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➊ 윤재형 ㈜포트맥 대표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스파이더잭 개발
전기자동차, 로봇 등으로 확대 목표

자력 충전케이블 제조업체인 ㈜포트맥의 윤재형(44) 대표는 세상을 평정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자사의 충전케이블 하나로 세상의 모든 충전장치를 통합하는 게 그의 목표다. 휴대전화 충전케이블로 시작했지만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전기자동차, 로봇까지 하나의 충전장치로 구동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더스쿠프(The SCOOP)가 그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봤다.

윤재형 포트맥 대표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력 충전케이블 스파이더잭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윤재형 포트맥 대표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력 충전케이블 스파이더잭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자력 충전케이블을 개발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 직장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는데 동료가 지나다가 툭 건드려서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액정이 바로 깨졌죠. 수리점에 맡긴 다음 이틀 만에 찾아왔는데, 이번엔 제 의자 팔걸이에 충전케이블이 걸렸습니다. 수리하자마자 액정이 또 깨진 거죠.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자력 충전케이블을 떠올리게 됐습니다.”[※참고: 자력 충전케이블은 ‘자석’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 왜 자력 충전케이블이죠?
“잘못 건드려도 충전케이블만 똑 떨어지니까 휴대전화가 떨어져서 파손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저도 몇년 전에 지인이 선물해줘서 자력 케이블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 제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력 충전케이블을 처음 만든 건 우리였습니다.”

✚ 2019년에 창업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건 그 전이고요.
“법인회사 설립은 2019년이지만, 실질적으로 창업을 준비한 건 2012년부터였습니다. 그땐 개인사업자로 자력 충전케이블을 만들었습니다.”

✚ 그럼 대표님께서 개발하실 땐 자력 충전케이블이 아예 없었던 건가요?
“그렇진 않습니다. ‘맥세이프’라는 애플의 기술이 있었죠. 그걸 참고해서 만든 게 바로 우리 ‘스파이더잭’입니다.”

✚ 맥세이프와는 뭐가 달랐나요?
“맥세이프는 기계 안에 젠더가 아예 장착돼 있어서 포고핀으로 붙이는 형식입니다. 고정형이죠. 반면 스파이더잭은 같은 포고핀 방식이지만, (본체에서) 빼면 다른 케이블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걸 특허 출원하면서 창업한 겁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한 셈이죠.”[※참고: 포고핀(Pogo Pin)은 끝이 뾰족한 형태의 스프링핀을 말한다(그림❶ 참조).]

✚ 그 아이디어는 금세 제품화했나요?
“그럴 리가요. 제품 수정만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11차례 했습니다. 개발하고, 또 개발하고, 다시 개발하고, 한번 더 개발하고…. 회사에 제품 변천사가 있는데 그걸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 긴 시간인데, 잘 안 됐던 이유가 뭘까요?
“3억원을 투자해서 제품을 개발해 중국 상하이上海 전시회에 나갔습니다.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우리 제품을 구입한 중국 업체들이 있는데, 어느 날 보니 그걸 개량해서 팔고 있더라고요. 근데 중국제품이라고 대충 만들지도 않았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보다 잘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현지 가품회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중에서 괜찮은 회사를 찾아서 라이선싱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꽤 잘 팔렸어요. 2016 ~2017년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하루 200개씩 팔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어요.”


✚ 어떤 문제가 터졌다는 거죠?
“초기 제품은 포고핀 방식이었습니다. 포고핀 방식은 핀 내부 스프링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적으로 이뤄집니다. 단자끼리 결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열이 생겼던 거죠. 사람이 다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올스톱했습니다. 완전히 접고, 3개월 동안 술만 마셨던 거 같아요.”

그림❶ 포고핀 방식, 그림❷ 소켓 방식.[사진=포트맥 제공]
그림❶ 포고핀 방식, 그림❷ 소켓 방식.[사진=포트맥 제공]

✚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연구를 거듭했어요. 발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 과정에서 포고핀 방식을 소켓 방식(그림❷ 참조)으로 바꿨더니 확 달라지더라고요. 스프링핀 없이 단순 접속되는 방식이어서 발열이 적고 불량률도 7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어요.”

✚ 발열률과 불량률을 낮춘 거 외에 또 다른 경쟁력이 있다면요?
“자력으로 들어 올리는 힘을 자력인장력이라고 하는데요. 그 자력인장력을 1.27㎏으로 기존 대비 2배 이상 키웠습니다. 추가 기술을 보태지 않아도 될 만큼 제품력은 자신 있습니다.”

✚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네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큰 산을 만났습니다.”

✚ 큰 산이요? 이번엔 또 무슨 문제였나요?
“2019년 지금의 포트맥이라는 법인 회사를 설립하고 2020년 설 연휴 직전에 신제품을 론칭했습니다. 이제 좀 제대로 팔아보나 싶었죠. 그도 그럴 것이 한 유통업체와 얘기가 잘돼서 선주문 40만개를 받았거든요. 명절 연휴 지나고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그게 다 매출로 연결되는 거였는데….”

✚ 2020년 초라고 하면, 예상하는 그게 맞나요? 코로나19요.
“말도 마세요.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이 오나 싶었다니까요.”

✚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공장이 중국 선전深圳에 있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이었나. 중국 쪽에서 전화가 왔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을 3개월간 닫아야 한다고요. 하필 생산을 딱 앞두고 있던 그때였어요. 급하게 수습해보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40만개 선주문했던 회사도 그 여파로 문을 닫았고요.”

✚ 기가 막힐 노릇이네요.
“우리끼리 말도 안 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기에 딱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좌절감에 1년 반 동안은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엔데믹(endemic ·풍토병)으로 전환된다고 했을 때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아무도 돈 풀 생각을 하지 않았잖아요.”


✚ 연거푸 좌절을 맛봐야 했군요. 첫번째 땐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극복하셨고, 두번째는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생지옥이었습니다. 그래도 운 좋게 정부의 초기창업 패키지에 선정돼 마우스에 이어 보조배터리까지 개발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무너졌을 겁니다. 그러던 중에 충전보관함 전문업체인 유니컴이 우리 제품을 학교에 배포하기 시작했고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2만개 정도 판매했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작부터 고난을 겪었지만 하나둘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포트맥은 자력 충전케이블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휴대전화 충전케이블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가전제품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가전제품에도 자력 충전케이블을 적용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뛰거나 장난치다가 케이블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종종 있는데, 자력 충전케이블을 사용하면 충돌 순간 제품과 분리돼 아이들이 다치거나 제품이 파손되는 걸 막을 수 있다.

✚ 가전제품에 적용하는 자력 충전케이블이 포트맥의 최종 목표라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전기차나 로봇 분야에도 자력 충전케이블을 적용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꿈도 이루어질 수 있겠죠?”

✚ 짧지 않은 시간 희로애락을 겪으셨는데, 끝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직접 사업을 해보니까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를 잘 만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 운을 기다리라는 건가요?
“마스크 제조업체들을 볼까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엔 창고비 내가면서 재고를 쌓아놓고 있었어요. 저도 공장에 마스크 재고들까지 헐값에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견디다 보니 그들에게도 기회가 온 거잖아요. 그게 운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 운은 결코 그냥 따르지 않죠. 마스크제조업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하고 있으면 분명 때가 올 겁니다. 저도 그랬잖아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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