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 칙필레이 2편
까다로운 가맹 요건과 지역사회 연대로
균일한 품질·충성 고객 확보한 경영 전략

브랜드 론칭 1년 만에 가맹점 300호점 돌파, 창사 이래 최초 가맹점 매출 1조원 돌파…. 국내 유수의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경영철학을 묻는 질문엔 그 누구도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미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칙필레이(Chick-fil-A)의 성공비결은 국내 기업들의 ‘텅 빈’ 경영철학을 채워넣을 수 있는 혜안을 준다.

1946년 문을 연 칙필레이는 76년 동안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사진=칙필레이 홈페이지]
1946년 문을 연 칙필레이는 76년 동안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사진=칙필레이 홈페이지]

701개. 지난해 기준 국내에 존재하는 치킨 브랜드의 수다. 이들 중 가맹점을 100개 이상 운영하는 브랜드의 비율은 7.0%로 한식 브랜드(1.5%)나 커피 브랜드(4.6%)보다 높다.

그래서인지 전국 각 지역에 개설한 가맹점 수에서도 치킨 브랜드(2만5867개)가 한식(2만5758개), 커피(1만7856개) 브랜드를 제치고 외식업종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국내 치킨 브랜드가 가맹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단 방증이다. 


흥미롭게도 전세계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미국엔 한국의 브랜드와는 사뭇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 바로 칙필레이(Chick-fil-A)다.

지난번 핫스팟(통권 513호ㆍ느림의 미학, 스피드를 꺾다)에서 살펴봤듯, 칙필레이는 무료 쿠폰을 없애는 과감한 혁신과 오랜 시간을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하는 ‘슬로(slow)’ 전략으로 미국 최고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칙필레이의 성공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치킨 브랜드와는 다른 엄격한 가맹 조건, 직원 중심의 경영철학,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칙필레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번 핫스팟에 이어 칙필레이의 다섯가지 성공비결 중 남은 세가지를 살펴보자.[※참고: 앞선 칼럼에서 소개한 칙필레이의 성공비결 중 첫째는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모두 잡는 ‘고객 생애 가치’ 기반 경영전략, 둘째는 빠른 음식보단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품질우선주의’다.]  

■성공비결❸ 엄격한 가맹시스템 = 칙필레이의 가맹점을 개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 달러(약 1450만원)다. 미국의 여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론칭할 때 적게는 수십만 달러, 많게는 수백만 달러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칙필레이의 ‘재정적’ 허들은 낮다.  

대신 가맹점주를 선발하는 요건이 까다롭다. 매해 수만명이 칙필레이 가맹점을 운영하기 위해 지원하지만 최종 선발되는 인원은 80명 남짓이다.

지원자가 보유한 사업자금이 많다고 해서 뽑히는 건 아니다. 우선 칙필레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가맹 지원을 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칙필레이에서 리더십을 입증할 만한 실적을 거뒀는지 철저하게 검증받는다. 가맹점주로 선발된 이후에는 수개월간 정해진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런 높은 문턱은 역설적으로 칙필레이의 대다수 가맹점이 1년에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이 된다. 가맹점을 우후죽순으로 개설하지 않기 때문에 매장마다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게 가능함은 물론 ‘적당한’ 희소성까지 갖출 수 있어서다. 

■성공비결❹ 직원 중심 경영 = 칙필레이 직원들의 평균 이직률은 4~6%로 알려져 있다. 올해 미국 직장인들의 평균 이직률(30%ㆍ퓨 리서치센터 전망치)보다 훨씬 낮다. 칙필레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만7387만 달러(약 4000만원ㆍ2022년 8월 기준)인데, 이는 업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이다. 직원 입장에선 꽤나 높은 수준의 ‘경제적 복지’를 제공받는 셈이다.   

‘직원의 행복이 곧 고객 행복’이라는 칙필레이의 경영철학은 ‘리마커블 퓨처스(Rema rkable Futuresㆍ주목할 만한 미래)’란 이름의 장학 프로그램에도 녹아 있다.

칙필레이에선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대학교나 기술ㆍ직업학교 재학에 필요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직원들의 가족에게도 수업료와 학업보조금을 제공한다. 

그 결과, 1973년부터 지금까지 총 8만명의 직원이 1억3600만 달러(약 1962억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팀원들의 성장과 성공에 투자하는 일이 곧 칙필레이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란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성공비결❺ 지역사회와 연대 = 칙플레이는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변화를 위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트루 인스퍼레이션 어워드(True Inspiration Awards)’란 프로그램를 통해 지역 비영리단체들에 매년 총 500만 달러(약 72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을 돌보는 기관, 노숙자를 돕는 기관 등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34개 비영리단체가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이런 연대는 칙필레이가 KFC나 맥도날드보다 더 사랑받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칙필레이의 연대를 통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미래세대만큼 충성스러운 고객은 없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칙필레이의 성공비결은 혁신, 정직, 봉사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최근 불의의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우리 식품업계가 한번쯤 되짚어봐야 할 요소들이다. ‘한국의 칙필레이’가 탄생하기 위해선 통렬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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