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➏
배달앱이 정말 자영업자 살렸나

음식 배달 시장이 25조원대로 커졌지만 외식업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을 상쇄하긴 부족했다.[사진=연합뉴스]
음식 배달 시장이 25조원대로 커졌지만 외식업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을 상쇄하긴 부족했다.[사진=연합뉴스]

# 기업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춰 발빠르게 서비스를 내놓는다. 소비자도 거기에 쉽게 적응한다. 대표적인 게 배달앱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년간 외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배달앱을 켰다. 배달앱 시장은 연간 25조원대로 급성장했다. 

#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지고 엔데믹으로 전환하자 배달앱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그렇다면 배달앱 시장이 달궈지고 식는 사이 외식업 사장님들은 어땠을까. 사장님들은 정말 배달앱 탓에 웃고 울었을까.

‘배달앱 탈출 러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지 7개월여가 흐른 지금, 자영업 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단 7개월여 만에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인데, 배달앱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난 건 대표적인 예다.

‘엔데믹(풍토병·endemic)’ 전환 이후 600만명의 이용자가 배달앱을 지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 대신 식당을 찾는 사람이 몰라보게 증가한 데다 높은 배달비, 치솟은 물가에 배달음식 자체를 줄이는 소비자가 많아진 게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언뜻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나쁠 게 없는 변화인 듯하다. 다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증가했으니 자영업계가 활력을 되찾지 않겠느냐는 거다. 혹자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자영업자가 정말 힘든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배달로, 엔데믹 전환기엔 매장 손님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는가. 자영업자의 고통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말 그럴까.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덕분에 팬데믹 기간에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엔 살림살이가 나아졌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이슈❶ 의문의 배달앱 효과 = 자영업자에게 배달앱이 코로나19라는 파도를 넘어서는 데 도움을 준 건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줄인 사람들이 배달앱에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배달앱 등 음식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은 2020년 대비 48.2%나 늘어난 25조6847억원을 기록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증가폭이 컸다. 

배달을 하지 않던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을 깔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 실태조사(2021년) 결과를 보면,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중 코로나19 이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의 비중은 전체의 43.6%에 달했다.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배달이 이미 활성화했던 주거 지역뿐만 아니라 오피스 지역에서도 배달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KCD(소상공인 카드매출 분석)의 ‘외식업종 배달 매출 추이’ 조사 결과를 보자. 코로나19 이전에도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었던 서울 관악구, 강북구, 중랑구의 배달 매출 비중은 2019년 49.3%, 44.6%, 44.6%에서 2021년 60.2%, 58.9%, 61.6%로 커졌다. 회사가 많이 밀집해 있는 용산구, 강남구, 마포구는 어떨까. 이들 지역의 배달 매출 비중 역시 2019년 27.1%, 26.7%, 26.4%에서 2021년 42.4%, 41.3%, 43.3%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패스트푸드·분식·한식 등의 배달 매출 비중(2021년 11~12월 기준)이 높았다. 패스트푸드 64.6%, 분식 53.4%, 샌드위치·샐러드 51.2%, 아시아음식 47.5%, 한식 42.8% 등의 순이었다. 반면 술집(31.6%), 수산물·회(29.1%), 뷔페(22.8%) 등의 업종은 ‘배달앱 효과’와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이슈❷ 배달과 실적의 상관관계 = 이처럼 배달앱이 활성화했지만, 자영업계의 매출이 쪼그라드는 걸 막진 못했다. 연매출 5000만원 미만의 외식업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건 단적인 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연매출 5000만원 미만 외식업자 비중은 2019년 7.0%에서 2020년 11.9%, 2021년 13.7%로 상승했다.

‘영세한 식당’이 늘었다는 건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또 있다. ‘테이블 수 5개 미만’의 외식업체 비중은 같은 기간 17.5%, 19.9%, 20.0%로 높아졌다. 물론 배달앱마저 없었다면 매출이 더 줄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배달앱이 자영업자의 수익성까지 개선해줬다고 보긴 어렵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자영업자가 배달앱을 이용할 때 내야 하는 광고비, 수수료, 배달비가 제법 비싸서다.

“코로나19가 종식하면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자영업자가 16.6%(이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1년)에 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려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영업자들은 ‘지나친 광고비와 각종 수수료(75.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배달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업무 과중(17.0%)’ ‘배달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5.7%)’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앞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8409원짜리 배달주문을 처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비용별 비중은 식재료비 43.0%, 배달대행료 14.5%, 배달앱 수수료 5.0%, 포장용기비 4.3%였다. 주문 금액의 20%가량을 배달 관련 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이 조사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376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배달앱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문제는 배달을 통한 매출이 늘더라도 각종 수수료와 배달비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이슈❸ 경영 상태 ‘빨간불’ = 이처럼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소가 많아서인지 현재 경영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숱하다. “현재 경영 상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34.2%의 자영업자가 ‘만족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17.3%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이 경영 상태에 만족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매출 감소(36.1%)’ ‘인건비 부담(20.2%)’, ‘순이익 감소(17.7%)’ ‘경쟁 심화(8.5%)’ 등이었다. 

배달앱 시장이 커졌음에도 웃지 못한 자영업자가 적지 않았다는 건데, 그렇다면 엔데믹 전환 이후엔 어떨까. 사람들의 예상처럼 매장 손님이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엔데믹 전환 이후 자영업자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부쩍 오른 물가에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참고: 올해 1월만 해도 3.6%(이하 전년 동월 대비)였던 물가상승률은 6월 6.0%, 7월 6.3%, 8월 5.7% 9월 5.6%, 10월 5.7%를 기록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났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재료 가격 부담이 높아졌고, 소비 자체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기간을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에게 부메랑을 날리고 있다. 장혜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숙박·음식업 자영업자의 대출잔액 증가율은 26.3%(전년 동기 대비)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지속했던 2020년 2분기 12.9%나 2021년 2분기 8.1%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도소매(2022년 2분기 20.6%), 여가서비스(17.4%), 개인서비스(14.0%) 업종의 대출잔액 증가율보다도 훨씬 높다. 

장혜영 의원실 측은 “코로나19 후폭풍이 자영업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부분(숙박·음식업)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피해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줄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취약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배달앱 덕분에 자영업자가 견딜 만했다는 얘기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25조원대로 커진 배달앱 시장에선 누가 웃었을까. 표면상으론 배달앱 업체다.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쿠팡)도 5958억원(2021년)의 매출을 올렸다. 

한편에선 “배달앱 업체 역시 적자가 커졌다” “이들이 호재를 누린 건 아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출혈경쟁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 ‘단건배달’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배달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한 게 적자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참고: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75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엔 7863억원에 달하는 외주용역비(배달 관련 비용)뿐만 아니라 김봉진 의장이 임직원에게 1000억원대 주식을 증여하면서 발생한 1회성 주식전환비용이 영향을 미쳤다.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배달앱을 떠나는 이용자가 늘어난 건 배달앱 업체에도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면서 “배달앱 업체 스스로 소비자와 입점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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