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오류의 나쁜 파급효과

국세 수입을 적게 잡았다가 많이 들어오면 무조건 좋기만 할까. 국가 재정 입장에서 보면 별로 좋을 게 없다. 초과 세수를 추경을 통해 털어내는 과정에서 ‘꼼꼼한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예산을 발표할 때 실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시시때때로 오류를 저지르고, 이는 심각한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 더스쿠프가 이 문제를 쉽게 풀어봤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사실이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사진=뉴시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했지만, 그 사실이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사진=뉴시스]

지난 10월 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다소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의 조명을 그리 크게 받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이지만, 중요한 건 해당 사안이 그리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우선 이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질의응답부터 보자.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내용을 크게 수정하지 않았다. 

장혜영 의원 :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16.6% 증가한다고 했다. 16.6% 증가하는 게 맞나, 아니면 1.0% 증가하는 게 맞나? 조세재정 전문가로서 답해 달라.”

이상민 연구위원 : “내년도 국세수입 증가율은 16.6%가 아니라 1.0%가 맞다. 올해 2차 추경 때 초과 세수를 반영해서 본예산을 수정했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1.0% 증가하는 게 맞다. 수정되기 전(본예산)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

이런 질의응답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30일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당시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57조원(16.6%) 증가할 것”이라면서 그 이유를 “주요 세목의 세입기반 확충”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수석연구위원의 설명처럼 2023년 예산안의 국세 수입 증가율을 본예산이 아닌 2차 추경을 통해 수정된 예산과 비교해 발표해야 했는데, 기재부는 본예산과 비교하는 우를 범했다. 수정된 예산과 비교하면 국세 수입은 1.0%(3조8072억원) 증가에 그친다.[※참고: 현재 기재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도자료에는 문제의 내용이 ‘1.0% 증가’로 수정돼 있다.] 

문제는 장 의원과 이 수석연구위원이 질의응답을 끝낸 후 나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추 부총리는 “뭔가 혼선이 있는 것 같아 설명을 하겠다”면서 “내년도 국세 수입이 1.0% 늘어난다고 공식자료에도 그렇게 내보냈는데, 갑자기 16.6% 세수(국세 수입)가 증가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쉽게 말해 16.6%가 늘어난다고 밝힌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질의응답을 주고받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기재부의 거짓말 같은 오류들

기재부의 보도자료를 받아 “국세 수입이 16.6%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한 언론이 한둘이 아니었던 상황에서 기재부 수장이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참고: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수석연구위원에게 추가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서 추 부총리의 거짓말은 묻혔다. 만약 추 부총리가 잘못된 보도자료가 나간 적이 있다는 걸 몰랐어도 문제가 남는다. 국가의 예산안 보도자료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미디어에 내보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다. 이는 거짓말보다 더 큰 문제가 된다.] 

심각한 건 기재부 발표 자료에서 오류가 드러난 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첫 추경(2022년 2차 추경)을 진행하면서 기재부가 수십조원의 초과 세수를 인식했던 일이다.

당시 기재부는 올해 53조3000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59조4000억원(정부안ㆍ국회 확정액은 62조원)의 추경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불과 석달 전인 지난 2월, 1차 추경을 논의할 때만 해도 14조원의 추경을 위해선 11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기재부의 입장이 180도 바뀐 거였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새로 들어설 정부의 입맛에 맞춰 의도적으로 세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사례는 또 있다. 2021년 12월에는 본예산 대비 초과 세수 규모를 축소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기재부는 2021년 2차 추경 후 초과 세수 규모를 19조원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당해연도에 발생한 수입의 징수를 다음해로 미루는 ‘세정지원액(6조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초과 세수는 25조원이었다는 얘기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미 2021년 10월에 초과 세수가 19조원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점에서 “본예산 대비 오차율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물론 기재부 입장에선 ‘의도적인 거짓말이나 오류가 아닌 실수’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재부가 이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일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한두번은 오류나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반복되면 능력의 문제”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기재부가 재정건전성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목표로 삼고 있는 게 문제다. 아끼는 데만 집중하고 있으니 재정을 기획하지 못하는 거다. 국가 재정은 무조건 아낀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러면 적재적소에 재정을 사용할 수 없다.”

기재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하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도, 세금을 낭비할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기재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하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도, 세금을 낭비할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사실 기재부의 오류나 거짓말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기재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해 본예산을 적게 잡았다가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추경을 통해 새로운 지출처를 찾으면 되지만, 본예산을 책정할 때처럼 꼼꼼하게 따지긴 어렵다. 그러면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세금이 남아돌거나 엉뚱한 곳에 투입될 가능성이 생긴다.

올해 2차 추경으로 막대한 예산이 재배정되자 한 지방 교육청이 교육공무원들의 잠옷을 대량으로 구매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재부의 오류나 거짓말이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정보 공유해야 오류 수정도 가능

그럼 기재부의 오류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창수 소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혼자서 풀기 힘든 문제를 끙끙 앓고 있다고 풀리겠는가.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잘못된 걸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입ㆍ세출 내역과 같은 정보들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일례로 현 시스템에서 세출 내역은 알 수 있지만 세입 내역은 확인할 수 없다. 이래선 오류를 막을 수 없다. 외부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답이 틀렸는데, 어떻게 틀린 건지 말을 안 하고 꽁꽁 싸매고 있으면 어떻게 정답을 맞히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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