데 그게 없다면 그걸 이용할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각각의 배달앱을 비교해보자. 대상은 배달앱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제로배달 유니온 참여사업자인 ‘땡겨요’다. 먼저, 치킨을 주문해보자. BBQ의 황금올리브치킨(2만원)을 시켜보기로 했다. 배달지는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기자의 집, 주문매장은 BBQ치킨 상봉중앙점이다.

배달의민족과 땡겨요의 배달비는 3000원으로 같다. 예상 배달시간은 배달의민족이 28~43분, 땡겨요가 31~46분이다. 같은 배달비라면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더 빠른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엔 피자다. 집 근처 피자알볼로를 대상으로 비교해보려 했지만 배달의민족에만 입점해 있어 비교가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두 배달앱에 모두 입점해 있는 피자스쿨(상봉점)로 비교해봤다. 

고구마피자를 배달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배달의민족에선 3000원의 배달비를 지불해야 한다. 땡겨요의 배달비는 그보다 500원 비싼 3500원이다. 예상 배달시간은 배달의민족이 23~38분, 땡겨요가 31~46분이다. 배달의민족이 배달비와 배달시간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각종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 대형배달앱과 제로배달 유니온 참여업체 간 간극은 더 벌어질 게 뻔하다. 배달의민족은 시간대별로 사용할 수 있는 ‘해피아워쿠폰’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입점업체별로 제공하는 쿠폰도 많다. 

물론 땡겨요도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최대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배달의민족과 비교하면 빈약한 게 사실이다. 소상공인의 배달중개수수료를 끌어내리는 건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덴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2년 성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범 초기인 2020년 10월 0.72%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사업 1년 후인 지난해 말 1.53%까지 올라왔고, 올해 8월 말엔 3.02%까지 상승했다”면서 “이용률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맹점 수와 매출도 출범 2년 만에 각각 약 2배, 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참고: 2020년 3만592개였던 가맹점은 올해 8월 말 5만6712개로 늘었고, 매출은 같은 기간 58억원에서 344억원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제로배달 유니온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 유인책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제로배달 유니온이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 유인책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제로배달 유니온은 이룬 성과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정희 교수는 “수수료 부담이 적어서 소상공인 업체가 입점했는데 주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굳이 그걸 유지할 필요를 못 느낄 거다”라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지난 2년 재난지원금으로 지역화폐가 많이 뿌려졌을 땐, 그것이 하나의 유인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걸 기대할 순 없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게 만들어야 하는데, 공공배달 서비스는 그런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한계가 너무 뚜렷하니까 잘 안 되는 거다.”

그렇다면 제로배달 유니온은 이대로 실패로 남아야 할까. 이정희 교수는 “그럼에도 공공배달 서비스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패했다고 공공배달이 시장에서 철수하면 민간의 대형배달앱은 브레이크 없이 가격을 올릴 거고, 소비자는 거기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정부가 강제로 뭘 하려면 늦다. 당장 독과점 체제를 없앨 순 없겠지만 적어도 독과점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은 필요하다. 정부와 참여업체들이 더 고민해야 한다.” 

제로배달 유니온은 지난 2년의 발자취가 남긴 숙제를 풀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모두 착한 배달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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