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빨라야 살아남는 시대는 업종 불문이다. 특히 푸드 쪽이 그렇다. 커피 한잔, 샌드위치 한개 등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푸드업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오죽하면 ‘패스트푸드’란 말까지 생겼으니, 두말할 필요 있겠는가. 그렇다고 모든 푸드업체가 ‘스피드’에 목숨을 거는 건 아니다. ‘더 느리게, 더 완벽하게’를 콘셉트로 내세운 곳도 있다. 미국 치킨프랜차이즈 칙필레이(Chick-fil-A)는 그런 기업 중 하나다. 

미국은 매년 7월 레스토랑 순위를 발표한다. 기준은 매출액이다. 결과를 보면, 맥도날드, 스타벅스, 타코벨이 1~3위다. 여기까진 유명 브랜드이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4위는 조금 낯설 수 있다. 그럼 4위는 어디일까.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칙필레이(Chick -fil-A)’란 곳이다. 처음 듣는 이들을 위해 이 브랜드의 뜻을 풀어보면, 닭(Chicken), 필레(fillet·저민 살코기), A등급이다. A등급의 살코기 닭만 판다는 거다. 

사실 ‘칙필레이’는 미국에선 점포당 매출, 고객 만족도 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의 고객 만족도 지수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칙필레이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우리에게 ‘칙필레이’가 낯선 건 이 브랜드가 단지 국내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거다. 

■성공비결❶ 혁신 전략 =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은 뭘까. 지금부터 그 답을 하나씩 풀어보자. 첫번째 비결은 이 회사의 창업자 새뮤얼 트루엣 캐시의 ‘혁신 의지’다. 1946년 이 회사를 창업한 S. 트루엣 캐시는 고객의 행동을 꾸준히 연구한 끝에 경쟁업체와는 다른 전략을 만들어냈는데, 그건 ‘No 쿠폰’이었다.

S. 트루엣 캐시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매장을 찾은 소비자는 돈을 많이 쓰지 않고, 반복적 구매도 덜 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쿠폰’은 가장 바쁜 시간에 쓴다. 과연 쿠폰 전략이 우리에게 타당할까.” 

고객 행동을 분석한 S. 트루엣 캐시는 즉각 모든 쿠폰을 없앴다. 대신 어린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판촉물이나 선물의 종류를 장난감 대신 동화, 어린이 도서, 유익한 내용의 CD 등으로 바꿨다. 흥미롭게도 S. 트루엣 캐시의 혁신 전략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어린 소비자에게 ‘칙필레이’라는 브랜드를 각인함과 동시에 그들의 부모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런 전략을 발판으로 S. 트루엣 캐시는 ‘고객 생애 가치’ ‘라이프 타임 밸류(Life time value)’ 개념을 경영에 도입했는데, 이는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매출의 발판이 됐다.[※참고: 라이프 타임 밸류(LTV)는 고객 한명이 기업과 거래를 시작한 후 이를 멈출 때까지 얼마만큼의 이익을 (기업에) 줬는지를 분석한 개념이다. LTV가 높다는 건 고객이 기업의 제품을 오랫동안 선택했다는 거다.] 

■성공비결❷ 슬로 전략 =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빠른 음식’이다. 질質보단 양이나 속도로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철학이 반영된 말이다. 사실 경쟁업체인 맥도날드, KFC도 ‘속도’를 발판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하지만 칙필레이는 반대길을 걸었다. 

S. 트루엣 캐시는 창업 당시 ‘좋은 음식’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음식은 삶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좋은 음식을 만들겠습니다(Food is essential to life, therefore make it good).” 창업자의 철학대로 칙필레이는 ‘최고의 맛’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해를 넘겨서라도 연구개발(R&D)을 계속했다. 

칙필레이의 최고 인기 메뉴로 손꼽히는 ‘오리지널 치킨 샌드위치’도 개발하는 데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철학은 지금도 유효하다. 칙필레이는 방부제,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하지 않은 진짜 가슴살만을 사용한다. 동물 복지 기준을 따르고,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치킨만을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칙필레이의 성공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엄격한 가맹시스템, 직원중심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등 국내외 프랜차이즈가 교본으로 삼을 만한 비결이 많다. 이 비결은 2편에서 설명하려 한다. <다음호에 계속>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