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익절’할까

2년 전, SK브로드밴드가 OTT 공룡인 넷플릭스에 칼을 빼 들었다.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한 건데, 업계에선 넷플릭스 없는 SK브로드밴드가 IPTV 시장에서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SK브로드밴드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반면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줄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손절’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와 소송전을 벌인 SK브로드밴드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와 소송전을 벌인 SK브로드밴드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SK브로드밴드와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인터넷망에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으므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의 요구를 넷플릭스가 거부하면서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번졌다.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두 기업의 공방은 2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넷플릭스와의 소송이 시작될 당시 업계에선 SK브로드밴드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SK브로드밴드의 주요 사업인 IPTV에서 넷플릭스가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IPTV 업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제휴했고, 1년간 가입자가 45만명이나 늘면서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뒤이어 KT도 2020년 8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었다.

넷플릭스 없었지만…

흥미로운 건 이런 우려에도 SK브로드밴드가 IPTV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 18년 상반기 13.9%였던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2021년 상반기 16.5%로 상승했는데, 무엇보다 IPTV가 큰 영향을 미쳤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케이블TV 시장을 IPTV가 흡수하면서 대부분 업체가 IPTV 점유율이 올랐다”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모텔·호텔 등 기업시장이 커지는 등 IPTV 시장의 파이가 커진 것도 점유율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스마트TV가 대세로 떠오른 것도 SK브로드밴드에 뜻하지 않은 호재로 작용했다. 스마트TV가 넷플릭스 송출을 지원하면서 소비자들이 IPTV 브랜드와 관계없이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로선 넷플릭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더구나 넷플릭스는 올해 위기에 봉착했다. 올 1분기 유료가입자가 2억2164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0만명이나 감소했다. 유료가입자가 줄어든 건 11년 만에 처음인데, 이 때문인지 넷플릭스의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4월 20일 226.19달러를 기록하며 전일(348.61달러) 대비 35.1%나 빠지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칼을 빼 들었던 SK브로드밴드의 전략이 ‘오판’이 아닌 ‘묘수’로 조명되기 시작한 이유다.

2심 소송 달라질까

이제 SK브로드밴드에 남은 과제는 넷플릭스와의 소송전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느냐다. 가능성은 낮지 않은 듯하다. 해외에서도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 주는 입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국 통신 컨설팅업체 ‘스탠다드 컨설트’의 부사장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는 항소 이유로 자체 개발한 서버(OCA·Open Connect App liances)를 SK브로드밴드가 쓰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이는 지극히 넷플릭스만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며 “OCA 설치 시 유지·보수비가 발생하는 만큼 SK브로드밴드가 비용을 들여가며 넷플릭스만을 위해 서버 공간을 내줄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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