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형 요금제 본격화한 넷플릭스
기존 ‘판’에서 방향 바꾼 피벗 전략        
OTT 광고 시대, 개막 다가온 걸까  

넷플릭스가 11월부터 ‘광고 연동 요금제’를 선보인다. 월 구독료는 낮은 수준이지만, 1시간당 4~5분의 광고를 봐야 하는 요금제다. 그간 콘텐츠 업계에서 무료와 유료의 기준을 가르는 것은 광고의 유무였다. 시청자의 시청 경험을 훼손하고, 유료화와 광고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넷플릭스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글로벌 OTT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사진=넷플릭스·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글로벌 OTT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사진=넷플릭스·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넷플릭스는 2017년 3월 31일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개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자살한 10대 소녀가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 친구에게 전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제이 아셰르의 「13 Rea sons Why(13가지 이유)」라는 소설이 원작인데, 한국에서 드라마가 공개되던 당시 원작과 너무 동떨어진 제목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넷플릭스로선 억울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한 이 소설의 제목이 「루머의 루머의 루머」여서 드라마 제목도 그렇게 정한 것뿐이어서다.

그럼에도 ‘루머의 루머의 루머’란 드라마 제목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건 이를 통해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OTT)들의 피버팅(pivoting) 우려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의 시즌1에선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담아냈지만, 시즌2에서 시즌4까지는 사실상 동일한 세계관 속에서 하이틴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래서 사실상 제목만 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과연 넷플릭스는 피벗을 거듭하면서도 본질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피벗 경제학➊ 넷플릭스의 의도 = 기업이 자체 보유한 인력ㆍ기술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의 방향만 바꾸는 것을 피버팅 또는 피벗이라고 한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일반적인 일이고, 피버팅이 때론 유연성과 유능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카카오가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사업 방향을 돌린 게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다만, 시장성에만 초점을 두고 초기의 사업 철학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넷플릭스는 업력業歷이 벌써 24년이나 된 회사다. 주식시장에서의 위치도 높다. 그런 만큼 콘텐츠 업계에서 유료와 무료 서비스를 나누는 기준이던 광고를 ‘유료화 서비스(광고형 요금제)’에 적용하는 것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넷플릭스의 미래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광고형 요금제를 구독한 회원이 2시간짜리 영화를 볼 때 시간당 4~5분의 광고를 봐야 하고, 낮은 화질의 영상을 제공받는 데다가, 일부 콘텐츠까지 못 보게 된다면 어떨까.

분명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한 회원들의 시청 경험은 훼손될 것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가 주주들에게 주는 경제적 이득은 확실하다. 하지만 기존 회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11월 4일 월 구독료 6.99달러의 광고형 요금제를 전세계에 론칭한다. 광고형 요금제는 미국 OTT 중에서 HBO 맥스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하며 처음으로 도입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12월에 광고형 요금제를 시작할 예정이고, 훌루는 각 지역의 광고대행사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지난 8월 보도했다. HBO 맥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9.99달러, 12월 출시될 디즈니 플러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7.99달러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베이직 요금제는 영상의 시작 전과 중간에 15~ 30초짜리 광고를 끼워넣는 형태다. 한국에서는 월 구독료가 5500원으로 현재 기본 요금제인 9500원보다 저렴하다.

광고형 요금제 본격화한 넷플릭스 

사실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시작한다는 건 비밀이 아니었다. 지난 6월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 관계를 맺고 광고 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달여 후인 8월 30일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스냅에서 광고를 책임지던 피터 네일러와 사업부문 책임자인 제레미 고먼을 영입했다. 두 사람은 스냅의 광고 영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구독자와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유료 구독자 수가 전 분기보다 97만명 감소했다고 밝혔다.[※참고: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선 유료 구독자 수가 같은 기간 241만명 늘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광고주에게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광고를 시작한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소문은 없다. 미국 광고 전문 매체인 애드뉴스는 10월 18일 넷플릭스의 광고 단가(CPM 65달러)를 공개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페이스북의 지난해 평균 CPM은 11.54달러였다. 넷플릭스 광고 단가는 페이스북의 6배에 육박한다. [※참고: CPM(Cost Per Mille)이란 광고 비용을 측정하는 모델의 하나로 1000회 광고를 노출하는 데 사용한 비용을 뜻한다.]

넷플릭스의 광고 단가는 업계 최고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의 광고 단가는 업계 최고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최고가의 광고 단가를 제시받은 건 광고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넷플릭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월가의 기대감도 크다는 말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넷플릭스가 북미지역에서 광고형 요금제로 구독자 750만명을 유치하고, 광고 매출로 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광고를 책임지고 있는 제레미 고먼은 “광고 상품 재고가 거의 완판됐다”고 밝혔다. 


■피벗 경제학➋ 아마존처럼 과연… = 그럼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또 하나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넷플릭스의 처음과 지금, 그리고 아마존의 성장기를 알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OTT의 시작을 알린 것은 1997년 8월이다. 당시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700만 달러에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다.

영상 콘텐츠가 핵심은 아니었다. 그가 원한 건 아마존과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아이템을 찾던 중 영화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문제는 배송이었다. 당시 영화는 VHS 비디오 테이프가 주된 매체였기 때문이다. 헤이스팅스는 당시 막 유통되던 DVD 영화들로 방향을 바꿨다. 직원 30명이 영화 종류로는 1000개가 채 안 되는 영화 DVD를 회원들에게 한달에 몇개씩 우편으로 보내 대여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넷플릭스의 시작이었다. 
 
넷플릭스는 2007년에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대여해주는 OTT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다. 2013년엔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만 독점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했다. 

성장 기업들은 반드시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장해왔던 아마존이 되레 특이한 경우다. 넷플릭스의 창업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탐냈었다. 헤이스팅스는 제법 성장한 뒤의 아마존의 행보에도 관심을 끊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처럼 주력 사업 생길까 

아마존의 성장 배경은 피벗에서 찾아야 한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쇼핑몰로 변신했고, 그 이후엔 오프라인 식료품 체인을 인수해 신선식품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와중에 아마존의 가장 큰 효자사업은 온라인상에서 서버를 빌려주는 AWS (Amazon Web Services)가 됐다. 아마존은 쇼핑몰로 진화하면서 온라인 서점 사업을 사실상 없앴다. 신선식품, 식료품 체인사업 등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사업을 축소했다. 

넷플릭스의 ‘광고 실험’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광고 실험’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과연 최고가격의 상품으로 떠오른 광고를 ‘베이직 요금제’에만 가둬놓을 수 있을까. 광고주는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높은 구매력에 매력을 느끼고, 장시간 시청하는 청년층과 아이들에게 광고를 노출하고 싶어한다.

한마디로 광고업계는 넷플릭스의 가장 비싼 요금제를 구독하는 이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1월 시작되는 광고형 요금제가 기존의 모든 요금제에 광고를 넣기 위한 첫 단추가 아니라고 단언할 순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시청 경험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광고가 전혀 없는 OTT, 광고를 보여주고 무료시청을 약속하는 OTT가 시장에 진출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OTT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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